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러지는 마음

모래성

by 큐인


더 이상 아프고 싶지 않아서, 나의 감정을 숨겼다.

감추고 또 감춘 마음이었는데. 너는 그렇게 쉽게 나를.




부서지는 '모래성' 같은 마음이라서.


얄팍하고, 여기저기 흠집이 난 마음을 떨어지는 빗방울로 굳혀냈다.

단단해 보이도록. 상처 하나 없어 보이도록.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무너지고 또 무너져도 꿋꿋하게 쌓아온 탓일까. 나의 마음이 제법 그럴싸한 모양이 되었다.

더는 무너지고 싶지 않아서, 무너질 때마다 악착같이 다시 올려 세운 마음이었다.


이제야 봐줄 만한 마음이 갖춰졌을 무렵, 너를 만났다.

호탕한 웃음, 당돌한 성격, 생기 가득한 표정.

아픔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너의 마음이 너무도 단단해 보였다.

그 활기찬 모습이 부러워서, 남몰래 동경했다.


그런데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어느 날, 나의 동경이 흔들렸다.

눈물을 감싼 빗물을 가만히 맞고 있는 너를 보았다.

나에게 본인의 아픔을 표출하는 너를 보았다.

동경했던 그 커다란 마음이, 거대한 성 같았던 마음이. 기어이 흠집이 나는 것을.

쏟아지는 빗속에서 나는 어찌할 바를 몰라서.

나의 마음을 너에게 쓸어 건네주었다.


절대로 무너지고 싶지도, 부서지고 싶지도 않아서 단단하게 쌓아 올린 마음을.

너의 아이 같은 울음에 손수 내어주었다.

너를 동경해 완벽한 척하고 있었던, 허름한 나의 성을. 억수 같은 빗물에 단단히 굳힐 생각도 못 한 채로.



끝끝내 너를 향한 동경은 진실 앞에서 무너졌지만, 나는 너의 몫까지 쌓아 올렸다.
나의 손길은 다시 동경하고픈 마음이었을까. 아니면 동정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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