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초록과
빗물을 가뜩 머금은 웅덩이
바스러진 나무 사이를
마음에 빗댈 수 있을까
사물을 완벽히 이해할 수 없다면
비유를 하기 위해 내뱉어진 글자들은
글자이기 전에 어떤 형태였을까
나의 마음 진실한 것인가
존재하기는 하나
옆으로 뉠 때 마다
물에 잠긴 체로
애써 호흡하는 그 시간들 또한
완벽히 이해할 수 없는 비유인가
흩뿌려져 아릿한 금목서의 향과
노랗게 일렁이는 거리도
모두 알지 못할 비유인가
이런 생각마저 의심스러워
빗대기 전에 느꼈던 태초로 돌아가
시간과 색채와 향기들을 떠올리지만
단어로 정의한 순간 본질과 멀어진다
난 스스로 잠기는 것을 바라고
서늘하게 초록빛으로 물들다
어떠한 것을 원해 찾아왔는지
소복이 잊어가겠지
그래도 괜찮아
잠시 눈을 감고
아무도 찾지 못하는 곳으로 가라앉아
소리도 단어도 기억도
체온도 표정도 어떠한 빗댈 것이 없는
바닥이 없는 늪의 끝에 도달해
곡해되기 전에 비유와 마주할 것을 기대하며
그것이 무슨 형태였는지 알지 못한 채로
초록으로 수렴하는 건
투명한 욕망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