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도 사춘기라고요? 네, 그렇다네요
아이가 갑자기 까칠해졌다.
설마 설마 했는데 사춘기 시작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아니면 지금 복용하고 있는 약의 부작용일까?
너무 두렵고 심장이 누군가가 쥐어짜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이 아빠가 처음으로 훈육을 했다.
그동안 훈육은 나의 몫이었기에, 아빠는 늘 허용적인 사람이었다.
아이 아빠는 나에게도 강압적인 훈육은 하지 않길 원했다.
최근에 이런 훈육의 의견 차이로 종종 다투곤 하였다.
가장 큰 의견차이는 당연히 핸드폰..
나는 무조건 차단해야 한다는 입장, 남편은 제한을 두고 쓰게 해야 한다는 입장.
결국 나의 의지로 하루정도 빼앗았던 핸드폰도
남편의 의견에 따라 다음날 아이 가방에 넣어주었다.
결국 곪았던 일이 터져버렸다.
아이가 남편에게 대드는 일이 발생했다.
이유는 “옐로카드”때문이었다.
매일 해야 하는 일이 있음에도, 아이는 하루 종일 놀다가 밤 10시가 다되어서야 공부를 시작했다.
그 모습을 고치기 위해 남편은 옐로카드 제도를 도입했다.
노는 건 상관없으니 밤 9시 전에 해야 할 일은 모두 끝내기로.
OK!라고 크게 외친 아들이었지만, 막상 다음날 옐로카드를 받으니,
용납을 못했다. (아니 그럼 시간 맞춰하던가?)
큰 눈을 부릅뜨고 아빠와 눈을 마주치며 노려보며 소리친다.
“내 일이니 신경 쓰지 마, 아빠도 그럼 9시까지만 일하고 하지 마!!”
“엄마, 아빠가 나한테 신경 쓰지 않았으면 좋겠어!!”
먼발치서 듣고 있던 나도 가슴이 쓰라렸는데,
그 앞에서 아이의 눈을 마주치며 듣는 외침은.. 남편은 어땠을까?
결국 남편은 화를 이기지 못하고,
산책을 해야 될 것 같다며 문 밖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이럴 때 나는 어떻게 해야 될까?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아이와 말도 섞기 싫어졌다.
내 품 안에서 엄마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던 꼬맹이가
언제 이렇게 커서 엄마 아빠가 필요 없다는 말을 할 수 있을까?
내가 알던 우리 아이가 맞나?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닌데…..
아이가 방에 들어가지 않았는데, 난 먼저 잠자리에 누웠다.
누워서 뒤척이는데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마음은 더 찢어질 것처럼 아프다.
평소대로라면 나도 불같이 화내고 말았을 것인데,
아이를 존중해 줘야 되겠다는 마음이 요즘 들어 크게 다가왔다.
하나의 인격체로 보고, 중학생정도의 아이라고 생각하고 대하기로 마음먹었다.
내 마음이 흥분상태가 되지 않도록 가다듬고 또 가다듬었다.
다음날 아이가 하교 후 집 앞에 카페로 아이를 잠깐 불렀다.
이야기하고 싶다고 시간 괜찮냐고 물었다.
아이는 친구들과 놀기 전 잠깐 시간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동안 “이리 와, 얘기해! 앉아!”이런 강압적인 말투와 다르게 대했다.
자리에 앉으니 아이도 차분히 앉았다.
어제의 흥분은 가라앉아 있었고,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미 눈치챈 것 같다.
“아들아 어제 너의 잘못한 행동은 2가지였어. 알고 있니?”
“응”
“하나는, 엄마가 몸이 안 좋아서 친구들과 나가서 놀라고 했을 때, 화내면서 나간 것,
그리고 또 하나는 아빠에게 대든 것. 이렇게 2가지야. 인정하니? “
“응, 나도 알고 있어”
“아빠가 많이 상처받은 것 같아, 아들아. 요즘 기분이 갑자기 짜증 나고 화나고 그러니?”
“응, 나도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집에 오면 계속 짜증 나고 화나”
“맞아, 그래서 엄마가 학원도 조절했고, 최대한 스트레스받지 말고 밖에서 놀라고 하잖아”
“응, 알고 있어.”
“밖에서 노는 거로 뭐라 하지는 않아. 재밌게 몸으로 뛰어노는 것에 대해서 말이야.
하지만 어제 아들이 엄마에게 보여줬던 행동은 정말 잘못된 행동이야. 너도 알고 있지? “
“응, 마음이 찝찝했어. 계속 생각났어.”
“맞아, 아들아 너에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더욱 잘해야 하는 거야. 너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친구들이 아니야. 정말 필요할 때 너의 편을 들어주는 사람은 우리 가족밖에 없어.
요즘 아들의 태도가 엄마에게 많은 실망을 주었는데,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되지 않았으면 해. “
“응, 엄마 미안해. 있다가 아빠한테도 꼭 사과할게”
우리의 대화는 이렇게 끝났다.
나는 처음으로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아이에게 화를 내지 않았다.
중학생 아이와 이야기하는 것처럼 최대한 논리적으로 이야기하려고 노력했다.
차분하게 이야기하니 아이도 잘 이해하는 것 같았다.
사춘기를 시작하는 ADHD인 아이는 정말 너무나도 힘들다.
감정적으로 미성숙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성숙하다.
그래서 마치 어른처럼 행동하려 하지만 너무나 또래보다 맞지 않는 행동을 한다.
머리와 몸이 따로 노는 것 같은 느낌이다.
내가 보기엔 마치 7살짜리 아이가 행동하는 것 같다.
이번 주는 유난히 폭풍 같은 한 주였다.
나는 어제도 내가 화를 삭인 것에 대한 대가, 공황장애 약을 추가로 처방받아 왔다.
아이에게 화를 안 내고, 속으로 삭이니 내 마음이 자꾸 병드는 것 같은 기분이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아이가 나아진다면,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
태도는 정말 밉지만, 너무나 사랑스러운 내 아이기에..
빨리 이 시간이 지나갔으면 좋겠다.
그동안 좋은 부모라고 착각했던 내가 참 한심하다.
아직도 공부할게 태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