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고받음의 마음

- 동등한 관계

by 안녕제이

Give and Take

세상에 공짜는 없다.

공짜 좋아하면 대머리 된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

마음을 주든, 돈을 주든, 물건을 주든,

이유 없이 주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상대가 누구든 간에 받기만 하고 싶지 않다.

가족들한테 받은 사랑만큼 나도 사랑으로 돌려주고 싶다.

사회적으로 만난 상대가 무언가 나에게 해줬다면,

비슷하거나 더한 걸로 갚고 싶지,

그냥 고맙습니다 말 한마디로 끝내고 싶지 않다.


이런 마음은 나의 알량한 자존심에서 나온 것이라고 봐야 할까?


그럼 돈이 많은 부자를 만나면 나는 그에게 매번 얻어먹어야 맞는 것일까.

반대로, 내가 거지를 만나면, 나는 무조건 그들에게 무언가를 주기만 해야 하는 것일까.


그래서 공짜밥, 공짜술, 공짜 선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

이해가 가면서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또한 '과연 저게 정말 공짜일까'라는 생각도 나의 마음 한구석에 있다.


** 받는 관계


1

만날 때마다 밥을 잘 사주시고,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마다, 과일, 케이크를 보내주는 회사 상사의 사모님이 있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나의 와이프를 사모님이 챙겨 주실까?

이건 가정교육의 결과인가? 아니면 원래 집이 잘 살아서 그런 것일까?

이런 마음이 들며, 그녀의 행동이 부담스러웠다.


아마 아랫사람인 내가 본인의 남편인 상사에게 잘해주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라 생각했다.

첫 만남 이후 거의 1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분의 배려와 씀씀이는 그대로이다.

어쩌면, 그분이 완벽한 연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내가 만날 때마다 느끼는 그분의 마음 씀씀이와 배려심은 진심으로 느껴졌다.


그래서일까. 나의 와이프는 그 사모님을 종종 칭찬한다.

그분이 이렇게 챙겨주셨다, 그분이 이런 걸 사주셨다.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그래서 항상 와이프에게 이야기한다.

혹시 형수님이 밥을 사면 커피라도 사고,

한번 식사를 얻어먹으면 담에는 꼭 당신이 사고,

행여나 무슨 일이 있으면 과일 보내드리고 해라.


2

예전에 영국 출장을 갈 때 거래처 사장님과 같이 간 적이 있다.

거래처의 요청에 따른 방문이었다.

나는 출장 경험이 있었고, 사장님은 처음이었기에,

일이 끝나고 저녁에 일부 유명한 관광지를 보여드리고,

출장 마무리 시점에, 그분은 가족 선물을, 나는 사고 싶은 신발을 사러 같이 쇼핑을 갔다.


20만 원 정도의 전부터 사려고 고심하던 신발을 사러 가서

사이즈에 맞춰 신어보고 내가 계산하려는데, 사장님이 결제를 해주셨다.

'계속 이렇게 챙겨주고 좋은 데를 보여줘서 고마워요. 제가 계산할게요.'

당시 어린 마음에 거절을 못하고, '감사합니다' 하며 신발을 들고 왔다.


처음에는 공짜 신발이 생겼다고 기분이 좋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신발을 신을 때마다 그 사장님 생각이 나고,

왠지 내가 이 업체를 밀어줘야 할 것 같고,

업체 제품에 문제가 있어도 좋게 넘어가야 할 거 같고.

신발 하나로, 나는 이 업체와 편하게 일할 자유를 잊어버렸다.

혹시나 이 얘기가 다른 사람 귀에 들어갈까 걱정도 되었다.


이후 몇 년이 흘러, 내가 해외 발령이 나게 되었다.

본사 출근 마지막날, 이 업체 사장님이 오셔서,

그동안 같이 일을 많이 해왔는데, 이렇게 멀어져서 아쉽다며,

조심히 잘 가고 일 있으면 연락 달라고 하시면서 내 자리에 봉투 한 개를 두고 가셨다.


당시 좀 바쁜 상황이어서 확인도 못하고,

약간 시간이 지나서 열어보니,

약 600불 정도의 미화가 있었다.

돈을 본 순간 또 많은 고민이 들었다.


이 돈이면 어떤 걸 할 수 있는데, 이제 해외 나가서 한동안 있을 건데, 그냥 받아야 하나?

퇴근 시간이 얼마 안 남고, 자리를 정리하는 순간에도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것 같아, 업체 사장님이 기분이 나쁘지 않게 편지를 쓰고,

돈과 다른 물건을 같이 동봉하여 따로 보내드렸다.


"사장님, 너무 감사한데 마음만 받겠습니다.

사장님의 빠른 개발 진행과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계속 이렇게 인연이 닿고 오랜 시간 동안 같이 일을 하였네요.

해외 가서도 필요한 것 있으면 연락드리겠습니다.

항상 건강 잘 챙기시고 다음에 한국 오면 뵙겠습니다."


혹시나 회사에서 알고 업체에 불이익을 줄까 고민이 되어 다른 사람에게 얘기를 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돌려드리니 나는 마음이 너무 편해졌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장님이 기분이 안 좋았을까 걱정도 되었다.


지금은 나의 해외 근무 시간이 길어지면서 이 사장님과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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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까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간사하다.

나는 상대방에게 받은 만큼 베풀고 싶어 하는데,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다.

내가 대가를 바라지 않고 상대에게 물질적 혹은 심적인 감사의 표현을 하였을 때,

상대방에게서 돌아오는 게 없으면, 왠지 섭섭한 마음이 든다.

마치 나 혼자 짝사랑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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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는 관계


1

반년에 한번 정도 회사 내 팀원들과 회식을 하고, 사비로 계산한다.

출장을 다녀오거나 연휴 중 해외여행을 다녀오면, 사비로 선물을 사다 준다.

그들은 고맙다고 하고, 나는 이 마음이 진심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이 출장을 다녀오거나, 연휴 때 여행을 다녀와도 대부분 빈손으로 온다.

내가 선물을 주고, 회식을 한 것은,

나를 믿고 따라와 준, 열심히 일하는 것들에 작은 고마움의 표시였다.

무언가 바라고 한 것은 아니지만, 그냥 마음 한편으로 섭섭한 느낌이 있다.


물론 모든 직원이 그런 것은 아니다.

연휴 이후 부모님 댁에서 농사지은 과일이라고 먹어보라고 가지고 온 직원이 있다.

단순히 돈으로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닌,

부모님이 정성을 들여서 키운 과일을 나를 위해 챙겨 왔다는 그의 마음 씀씀이가 너무 고마웠다.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며, 그 나라의 특산품 같은 것을 사 온 직원도 있다.

내가 전에 선물을 사려고 고민했던 시간들이 있기에, 그 물건이 좋든 안 좋든,

그들이 나를 위해 준비하며 신경 쓰고, 고민했던 그런 감정들에 대해 참 고마운 마음이 생긴다.


내 생일이라고 한 직원이 개인적으로 선물을 준비하고, 깜짝 이벤트를 준비해서 준 적이 있다.

선물을 준비하고, 다른 팀원들에게도 이야기해

짧지만 모두들 편지를 쓰고, 포장을 해서 몰래 전달해 주는,

선물의 가치를 떠나, 그 직원이 준비해서 진행한 일련의 모든 과정과 마음 씀씀이가 너무 고마웠다.


이렇게 금액의 크고 적음을 떠나, 내가 해준 것보다

더 마음을 써서 나에게 다시 표현을 해 주는 직원의 경우,

개인적으로 모든 직원들을 동일하게 대하려고 하지만,

나도 모르게 그런 직원들이 참 고맙고 왠지 더 정이 간다.


2

여러 종류의 모임이 있다.

친한 친구들 모임은, 말하기 전에 알아서 계산한다.

1차는 한 친구가 먼저 계산하고 오고,

2차는 다른 친구가 계산하고 오고.

서로 벌이가 다르지만, 어느 정도 높고 낮음을 알기에,

상황에 맞춰 서로 계산을 알아서 한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로 상황에 맞춰 계산을 한다.


회사 내 가까운 사람 모임도 비슷하다.

더치를 하던가, 오늘은 내가 살게, 이런 식으로 해서 서로 부담이 안된다.


하지만 어떤 모임은 누가 먼저 나서서 계산하길 기다린다.

이런 모임은 제일 좋아하는데,

계산할 때는 빠져 있다가 계산 후 나타난다.


술을 먹었으니 2차를 또 가자,

후식으로 비싼 아이스크림을 먹자고 하여

또 먹고 계산할 때 되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다음날 술에 취해 기억이 안 난다고 얘기를 하기도 하고,

혹은 이유를 찾아 '오늘은 네가 함 사는 거냐'라고 이야기를 한다.

심적으로, '이 사람도 개인 사정이 있겠거니' 하지만,

매번 반복되면, 왠지 만나기가 불편해진다.



나는 동등한 입장이고 싶고 당당하고 싶다.

상대가 누구든 간에, 회사의 보스든, 거래처 사람이든, 아랫사람이든, 지인이든, 친구든

(어느 정도 상황에 맞는 눈치는 필요하겠지만)

동등한 입장에서, 하고 싶은 말은 하고, 상대에게 떳떳하고 싶다.


그래서 누군가한테서 받기만 하고 싶지 않다.

나를 좋아한다고, 내가 관심이 없는 사람이

나한테 열렬하게 사모하는 마음을 보내고, 편지를 보내고 한다면,

처음에는 고맙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관계가 오랫동안 유지가 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돈의 많고 적음을 떠나, 한 사람이 계속 음식이든 술이든 사기만 한다면,

둘의 처음 만났을 때의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그 관계는 한쪽은 밥을 사는, 한쪽은 밥을 얻어먹기만 하는 관계로

그 처음의 목적이 변질될 수 있다.

혹시나 서로의 입장이 바뀌었을 때, 이러한 관계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짧은 한순간만을 보지 말고,

정말 이 사람이 좋고 그 관계를 길게 유지하고 싶다면,

자유롭고 진실되게 이야기를 하는 동등한 입장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진정한 관계는 주고받음의 균형과 서로에 대한 진심 어린 이해와 배려에서 비롯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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