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도서관에서 책을 읽는다.
비가 하늘에서 쏟아진다.
커피를 사러 산책을 나선다.
걸어다니는 사람도 없다.
지나다니는 차도 별로 없다.
오로지 숨막히는 빗소리만 들린다.
우산을 낮게 써 비를 막는다… 하지만 어림도 없다.
양말은 스펀지처럼 부풀어 오르고 내 왼쪽 어깨는 서서히 진하게 물들어간다.
우산을 더 낮게 쓴다. 앞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어차피 부딪힐 사람도 없을텐데 문제없다.
내 시야는 내 발바닥과 조용한 담벼락들로 채워진다.
자주 걷던 산책길이지만 전혀 다른 풍경이다.
거리가 보이지 않고 내 발걸음이 보이기 시작한다.
살다보면 신기한 경험을 할때가 많다.
사람과 길을 걸으면 대화가 지겨운 나머지 같이 걸었던 거리만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가끔은 분명 길을 걸었지만 담벼락 하나도 기억에 안 남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의 눈만 쫓다가 그만 거리를 놓쳐버린것이다.
거리가 안 보이는 산책이 훨씬 재밌는것 같다.
물 웅덩이들을 피해 걸으며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