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감기 일수를 절반으로, 걷기의 면역 효과
지난주만 하더라도 벚꽃이 한창이었다. 그런데 며칠 사이 확 더워져, 어느새 여름이 성큼 다가온 기분이다. 거리엔 벌써 반팔, 반바지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고, 나도 겨우내 잠자고 있던 선풍기 날개를 닦고 에어컨 청소를 시작했다.
요즘은 꽃가루 때문인지 계절변화 때문인지 주변에 감기 걸린 사람들도 보인다. "감기는 겨울에 걸리는 거 아니었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분석한 최근 5년간 월별 감기 환자 통계를 보면, 감기 환자가 가장 많은 달은 3월(445만 명)이다. 그 다음이 2월, 12월, 4월, 1월 순서로 한겨울인 1월보다 3월과 4월에 감기에 걸리는 사람이 더 많다. 감기는 겨울 병이 아니라 환절기 병에 가깝다. 성인은 1년에 평균 두세 번 감기에 걸리고, 아이들은 여덟 번까지 걸리기도 한다.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만 200종이 넘고, 봄에는 봄 바이러스, 여름에는 여름 바이러스가 따로 있다. 백신을 만들기도 어렵다. 손 씻기, 마스크, 비타민C. 우리가 알고 있는 예방법은 대부분 이 정도다. 그럼 혹시 "매일 걷기"도 이 목록에 들어갈 수 있을까?
미국 애팔래치안 주립대학교의 니만 교수는 운동과 면역의 관계를 30년 넘게 연구해 온 이 분야의 대표적 학자다. 그가 2005년 Medicine and Science in Sports and Exercise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30분간 빠르게 걸으면 백혈구 수가 일시적으로 올라간다. 우리 몸에서 병원체와 가장 먼저 싸우는 면역 세포들이 혈액 속에 더 많이 돌아다니게 되는 것이다. 이 상태는 운동 후 약 3시간 동안 지속되다가 원래 수준으로 돌아간다. 한 번 걷는다고 면역 체계가 영구적으로 바뀌는 건 아니지만 매일 반복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매일 30분씩 면역 세포가 활성화되는 시간이 쌓이면, 바이러스에 노출될 때 면역 체계가 더 빠르게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이 니만 교수의 설명이다.
실제로 감기에 덜 걸리는지는 데이터가 보여준다. 니만 교수가 1,002명의 성인(18~85세)을 겨울과 가을 12주 동안 추적한 연구에서, 주 5일 이상 유산소 운동을 한 사람은 주 1일 이하인 사람에 비해 감기에 걸린 날이 43~46% 적었고, 증상의 심각도 또한 32~41% 낮았다 (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 2011).
미국 프레드 허친슨 암연구센터의 추박과 울리히 연구팀은 폐경 후 여성 115명을 1년간 추적한 무작위 대조 실험을 실시했다 (American Journal of Medicine, 2006). 한 그룹은 주 5일 하루 45분 빠르게 걷기 처방을 받아 실제 하루 평균 30분을 걸었고, 다른 그룹은 주 1회 스트레칭만 했다. 1년 뒤, 운동 그룹의 감기 발생률은 스트레칭 그룹의 절반 수준이었다. 특히 연구 기간 후반부(6~12개월)에 차이가 두드러졌는데, 걷기의 면역 효과는 시간이 지나면서 더 확실하게 드러났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폰델 연구팀은 다른 각도에서 접근했다. 스웨덴 성인 1,509명을 4개월간 추적한 결과, 신체 활동량이 많은 사람은 적은 사람에 비해 감기 감염 위험이 약 18% 낮았다 (Medicine & Science in Sports & Exercise, 2011).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 우즈 연구팀이 여러 실험을 종합해 제시한 결론도 같은 방향이다. 중강도 운동을 꾸준히 지속하면 호흡기 감염 위험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핵심은 지속성이다. 한 달 반짝 걷고 그만두면 효과가 오래가지 않는다.
감기만 줄어드는 걸까? 폐렴도 마찬가지다. 100만 명 이상이 참여한 10개 대규모 코호트 연구를 종합한 결과, 가장 활동적인 그룹은 가장 비활동적인 그룹에 비해 폐렴 발생 및 사망 위험이 31% 낮았다 (GeroScience, 2022). 한국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한국 NHIS 데이터를 이용해 심혈관 질환자 104만 명을 추적한 연구 결과, 일주일에 2시간 정도 빠르게 걷기를 하면 폐렴·독감 같은 호흡기 감염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22% 감소했다 (Journal of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 2022). 코로나19 팬데믹은 이 연구 분야에 대한 관심을 크게 높였다. 대규모 연구들에서, 규칙적으로 신체 활동을 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코로나19 감염, 입원, 중증 진행, 사망 위험이 모두 낮았다. 운동이 만성 질환(심혈관, 당뇨, 비만)을 줄이는 간접 효과도 있지만, 면역 세포의 순환과 만성 염증 감소라는 직접적인 면역 보호 효과도 작용한다는 것이 현재 학계의 의견이다.
먼저 더위부터 보자. 영국 뱅고어 대학교의 월시 연구팀이 운동과 열 스트레스에 관한 연구들을 종합한 결과, 일반적인 실내 온도 수준과 비교했을 때 더운 환경에서 운동하는 것이 면역 기능에 추가로 해를 끼친다는 근거는 충분하지 않았다 (Sports Medicine, 2006). 심부 체온이 39도를 넘지 않는 선에서는 면역 세포 활동에 큰 변화가 없다는 뜻이다. 다만 문제는 열사병 수준의 고온 스트레스다. 심부 체온이 40도를 넘어가면 면역 반응이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오히려 염증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 여러 연구의 공통된 결론이다. 하지만 이는 마라톤처럼 장시간 격렬하게 움직일 때 생기는 문제이지, 시속 4킬로미터로 걷는 수준에서는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한국 여름의 진짜 복병은 온도가 아니라 습도다. 땀이 증발하지 않으면 몸이 열을 내보내지 못하여 심부 체온이 위험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다. 2024년 미국 심장협회 학술대회에서 루이빌 대학교 리그스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여름철 외부의 열 지수가 5도 상승할 때마다 염증 지표(TNF-α)는 7% 올라가고, 항체를 만드는 B세포 수치는 약 7%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기온이 27도라도 습도가 80%를 넘으면 체감 온도는 33도를 훌쩍 넘는다. 한여름 낮에 걷는 건 이런 이유로 권하지 않는다. 이른 아침이나 해가 진 뒤, 그늘이 있는 길을 고르는 것이 정답이다. 땀을 많이 흘리게 되니 물도 충분히 마셔야 한다.
추위는 이야기가 조금 더 복잡하다. 미국 휴스턴 대학교의 라보이 연구팀이 추위와 운동이 면역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 검토한 결과, 5도 내외의 서늘한 환경에서 중강도 운동을 할 때 면역에 의미 있는 손상은 확인되지 않았다 (Wilderness & Environmental Medicine, 2011). 다만 추위에 오래 노출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리스의 무르추쿠와 팔라가스 연구팀이 추위와 호흡기 감염의 관계를 종합 검토한 결과, 장시간 추위에 노출되면 호흡기 점막의 혈관이 수축하면서 면역 반응이 일시적으로 억제되어 감염 위험이 올라간다 (International Journal of Tuberculosis and Lung Disease, 2007). "오들오들 떨다가 감기 걸린다"는 할머니 말씀에 과학적 근거가 어느 정도는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체온이 얼마나 떨어져야 문제가 될까? 일반적으로 몸의 심부 체온이 35도 미만으로 내려가면 경증 저체온증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 수준까지 가려면 상당한 시간 동안 극한 환경에 노출되어야 한다. 정상적인 겨울 산책에서는 몸이 떨림을 통해 열을 만들어내고 혈관을 수축시켜 심부 체온을 지킨다. 오히려 더 주목해야 할 건 심부 체온이 아니라 코 점막 온도다. 2022년 하버드 의대 부속 매사추세츠 아이 앤 이어 병원의 블레이어 연구팀이 Journal of Allergy and Clinical Immunology에 발표한 연구가 흥미롭다. 건강한 성인 공여자 4명으로부터 얻은 비강 조직을 이용한 실험에서, 4도의 추운 환경에 단 15분 노출되는 조건을 재현하자 코 안쪽 온도가 5도 떨어졌고, 코 점막 세포가 바이러스를 차단하기 위해 분비하는 면역 입자의 양이 42% 줄었다. 연구팀의 표현대로라면 "코 안 온도가 5도만 떨어져도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이 2배로 높아지는" 셈이다. 찬 바람이 목 깊숙이 들어와서 감기 걸린 것 같은 경험은 착각이 아니라, 코 점막이 차가워지면서 방어 기능이 떨어져 이미 들어와 있던 바이러스가 증상으로 발현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겨울에는 두 가지를 함께 생각해야 한다. 첫째, 30분 정도 빠르게 걷는 건 오히려 면역을 올려주는 방향이다. 몸에서 열이 나면서 체온이 유지되고, 면역 세포 순환도 활성화된다. 둘째, 다만 준비 없이 추위에 노출되면 역효과가 난다. 얇게 입고 떨면서 걷거나, 땀을 흘린 뒤 젖은 옷을 입고 바람을 맞으면 면역이 떨어진다. 체온을 유지할 수 있게 제대로 입고, 땀이 나면 빨리 갈아입는 것이 핵심이다. 영하의 날씨에는 목도리나 마스크로 코와 입, 그리고 목을 가리는 것이 도움이 된다.
목은 생각보다 중요한 부위다. 피부 표면에 가까운 큰 혈관들이 지나가고 림프절이 밀집되어 있어서 열이 쉽게 빠져나간다. 목 피부가 차가워지면 반사적으로 호흡기 점막의 혈관도 함께 수축하면서 면역 세포의 순환이 줄어든다. 목도리를 하면 목 주변 체온이 유지될 뿐 아니라, 목도리를 코와 입 위로 살짝 올려서 쓰면 들이마시는 공기의 온도도 함께 올라간다. 코 점막이 차가워지는 걸 막아주는 것이다. 미국 예일 대학교의 이와사키 교수 연구팀은 2015년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게재한 논문에서, 생쥐 기도 상피세포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감기 바이러스가 체온(37도)보다 코 안 온도(33~35도)에서 훨씬 더 잘 증식한다는 메커니즘을 밝혔다. 이와사키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추운 날 외출할 때 스카프로 코를 따뜻하게 유지하면 감기 증상 발현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추워도 무조건 걸어야 한다"가 아니라, "코와 목을 보호하면서 걷는다"가 맞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적당한 운동은 면역을 높이지만, 과도한 운동은 오히려 면역을 떨어뜨릴 수 있다. 니만 교수가 1990년대 제안한 이른바 J자 커브 모델이다. 전혀 움직이지 않는 사람(J자의 왼쪽 위 끝)은 감염 위험이 평균보다 높고, 중강도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J자의 밑바닥)은 가장 낮고, 극한 운동을 하는 사람(J자의 오른쪽 끝)은 다시 올라간다.
근거는 구체적이다. 니만 교수가 1990년 로스앤젤레스 마라톤 응답자 약 2,300명을 조사한 연구에서, 대회 완주자 중 12.9%가 대회 후 1주일 안에 감염 증상을 보고했다. 대회에 참가하지 않은 비슷한 수준의 러너들은 같은 기간 감염률이 2.2%에 그쳤다. 완주자가 감염 위험이 약 6배 높았던 것이다. 주당 96킬로미터 이상 뛰는 러너는 주당 32킬로미터 이하 뛰는 러너에 비해 감염 위험이 2배였다. 많이 뛸수록 감염에 취약해진다는 패턴이다.
왜 그럴까? "열린 창문(open window)"이라는 표현으로 설명된다. 90분 이상 지속되는 고강도 운동이 끝난 후 3시간에서 최대 72시간까지, 면역 기능이 일시적으로 떨어진다. 바이러스를 직접 공격하는 면역 세포의 활동이 둔해지고, 코와 목 점막에서 나오는 방어 물질의 양이 평소의 30% 수준까지 줄어들기도 한다. 호흡기 안쪽에서 이물질을 바깥으로 밀어내는 미세한 털의 움직임도 느려져서, 바이러스가 점막에 더 오래 머물게 된다. 이 시간 동안 평소 같으면 들어오지 못했을 바이러스가 이 틈을 타고 몸 안에 자리를 잡는다.
다만 우리가 이야기하는 걷기는 이런 극한 운동이 아니다. 90분 이상 지속되는 고강도 운동에서 나타나는 현상이고, 하루 30~45분 빠르게 걷는 정도는 이 범위에 들지 않는다. 오히려 J자 커브의 가장 낮은 지점, 면역이 가장 강화되는 구간이다. 극한 운동의 부작용을 걱정해서 걷기를 꺼릴 이유는 없다. 매일 걷는 것과 매주 마라톤을 뛰는 것은 몸에 전혀 다른 일이다.
그렇다면 "매일 걷기"가 감기 예방법 목록에 들어갈 수 있을까. 주 5일 이상 하루 30~45분 빠르게 걷는 것. 이 단순한 습관이 감기 일수를 절반 가까이 줄이고, 폐렴 위험을 3분의 1 낮추고, 코로나19 같은 새로운 바이러스에도 방어선을 하나 더 만든다. 결국 가장 단순하면서도 확실한 감기 예방법 중 하나가 빠르게 걷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