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아플 때 걸어도 될까

4.5. 통증의 역설

by 성효경

아프면 쉬어야 하지 않을까?

허리가 아프면 본능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려 한다. 의자에서 일어날 때 찌릿, 세수할 때 허리를 숙이면 뻐근, 잠자리에서 뒤척일 때 욱신. 이런 날에는 최대한 조심하고, 가만히 있는 게 답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의사들도 요통 환자에게 침대에서 쉬라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정반대다. 현재의 임상 가이드라인은 "가능한 한 활동적으로 지내라"고 권고한다. 왜 이렇게 바뀌었을까.

요통의 70%는 비특이적 요통이다. 디스크 파열이나 골절 같은 명확한 구조적 원인 없이, 근육·인대·관절의 복합적인 문제로 통증이 생기는 경우다. 이런 요통은 대부분 4~6주 안에 자연적으로 호전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회복된 사람의 70%가 1년 안에 재발을 겪는다. 나았다가 다시 아프고, 또 나았다가 또 아프다. 요통이 만성 질환처럼 반복되는 이유다.


걷기가 재발을 막을 수 있을까?

2024년, 맥쿼리 대학교의 포코비 연구팀이 이 질문에 답하는 대규모 실험을 했다. 'WalkBack' 이라는 이름의 이 연구는 호주 전역에서 701명의 성인을 모집했다. 모두 최근 요통 에피소드에서 회복된 사람들이었다. 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한쪽(351명)은 물리치료사와 6개월간 6회 만나면서 개인 맞춤형 걷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점진적으로 걷기 시간을 늘려 주 5회, 30분까지 도달하는 방식이었다. 다른 쪽(350명)은 아무 치료도 받지 않는 대조군이었다. 참가자들을 최소 1년에서 최대 3년까지 추적했다 (The Lancet, 2024).

결과는 두 가지였다. 첫째, 걷기 그룹은 요통이 재발하기까지의 기간이 대조군보다 거의 두 배 길었다. 걷기 그룹의 재발까지 중앙값은 208일, 대조군은 112일이었다. 같은 요통이 돌아오는 데 걷기 그룹은 약 7개월, 대조군은 약 4개월이 걸렸다. 둘째, 의료 서비스를 찾는 빈도도 걷기 그룹이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병원을 가거나 일을 쉬는 횟수가 대조군의 약 반이었다.

연구의 책임 저자인 핸콕 교수는 "걷기가 요통에 좋은 정확한 이유는 아직 모르지만, 척추를 지지하는 근육의 부드러운 움직임과 강화, 스트레스 해소, 엔도르핀 분비의 복합 효과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주저자인 포코비 박사는 비용 효과도 강조했다. "기존의 요통 재발 방지 운동 프로그램은 그룹 수업이나 전문 장비가 필요해서 비용이 높고 접근성이 떨어진다. 걷기는 나이, 지역, 경제적 여건에 관계없이 거의 누구나 할 수 있다."

이 연구가 다루는 건 재발 방지다.


그렇다면 이미 아픈 사람에게도 걷기가 도움이 될까?

텔아비브 대학교의 슈나이더만과 카츠-레우러 연구팀이 만성 요통 환자 52명을 대상으로 걷기와 전문 허리 운동을 비교했다 (Clinical Rehabilitation, 2013). 걷기 그룹은 트레드밀 위에서 40분간 중강도로 걸었고, 운동 그룹은 허리와 복부를 포함한 근력 강화 운동을 했다. 주 2회, 6주간 실시한 뒤 장애 지수(ODI)를 비교했다. 걷기 그룹은 장애 지수가 34.3% 감소했고, 근력 운동 그룹은 30.6% 감소했다. 두 그룹 간에 통계적 차이가 없었다. 전문적인 허리 운동을 하지 않아도 걷기만으로 같은 수준의 개선이 나타난 것이다. 통증 회피 행동(두려움 때문에 움직이지 않는 것)을 측정하는 설문에서도 두 그룹 모두 유의미하게 개선되었다.

더블린의 허리 연구팀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만성 요통 환자 246명을 세 그룹으로 나눠 비교한 것이다 (Pain, 2015). 첫 번째 그룹은 개인 맞춤형 걷기 프로그램(만보기, 걷기 일지, 주 4일 이상 걷기), 두 번째는 물리치료사가 지도하는 그룹 운동 교실, 세 번째는 일반적인 물리치료를 받았다. 6개월과 12개월 후 장애 지수, 통증, 삶의 질을 비교한 결과, 세 그룹 간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걷기가 그룹 운동이나 물리치료와 같은 효과를 냈고, 환자 만족도도 비슷했다. 슈나이더만 연구에서 걷기가 전문 허리 운동과 같았다면, 이 연구에서는 걷기가 물리치료와 같았다.


왜 전문 허리 운동과 걷기의 효과가 비슷했을까?

만성 요통의 핵심 문제가 특정 근육의 약화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통증 때문에 움직이지 않는 악순환, 전신 혈류 감소, 심리적 위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허리 근력 운동은 척추 주변 근육을 직접 강화하는 경로를 택하고, 걷기는 전신을 움직이면서 혈류 개선, 엔도르핀 분비, 통증 회피 행동 감소를 동시에 가져온다. 경로는 다르지만 도착점이 같은 것이다. 실제로 2022년 JOSPT에 실린 118개 RCT 네트워크 메타분석에서도 필라테스, 근력 운동, 코어 운동, 요가, 걷기를 비교한 결과, 운동 유형 간 차이보다 "운동을 했느냐 안 했느냐"의 차이가 훨씬 컸다. 어떤 운동이든 하면 좋아지고, 안 하면 안 좋아진다.

더 넓은 범위에서도 비슷한 결론이 나온다. 2018년, 걷기 중재 연구들만 따로 모아 메타분석한 결과에서도 걷기가 만성 요통의 통증과 장애를 유의미하게 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Musculoskeletal Science and Practice, 2018). 2023년, 75개 무작위 대조 실험(5,254명)을 종합한 네트워크 메타분석에서는 만성 요통에 대한 20가지 운동의 효과를 비교했다 (Frontiers in Public Health, 2023). 태극권, 요가, 필라테스가 통증 감소에 가장 효과적이었다. 걷기는 이들보다는 효과가 작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유의미하게 통증을 줄였고, 기능 장애도 개선했다. 이 메타분석에서 걷기의 강점은 효과의 크기가 아니라 접근성이었다. 특별한 장비가 필요 없고, 비용이 들지 않으며, 혼자서도 할 수 있다. 2025년 Frontiers in Physiology에 발표된 후속 메타분석에서도 걷기는 "장비 없이 누구나 할 수 있고, 잘 견딜 수 있으며, 나이가 많거나 체력이 약한 사람에게 특히 적합하다"고 평가되었다.


왜 가만히 있는 것보다 걷는 게 나을까?

허리가 아프면 움직이지 않으려는 건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척추를 지지하는 근육이 약해지고, 관절이 굳는다. 통증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활동을 피하면(이것을 '통증 회피 행동'이라고 부른다), 근육은 더 약해지고 통증은 더 오래 간다. 악순환이다. 걷기는 이 악순환을 끊는 가장 접근하기 쉬운 방법이다. 천천히, 편안한 속도로 걸으면 척추 주변 근육이 부드럽게 움직이면서 혈류가 늘어나고, 관절의 유연성이 유지된다. 격한 운동이 아니기 때문에 통증을 악화시킬 위험도 낮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다. 모든 요통에 걷기가 답은 아니다. 디스크 탈출로 다리까지 저리거나, 소변 조절이 안 되거나, 열이 나면서 허리가 아프다면 의사를 먼저 만나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건 구조적 이상 없이 반복되는 비특이적 요통이다. 이 경우에는 "아프니까 쉬어야지"보다 "아프더라도 걸어야지"가 근거 있는 선택이다.

허리가 아파서 소파에 누워 있고 싶은 날, 현관 밖으로 나가 10분만 걸어 보는 건 어떨까. WalkBack 연구의 참가자들도 처음에는 짧은 거리부터 시작했다. 중요한 건 걷기의 양이 아니라, 움직이지 않는 악순환을 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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