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술을 먹은 기억
맞지도 않는 옷을 입은 기억
읊조린 적 없는 글을 내뱉은 기억
내 사유가
글이 되어 흐르는 것이라면
흐르게 두고 싶지 않다
고이다 못해 썩게 두고 싶다
선악이 무엇이 중요하랴
양초가 촛불이 되어 촛농과 재를 남기는 일에
선악을 부여할 수 있을까
사유란 것은 존재하는 것인가
휘발되지 않았는가?
선착장에 묶여있는 밧줄을 밟고 다닌 나에게
어느 어부가 묻길
왜 여기 있습니까?
바다가 있어서요
그리고 사유할 것이 없어서요
흐르게 두지 못하고 잡아 두지도 못할 것만이 남아
나를 괴롭히기에
스스로 밧줄에 묶이길 원했다고
말을 한 적이 없다
한 사람의 사유란 것은
쓰거나 읽거나 인식하기 이전에
선악을 부여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초월한 문제이기에
나는, 저주를 받았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되뇌이며 도망친 길이 겨우 이런 바다라니
아
밧줄엔 바다 내음이
그리고 나는 꺼내어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