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
종종 편해지고 싶은 순간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눈을 감는다.
그러고서 떠올린다. 작은 몸짓 하나에도 미동이 일어날 잔잔하고 맑은 호수 위에 떠 있는 쪽배를. 그리고 그 위에 누워있는 나 자신을.
최대한 편안함을 추구하기 위해 느릿한 세상을 꿈꾸지만, 야속하게도 시간은 흐른다.
세상에는 멈춰 있는 게 없다. 고요한 물도 그 안에서는 끊임없이 미세한 떨림을 만들고, 제아무리 가만히 있어도 시간은 슬며시 우리를 잡아 이끈다.
하루, 하루. 우리는 무언가를 지나오고 있다. 감정이라고 다를 것 없었다. 기쁨은 언젠가 슬픔으로 흘러가고, 그 슬픔은 예기치 못한 순간에 다정으로 되돌아온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덧없이 흘러가는 시간은 아름답다.
누군가는 '변하지 않는 것이 아름답다'라고 했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변하지 않는 것이 과연 존재할까? 그 넓은 육지도 바닷물에 잠기고, 태풍에도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절벽과 산은 억겁의 세월 속에서 바람에도 깎인다. 그리고 난 이 세월의 흐름이 아름답다. 의미 모를 가득한 시간이 덧없이 흘러갈 때 비로소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주어진 시간을 소중하게 살아가고 싶다. 아름답게. 나답게.
잠시 머물렀을 뿐이다.
결코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 우린 모두 지나가는 존재이고, 그렇기에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