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간은 모두 같은 하늘 아래에서 살아간다. 하늘은 구름을 만들고, 구름은 바람을 만든다. 우리는 모두 바람을 맞는다, 하지만 왜 저 바람은 이 바람보다 더 따스하게 부는걸까. 문득 생각이 든다, 저 바람은 혹시 그냥 바람이 아닐지도 모른다. 저 바람은 구름에서 만들어진것이 아니라 사람이 만든것 아닐까.
10년전 난 중학교 중간고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뉴스에서는 자꾸만 뭐라고 떠들어댔다. 모든 어른들이 그랬던건 아니지만 몇몇 어른들은 웃음기가 사라졌다. 난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그것보다도 난 다행이었다. 사건이 터지기전 수학여행을 갔다와서 다행이었다. 만약 5월에 수학여행이 예정되있었다면 분명 취소되었을테니 말이다. 우리 아버지는 뉴스를 좋아했고 저녁시간 티비를 틀고 난 계속해서 엎어진 배를 쳐다봤다.
영어공부를 하기 위해 뉴욕타임즈를 쳐다본다. 오늘도 어김없이 팔레스타인 전쟁의 기사들이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병원이 산산조각 나고 어린아이들이 죽는다. 기사를 끝까지 읽는다. 제법 기사가 잘 읽힌다. 어느정도 영어실력이 늘었나보다. 컴퓨터를 끈다. 10년이 지나도 난 달라지지 않았다. 밖을 나서고 바람이 분다. 날씨는 맑고 기분좋은 바람이 분다. 이 바람은 분명 구름에서 만들어진것이다. 하지만 세상 어딘가에는 사람이 만든 바람이 불고있다. 그 바람은 오한을 떨게 만들것이고 애써 감은 눈두덩이를 뒤집어 부어오르게 만들것이고 왜 당신은 세상에 남아 있냐고 물어보고 있을것이다. 나는 궁금하다. 내가 바람을 즐겨도 되는지 궁금하다. 세상 어딘가에는 누군가가 천개의 바람이 되어 대지를 적시고 있을텐데, 내가 세찬 여름바람을 즐겨도 되는지 궁금하다.어린아이의 죽음을 언제까지 영어공부로 써도 되는지 난 궁금하다. 나는 세상 사람들이 궁금하다. 그들이 여름밤 달을 바라보며 걸을때 부는 바람이 유일한 바람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나는 세상이 궁금하다. 왜 같은 태양 같은 하늘 아래 다른 바람이 부는것인지 궁금하다. 오늘 난 할 수 있는게 없다. 내일도 딱히 할 수 있는게 없는것 같다. 혹시라도 기회가 되어 바람에 대해 기사를 쓸 날이 오게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래도 딱히 할 수 있는건 없을것이다. 내 기사는 누군가의 언론고시 공부로 쓰일것이다. 직접 본인의 눈으로 바람의 눈물을 보고, 귀로 바람의 비명을 듣고, 피부에 바람의 핏자국이 튀기지 않는한 저쪽 바람을 이해할 수 없을것이다. 하지만 난 저쪽 바람에 대해 쓰고 싶다. 비록 바람의 장송곡을 멈출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인간의 의무란 같은 인류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는것이라고 누군가가 말했다. 비겁하지만 난 기레기짓으로 내 의무를 다하고 싶다. 난 종군기자가 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