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날씨: 雨

장마

by 큐인


천둥의 부르짖음과 번개의 번쩍임에 선잠에서 헤어 나왔다.

창문을 두드리는 빗줄기에 하늘을 보았고, 시선의 끝에는 그저 어둠이 가득했으니.




'장마'였다.


오후까지도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긴 시간 동안 멈출 줄을 모르고, 퍼부어 댄다.

언제쯤 그치려나 하는 생각으로 창밖을 바라보면 생기로운 초록을 비추던 여름날의 푸르른 하늘이, 어느새 먹구름으로 그득 잠겨있었다. 어떤 날은 기분이 날씨의 영향을 받는다고들 하는데, 지독하게 맞는 말이었다. 어딘가 무기력하고, 늘어졌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하늘을 뚫어져라 보는 것이었다. 복잡한 마음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그래서인지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어딘가 불편한 마음, 깊이 생각하고 싶지 않은 수많은 일,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들에 대해서.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을 어지럽히고, 해결되지 않은 고민만이 쌓여갈 때. 쉴 새 없이 내리던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며 창문을 마구 두드렸다. 그 틈 덕에 어지럽던 생각을 잠시 멈추고 확인할 수 있었다. 창문을 거세게 두드리다 밑으로 떨어지기를 반복하는 빗방울을.


광막한 하늘이 탁하게 변해가는 사이, 나의 탁함도 쏟아지는 빗물에 조금씩 씻겨 내려갔다. 저 넓고 높은 세상도 맑았던 만큼이나 비워내야 할 것들이 있었나 보다. 지금은 눅눅하고 어두워도, 지난한 시간을 버티면 다시금 맑음을 되찾을 세상에 기대어 나의 흐림도 흘려보낸다. 하늘도, 나도. 그림자가 드리울지언정, 맑음은 늘 존재하니까. 그 맑음을 기다리며.



생각에 잠길 시간이 필요한 거지, 우울에 잠길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니었다.
나의 우울은, 비로. 나의 생각은 맑음으로 흘러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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