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스키한 목소리에 짧은 스포츠머리를 하고 계신 건축주를 만났다. 건축주는 오랜 시간을 청담동 한자리에서만 식당을 운영하셨다. 소를 직접 도축하고 부위별로 주문하여 육즙이 살아있는 꽃등심 구이를 주요 시그니처로 밀고 있는 식당이다.
새벽집의 메인 메뉴는 꽃등심이다. 그래서인지 한우 꽃등심은 마블링 자체가 예술이다. 갈비탕도 맛있고 소문이 나서인지 점심시간이면 줄을 서서 대기하는 손님들로 분주하다. 실제로 연예인들이 새벽집을 많이 들렸고 방송에서도 몇 차례 소개가 된 적이 있다. 허름하고 오래된 건물이었지만 확실히 청담동 옛집의 정서가 고스란히 남아있어 정감이 있다. 건축주는 몇 개의 건물을 지어본 경험도 있으며 상당히 호쾌한 성격과 카리스마가 넘치는 인상의 소유자였다.
방송에서 소개되고 있는 맛집 정보 블로거 : - 새벽집 - YouTube
건물 주변 현황조사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새벽집'은 도시지역,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10층 이상의 건물을 충분히 지어도 가능하게 건폐율과 용적률이 넉넉하다.
주변은 주택가 밀집지역이지만 새벽집 인근에는 청담대로와 인접한 사거리 모퉁이 대지로 접근성이 뛰어난 부지였다. 하지만 오랜 세월 건물을 손대지 않아 구조적으로 취약해 보였고 특히 지붕 옥상 부분에서 방수에 대한 문제가 심각해 보였다. 365일 휴일 없이 식당 영업을 하다 보니 건물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다고 했다.
http://www.eum.go.kr/web/ 토지 이음 정보공개
건축주에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고 건물이 노후화된 배경과 리모델링에 관한 구체적인 제시를 해드렸다. 대지를 조사하면서 공사가 되도록 하는 설계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했다. 우선 영업에 지장이 없도록 공사가 가능해야 했다. 최단시간에 철거를 기획하여야 하는 골치 아픈 공사가 예상되었다. 주변의 건물들도 상당히 오래되었고 대지경계를 따라 좁은 도로와 맞물려 인접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곳곳에 민원 발생 요지를 띄고 있었다.
지금까지 해 왔던 설계 중 이번 프로젝트의 대지 상황은 최고의 악조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조건들이 더 좋은 설계를 만들 수 있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축주는 이러한 상황들을 잘 해결하고 모색해서 청담동에서 소문나고 주변을 압도할 수 있는 랜드마크로 세워달라고 주문했다.
강남구 청담도에 위치한 근린생활시설 음식점 (새벽집) / stetch
변경 전 건물 이미지 (왼쪽) / 증축 후 가상으로 변경해본 건물 이미지 (오른쪽)
건물 스케치와 아이디어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건축주의 제안을 최대한 반영해서 아이디어를 짜내야 한다. 보통은 건축가의 취향이나 좋아하는 디자인을 건축주에게 제시하고 설득시켜 본연의 콘셉트를 취하기도 한다. 하지만 건축주가 원하는 디자인이 아니어서 건축주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결국 다 부질없는 일이 되어 버린다. 쉽게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으면 홍역을 앓듯이 시름시름 감기몸살처럼 잠을 못 이룬다. 이미 건축주는 다른 회사와도 경쟁을 시켰다고 했다. 어떻게 하면 건축주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하고 평소보다 많이 생각했다.
건축주의 사업에 도움을 주자는 방향으로 설계를 하자는 생각으로 잠못이루던 중 갑자기 번뜩하고 설계 디자인이 떠올랐다. 기존 건물의 수직상승감을 높이고 1층 후면의 주차장은 공간 연출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하면 건물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미국 뉴욕에서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 해왔던 경험을 최대한 살려보았다.
뉴욕에서 건축물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혔고 건축에 대한 남다른 시도를 많이 해 본 경험이 좋은 생각을 떠올리게 했다. 주출입구는 상부의 슬라브를 절개하여 입구 쪽의 개방감을 최대화시키려고 노력했다. 또한 좁고 깊숙한 손님 통로는 중정을 만들고 계류를 만들어서 손님들이 답답해하지 않도록 연출하는 것이 중요했다. 내부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는 역할이 꼭 필요해 보였다.
건물 시공과정 이미지 (sketch up)
훌륭한 건축가를 꿈꾸며
만일 건축가가 지닐 수 있는 꿈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매일매일의 생활공간을 살 만한 곳으로 만들어 보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면 문화갤러리가 아닐까 생각된다.
하지만 상황은 추구하고 싶은 비전과는 거리가 멀다.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낡고 나이 먹은 건물들이 대부분이며 리모델링으로 손대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모두 철거 후 신축건물을 짓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고 공사기간도 단축되는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클라이언트의 요구와 제시가 더 선수가 되어야 한다. 만약 이런 기본적인 룰을 그르치고 건축가의 고집이나 아집으로 프로젝트에 임한다면 건축사는 고생만 하고 명예는 얻지 못하는, 중요한 일을 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건축사로서 일생을 보낼 각오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계획의 질을 높이는 일은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다. 좋은 건축사가 많아야 하고 일반 대중들의 건축에 대한 이해나 관심의 정도가 상당히 높아야 하고 중요하다. 건축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방법 중의 하나는 이미 이루어진 일들에 대한 관심과 공평한 평가 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요소가 있다면 배우고 익히고 발전시키는 일도 끊임없이 해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무작정 그려보고 스케치해보면 무엇이라도 해서 조금 더 나은 것을 만들고 고민하고 노력했던 흔적을 접하게 된다. 이름 없는 건축사가 되더라도 건축사 각자가 노력을 더 해야 한다는 것은 반론의 여지가 없다.
최종 건물 투시도 계획안 ALT :1안 ALT:2안
건축사사무소 회인 대표 건축사 모일(회)사람(인) 사람이 모이는 회사 Goodmeeting & Partn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