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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스트랄 Oct 31. 2024

손바닥 속의 세계

출퇴근 지하철 안에서

전철을 탄다


조용한 도시

자신의 손바닥 안에 갇힌 사람들

나도 그렇다


평생 가도 다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할

내 작은 손 안의 더 작디작은 세계


간은

나는 손오공

근두운을 타고

삼장법사를 모시고

저팔계와 사오정을 데리고

무시무시한 요괴와 싸운다


나를 방해하는 건 오직 하나

내 머리에 붙은 거머리 같은 금고아

실낱 같은 마지막 미션을 날린다


내려야 할 역은 ᆢ야. 잊지 마.


전철에서 내린다

플랫폼에 발끝을 내디딘 그 순간


나는 다시

후줄근한 셔츠

땀을 비 오듯 흘리다

머리카락까지 젖어버린

그래서 금고아조차 벗어버린

사피엔스 한 개체일 뿐

간은


손바닥 어딘가에 기록된

여의봉을 휘두르던 시간

알고리즘이 내게 말하겠지


인간님, 당신은 ᆢ를 좋아하시는군요.


수백만 년 전 어떤 공간에도

그렇게 시간은 기록되었을 걸

알고리즘 따윈 없었어도


네모난 블랙홀 같은

내 손바닥 속 울트라 마이크로 코스모스가

그렇게 말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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