젠가처럼

2021.08

by 고마율



기초가 부족하다 혹은, 없다.

뿌리가 짧고 얇다.

근본이 없다.

는 생각과 함께

처음 쌓는 조각 수가 부족하고 그 모양이 엉성해서 곧 쓰러질 듯이 흔들리는 젠가를 떠올린다.

나도 저 젠가처럼 곧 쓰러지고 쉽게 흔들리는 사람일까

정작 그 '기초'가 무엇이고 어디까지인지 모른다.


남들이 손가락으로 여기저기 쿡쿡 쑤시면 그에 맞춰 푹푹 들어가고

나를 채우던 것들을 바깥으로 빼내 버린다.

때로는 내 안에 있던 게 없어졌기 때문에 다시 나를 쌓을 수 있는 거라고 위안하지만,

결국 젠가 게임은 조각들을 빼내 기둥을 무너뜨리는 게 목표다.

어쩌면 언제 쓰러질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왜 원치 않은 게임에 계속해서 참여하고 있을까.

나는 나를 젠가로 둬서는 안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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