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차 애견 미용사의 새로운 시작

3년의 끝과 시작

by 큐인


저는 3년 차 애견 미용사입니다. 아니, 이제는 다르게 소개해야 할까요.


어딜 가나 직업을 물으면 애견 미용사라 대답하였고, 어딜 가나 현재 하는 일이 만족스럽냐 물으면 '그렇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단번에 긍정의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분명히 좋아하는 것은 수두룩했고, 애견 미용도 그중의 하나였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동물을 좋아하는 것이었지, 이 아이들을 미용함으로써 행복한가에 대해 생각해 보면 그건 아니었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디자인을 좋아했고, 창작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꾸미는 것, 그리는 것, 글을 쓰는 것까지. 예체능 위주로 삶을 굴렸다고 생각했고, 그중 미용이라는 직업을 택했다고 생각했는데. 되돌아보면 마음 한편이 불편했습니다. 미용에는 관심이 있었을지언정, 과연 애견 미용을 하고 싶었던 것인지. 동물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가족에게 등 떠밀린 것은 아닌지. 내 선택이 잘못된 것은 아닐지.


물론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돌보고 미용하는 것은 좋았습니다. 미용을 끝내고 나면 전보다 훨씬 예뻐진 얼굴로 보호자를 맞이하는 강아지들의 모습에, 뿌듯함도 있었습니다. 거기까지였습니다. 애당초 이 의문과 답은 애견 미용을 한창 배울 때부터 마음속 깊이 생각하고 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당시, 저를 가르쳐 주던 원장님께서, "우리도 디자이너라고 생각해. 아이들을 미용함으로써 예쁜 옷을 입혀주는 디자이너."라고 하셨는데. 이 말이 너무나 멋져서, 존경스럽고 대단해 보여서. 저 한마디가 3년 동안. 아니, 애견 미용을 배우던 시간까지 합해 5년 동안 저를 이 직업에 머무르게 하였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쉬운 일은 없고, 순탄하기만 한 생활은 없죠.

체력적으로도, 심적으로도 한계에 달했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여전히 강아지는 사랑스럽지만, 제가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원장님께서 내뱉은 말 한마디로 직장 생활을 연명하기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저 자신에게 지속적으로 '이 길이 맞는 길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었으니 말이죠. 그래서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길은 아니구나. 나는 여기에 계속 머무르면 억지스러운 질문만 던지겠구나. 과감히 일을 관뒀습니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 놓아야 할 것은 놓아줘야겠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디자인을 공부해야 할까? 로고를 디자인하는 건 재미있는데.' 혹은 '그림을 공부해서 그림을 그려볼까? 상상하는 것을 그림으로 그려낼 수 있다면 멋질 텐데.' 많은 생각을 했지만, 시집을 좋아했던 저는 글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쪽을 택했습니다. 디자인도, 그림도 멋지지만. 글이 주는 힘이 생각보다 강하고, 진해서. 글을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글에는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순간의 감정 하나, 표정 하나, 동작 하나까지. 모든 걸 글로 표현할 수 있으니 말이죠. 브런치에서는 그저 애견 미용사라는 직업을 관두고, 글을 쓰려는 사람입니다. 여태껏 일을 하며 느꼈던 것들에 대해서. 혹은 제 생각이나, 감정, 그동안 못 적었던 상상 속 단편 소설을 적어볼까 합니다. 글은 과거나 현재, 미래. 어느 것에도 제한을 받지 않고, 많은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며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도 생각합니다. 부디 제가 쓰는 글에서 공감과 힘을 얻어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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