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초록이 범람하는 시간은.
우거지는 초록 잎들이 떠들썩하게 그 존재감을 알렸다. 어느 때보다 여유롭다고 느끼는 지금, 눈을 뜨면 작열하는 태양이 세상을 비추고 있었다. 너무도 눈이 부셔 시선을 돌리면 짙은 그림자와 마주쳤다. 선명한 햇빛 아래에서 드러나는 존재는 또렷이 어두웠다. 낮이 가장 길며 밤이 짧은 기간, 태양이 느리게 저물고 달을 빠르게 감추는 계절. 어둠이 길지 않은 것 같아도 햇빛 아래, 거친 아스팔트 위에서 강렬하게 드러나는 그림자와 같이. 생명 가득한 날에도 이면은 존재했다. 눌어붙는 시간 안에서 흘려보낼 뿐.
시간이 흐르면 또렷했던 그림자도, 속에 묵혀두었던 마음도 녹아내렸다.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것이었다면 더 좋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