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걸으면 살이 빠질까? 걷기와 다이어트 사이의 상관관계
꾸준히 걷기를 실천하면서 70kg 초반으로 유지되었던 몸무게가 겨울에 춥다는 핑계로 걷지 못 했더니 3kg이나 불어 있다. 봄에는 입맛도 떨어진다는데 요즘엔 왜 이렇게 밥 맛이 좋은지. 다시 많이 걸으면 살이 빠질까 기대하며 연구 결과들을 조사해 봤다.
미시간 대학교의 리처드슨 연구팀이 만보기 기반 걷기 프로그램의 체중 감량 효과를 메타분석으로 정리했다 (Annals of Family Medicine, 2008). 참가자 307명 중 73%가 여성이었고, 프로그램 기간은 4주에서 1년까지 다양했다. 공통점은 식단을 바꾸지 않고 걷기만 했다는 것이다. 결과는 평균 1.27kg 감소. 주당 약 0.05kg, 10주에 약 500g 빠지는 속도다. 1년을 꾸준히 걸으면 약 2.3kg. 80kg인 사람에게 2.3kg이면 체중의 3%도 안 된다. 연구팀도 이 결과를 "소박한(modest) 수준의 체중 감소"라고 표현했다. 솔직히 실망스러운 숫자다. 매일 30분을 걸었는데 1년에 2kg 남짓이라니. 왜 기대만큼 살이 빠지지 않았을까?
2024년 JAMA Network Open에 발표된 대규모 메타분석이 그 이유를 보여준다. 116개 유산소 운동 무작위 대조 실험을 통해 총 6,880명(61%가 여성, 평균 나이 46세)의 과체중·비만 성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유산소 운동 시간이 늘어날수록 체중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허리둘레와 체지방에서 의미 있는 감소가 나타나려면, 주당 150분 이상의 중강도 운동이 필요했다. 매일 30분, 주 5회. 그보다 적으면 체중 변화는 미미했다.
게다가 문제는 몸이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운동으로 칼로리를 태우면, 몸은 여러 경로로 그 적자를 메우려 한다. 이것을 '에너지 보상(energy compensation)'이라고 부른다. 보상은 크게 두 방향에서 일어난다. 하나는 먹는 쪽이다. 운동 후에 식욕이 올라가거나, "오늘은 걸었으니까 이 정도는 괜찮지"라는 심리로 간식을 하나 더 집는다. 다른 하나는 움직이는 쪽이다. 아침에 30분을 걸었으니 나머지 시간에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이 무의식적으로 늘어난다. 비운동 활동 열량, 즉 걷기나 운동이 아닌 일상 활동에서 쓰는 에너지가 줄어드는 것이다.
코펜하겐 대학교의 로센킬데 연구팀이 이 보상 작용을 실험으로 보여줬다 (American Journal of Physiology, 2012). 건강한 과체중 남성 61명을 세 그룹으로 나눠 13주간 추적했다. 첫 번째 그룹은 하루 300kcal을 소비하는 중간 운동(약 30분 걷기), 두 번째 그룹은 하루 600kcal을 소비하는 고강도 운동(약 60분), 세 번째는 운동을 하지 않는 대조군. 600kcal 그룹은 300kcal 그룹의 정확히 두 배를 태웠다. 그러면 체지방도 두 배 빠져야 하지 않을까.
실제로는 두 그룹의 체지방 감소가 거의 같았다. 300kcal 그룹은 4.0kg, 600kcal 그룹은 3.8kg. 두 배를 운동했는데 결과가 같다. 연구팀이 에너지 수지를 계산해 보니, 300kcal 그룹은 예상보다 83% 더 많이 빠졌고, 600kcal 그룹은 예상보다 20% 덜 빠졌다. 적게 운동한 쪽은 기대 이상으로 빠지고, 많이 운동한 쪽은 기대 이하로 빠진 것이다. 600kcal 그룹에서 무의식적으로 식사량이 늘었거나, 운동 외 시간의 활동량이 줄었을 가능성이 높다. 연구팀은 식사량이나 비운동 활동량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화를 잡아내지는 못했지만, 에너지 수지의 차이는 보상 작용 없이는 설명이 안 된다고 결론지었다.
이 보상 작용은 호르몬 수준에서도 일어난다. 체중이 줄어들면 위에서 분비되는 그렐린이 증가한다. 그렐린은 뇌의 시상하부에 작용해서 배고픔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이다. 반대로 포만감을 알려주는 호르몬인 펩타이드 YY와 렙틴은 감소한다. 몸이 "에너지가 부족하다, 더 먹어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다이어트로 살을 빼면 이 호르몬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서, 빠진 체중의 80%를 5년 안에 되찾는다는 데이터도 있다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 2001).
걷기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흥미로운 차이가 하나 있다. 식단 제한으로 만든 에너지 적자는 식욕을 강하게 자극하지만, 운동으로 만든 에너지 적자는 식욕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연구들이 있다. 걷기를 하면 먹는 양이 약간 늘기는 하지만, 소비한 칼로리를 100% 보상할 만큼 늘어나지는 않는다. 그래서 체중이 조금이나마 줄어드는 것이다. 다만 "조금"이라는 단어가 핵심이다. 걷기만으로 극적인 감량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면 걷기는 체중에 아무 의미가 없는 걸까? 걷기가 체중 감량보다 더 잘하는 일이 하나 있다. 바로 체중 유지다. 다이어트로 살을 뺀 사람 중 장기적으로 체중을 유지하는 비율은 약 25%에 불과하고, 나머지 75%는 서서히 원래 체중으로 돌아간다. 앞서 설명한 그렐린 증가, 렙틴 감소 같은 호르몬 변화가 체중 회복을 밀어붙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감량 후 주당 150분 이상의 중강도 신체 활동을 유지한 그룹은 체중이 다시 증가한 사람의 수가 유의미하게 적었다. 매일 30분 걷기 수준이면 이 기준을 충족한다. 살을 빼는 데는 식단이 더 효과적이지만, 뺀 살을 지키는 데는 걷기가 핵심이 된다. 식단으로 열쇠를 돌리고, 걷기로 문을 잠그는 구조다.
또한 체중계가 말해주지 않는 변화가 있다. 체중은 그대로라도 허리둘레가 줄어드는 현상이다. 앞서 언급한 JAMA Network Open 메타분석에서 체중 감소가 의미 있으려면 주당 150분이 필요했지만, 허리둘레와 체지방률은 그보다 적은 운동량에서도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주당 30분만 유산소 운동을 해도 허리둘레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체중계 숫자는 근육, 수분, 뼈, 지방을 전부 합쳐서 보여준다. 걷기를 하면 내장지방이 줄어들고, 근육은 보존되거나 소폭 늘어난다. 체중은 거의 변하지 않는데 체성분이 바뀌는 일이 벌어진다.
체성분 분석기로 확인하면 어떨까? 인도네시아의 한 연구에서 과체중 여대생 40명에게 12주간 걷기를 시킨 뒤 인바디로 체성분을 측정했다 (Current Research in Nutrition and Food Science, 2022). 주 5회, 60분 걷기를 실시한 그룹은 체지방률이 2%포인트, 지방량이 2.66kg 줄어들었고, 내장지방 수치도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하지만 골격근량과 체수분은 변하지 않았다. 체중계로만 봤으면 "2~3kg 빠졌네"로 끝나지만, 인바디로 보면 줄어든 게 지방이고 근육은 그대로라는 사실이 보인다.
CT 촬영으로 내장지방 면적을 직접 측정한 연구들도 있다. 벨기에의 비서스 연구팀이 15개 연구, 852명의 데이터를 메타분석한 결과, 식단 변화 없이 유산소 운동만으로 내장지방이 유의미하게 줄어들었다 (Obesity Reviews, 2013). 12주 이상 중강도 유산소 운동을 실시하면, CT로 측정한 내장지방 면적이 여성에서 30cm² 이상, 남성에서 40cm² 이상 감소했다.
더 흥미로운 건 운동과 식단이 지방을 줄이는 패턴이 다르다는 점이다. 65개 연구를 종합한 2021년 체계적 문헌고찰에서, 식단 제한은 피하지방을 내장지방보다 훨씬 더 많이 줄였다. 피부 아래 지방이 먼저 빠지는 것이다. 반면 운동 단독으로는 내장지방과 피하지방이 거의 비슷한 비율로 줄어들었다. 같은 1kg을 빼더라도 운동으로 뺀 1kg이 내장지방을 더 많은 비율로 포함한다는 뜻이다. 내장지방은 피하지방과 달리 염증 물질을 분비하고,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며, 심혈관 질환 위험을 키운다. 걷기가 이 내장지방을 우선적으로 줄인다는 점은 체중계 숫자 이상의 의미가 있다.
바지 허리는 느슨해졌는데 체중계 숫자는 그대로인 경험, 걷기를 꾸준히 한 사람이라면 해봤을 법하다. 그 변화를 확인하고 싶다면, 체중계 대신 인바디 같은 체성분 분석기 위에 올라가 보면 된다.
정리하면 이렇다. 걷기만으로 극적인 체중 감량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매일 30분을 걸어도 1년에 2kg 남짓이고, 몸의 보상 작용이 그마저도 줄이려 한다. 하지만 뺀 살을 지키는 데는 걷기만큼 접근성 좋은 방법이 거의 없고, 인바디나 CT로 들여다보면, 체중이 움직이지 않는 구간에서도 내장지방은 줄어들고 근육은 유지되고 있다. 체중이 안 빠진다고 걷기를 그만두는 건, 가장 큰 효과를 포기하는 일이다. 체중계 위의 숫자에 실망해서 운동화를 벗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걷기가 바꾸는 건 체중보다 몸 안 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