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이 아픈데 걸어도 될까

4.6. 걷기와 무릎 연골에 대한 오해

by 성효경

무릎이 시큰거리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있다. "많이 걸어서 그런가?" 계단을 오르내릴 때 뻑뻑하고, 오래 앉았다 일어나면 뻣뻣하다. 병원에 가면 "연골이 닳았다"는 말을 듣는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걷기를 줄인다. 연골이 닳았는데 더 걸으면 더 닳지 않을까. 충분히 합리적인 판단처럼 보인다. 하지만 연구 결과는 다르다.


걸으면 무릎 연골이 더 닳을까?

호주 태즈메이니아 대학교의 도레 연구팀이 경증에서 중등도 무릎 골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신체 활동량과 연골 변화를 2년간 추적했다 (Annals of the Rheumatic Diseases, 2013). 하루 10,000보 이상을 걸은 사람과 그보다 적게 걸은 사람 사이에 연골 결손 악화 위험에 차이가 없었다.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병원의 외스타드 연구팀도 비슷한 조건에서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하루 만보를 걸어도 무릎 연골이 더 나빠지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 방향의 증거도 있다. 규칙적으로 중강도 신체 활동(빠르게 걷기 수준)을 하는 성인이 비활동적인 성인보다 연골 볼륨이 더 컸다는 연구가 여러 편 보고되었다. 걷기가 연골을 닳게 하는 게 아니라, 걷지 않는 게 연골을 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연골은 혈관이 없는 조직이다. 영양분을 혈액에서 직접 받지 못하고, 관절을 움직일 때 관절액이 스며들면서 영양을 공급받는다. 스펀지를 눌렀다 놓으면 물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무릎을 구부렸다 펴는 동작이 연골에 영양분을 밀어 넣는다. 가만히 있으면 이 펌프 작용이 멈추고, 연골은 영양 공급이 줄어들어 오히려 약해진다.


이미 무릎이 아픈 사람에게도 걷기가 도움이 될까?

영국 노팅엄 대학교의 로디 연구팀이 이 질문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Annals of the Rheumatic Diseases, 2005). 무릎 골관절염에 대한 유산소 걷기와 근력 운동의 효과를 비교한 연구들을 종합한 결과, 두 가지 모두 통증과 장애를 유의미하게 줄였다. 걷기가 근력 운동보다 못하다는 증거는 없었다. 이 결론은 앞 장에서 허리 통증에 대해 확인한 것과 같은 패턴이다.

구체적인 수치도 있다. 영국 엑서터 대학교의 휘트필드와 톰린슨이 2025년 Frontiers in Aging에 발표한 종합 리뷰에 따르면, 무릎 골관절염 환자가 6~12주간 걷기를 실시했을 때 무릎 통증이 51~77% 감소했고 무릎 경직도 47~62% 줄어들었다. 물론 참가자 특성과 프로그램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절반 이상의 통증 감소라면 결코 작은 수치는 아니다.

장기 데이터도 있다. 미국 베일러 의과대학의 로 연구팀은 무릎 골관절염 환자 중 스스로 걷기를 선택한 사람들을 8년간 추적한 결과, 걷기를 꾸준히 한 사람은 새로운 무릎 통증이 발생하는 빈도가 40% 낮았다. (Arthritis & Rheumatology, 2022). 단기적으로 통증을 줄일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새로운 통증을 예방하는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호주 태즈메이니아 대학교의 후속 연구에서는 무릎 골관절염 환자 40명(평균 66세, 여성 60%)에게 24주간 주 3회 야외 걷기를 시킨 뒤 MRI로 무릎 구조 변화를 추적했다 (Clinical Rheumatology, 2023). 이 연구에서도 걷기 그룹의 연골이 악화되었다는 증거는 나타나지 않았다.


재미있는 건 달리기에 대한 데이터다.

걷기보다 충격이 훨씬 큰 달리기조차, 취미 수준이라면 무릎에 해롭지 않았다.

2023년, 호주 멜버른 라트로브 대학교의 코번 연구팀이 달리기 전후 무릎 연골 변화를 MRI로 추적한 24개 연구를 메타분석했다 (Osteoarthritis and Cartilage, 2023). 달리기 직후 연골 두께가 약 3% 줄어들었는데, 30분 안에 원래대로 돌아왔고, 연골 조성(수분·단백질 비율)도 90분 안에 회복되었다. 달리기 직후 무릎에 가해진 충격은 일시적이고, 연골은 스스로 회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알렌토른-젤리 연구팀이 이끈 국제 공동 메타분석에서도 같은 패턴이 나왔다 (JOSPT, 2017). 취미로 달리는 사람의 무릎 골관절염 발생률이 비활동적인 사람보다 낮았고, 15년 이하 달리기 경력을 가진 사람은 위험이 더욱 낮았다. 다만 엘리트 선수처럼 과도하게 달리면 위험이 올라갔다. 적당히 움직이는 건 괜찮고, 안 움직이는 게 더 나쁘다는 결론이다. 걷기는 달리기보다 무릎에 가해지는 충격이 훨씬 작으니, 걷기가 무릎을 망가뜨릴 가능성은 더더욱 낮다.


무릎 연골이 아예 없는 사람에게도 걷기는 괜찮을까?

호주 라트로브 대학교의 월리스 연구팀이 이 질문에 대해 실험했다. 먼저 심한 무릎 골관절염 환자 24명(53~83세)을 대상으로 걷기 시간을 주당 10분부터 단계적으로 늘려가며 최대 허용 용량을 찾았다 (Osteoarthritis and Cartilage, 2015). 주당 70분까지는 경직이 줄고, 활동량이 늘어나는 결과가 나왔지만, 주당 95분 이상 부터는 통증이 악화되는 사례가 나와 실험이 중단되었다.

같은 연구팀이 후속 실험에서 이 주당 70분을 기준으로 심한 골관절염 환자에게 12주간 걷기를 시켰다 (Osteoarthritis and Cartilage, 2017). 그 결과, 무릎 통증 자체는 줄지 않았지만 심혈관 건강 지표가 개선되었다. 연골이 거의 없는 단계에서 걷기가 무릎 통증을 직접 줄이기는 어렵지만, 전신 건강에는 분명한 이점이 있다는 뜻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지원하는 대규모 골관절염 추적 연구에서도, 골관절염 환자가 걷기를 한 경우 5년 후 인공관절 치환술 위험도가 증가하지 않았다. 오히려 걷기 강도가 높을수록 치환술에 대한 보호 효과가 나타났다. 많이 걷는다고 해서 수술 시기가 앞당겨지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다만 걷는 방법은 달라져야 한다. 미국 피츠버그 대학교의 파로키 연구팀은 무릎 골관절염 환자 27명에게 45분 연속 걷기와 15분씩 3번 나눠 걷기를 비교했다 (Gait & Posture, 2017). 30분 이상 연속으로 걸으면 무릎 관절 부하가 올라가고 통증이 심해졌지만, 같은 시간을 15분씩 나눠서 걸으면 통증이 증가하지 않았다. 뼈끼리 맞닿는 수준에서도 걷기가 불가능한 건 아니다. 다만 일반 권장량(주 150분)의 절반 수준에서 시작하고, 짧게 나눠서, 통증이 악화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점진적으로 늘려야 한다. 걷는 도중에 무릎이 붓거나, 통증이 급격히 심해지거나, 무릎이 잘 펴지지 않는다면 걷기를 멈추고 전문의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


"나이가 많아서 걷기가 조심스럽다"는 걱정은 어떨까?

미국 플로리다 대학교 파호르 연구팀은 70~89세 고령자 1,635명에게 주 150분의 중강도 걷기를 포함한 신체 활동 프로그램을 2.6년간 실시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걷기 그룹은 보행 장애 발생 위험이 18% 낮았고, 지속적 보행 장애는 28% 적었다. 부작용 발생률은 대조군과 차이가 없었다. 70대 후반에서 80대에도 걷기는 안전했고, 오히려 걷지 않는 쪽이 보행 능력을 더 빨리 잃었다.

장기적으로 무릎이 더 나빠지지는 않을까? 영국의 퀴크 연구팀이 무릎 통증이 있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장기 신체 활동의 안전성을 검토한 체계적 문헌고찰(48개 연구, 8,920명)에서, 걷기를 포함한 신체 활동이 방사선상 골관절염 진행을 악화시키지 않았고, 인공관절 치환술 위험도 높이지 않았다 (Osteoarthritis and Cartilage, 2015). 보행 보조기를 사용하는 고령자도 하루 20분씩 걷기를 하면 통증 악화나 구조적 진행 없이 기능 저하를 줄일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정리하면 이렇다. 하루 만보를 걸어도 연골은 더 나빠지지 않았고, 오히려 규칙적으로 걷는 사람의 연골은 더 두꺼웠다. 걷기를 6~12주 실시하면 무릎 통증이 절반 이상 줄어들었고, 8년간 추적한 연구에서도 새로운 통증 발생이 40% 적었다. 충격이 훨씬 큰 달리기조차 취미 수준이면 무릎에 해롭지 않았다. 70~80대도 안전했고, 연골이 거의 없는 심한 골관절염에서도 시간을 줄이고 나눠서 걸으면 가능했다.

"연골이 닳았으니 걷지 마세요"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면, 최신 연구는 그 반대를 말하고 있다. 걸어야 연골이 영양을 받고, 걸어야 무릎 주변 근육이 관절을 지지하고, 걸어야 통증이 줄어든다. 무릎이 아프다고 소파에 앉아 있으면 오히려 악순환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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