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솔산에 눈이 한가득 쌓여
소리와 입김마저 설경에 묻힌 어느 날
새와 구름이 나보다 낮게 나는 곳에서
비밀스럽게 추모한 적이 있다
이곳을 당신과 함께 보고 싶다고
그 이전에 당신과 함께하고 싶다고.
그 바람이 바람을 타고
새와 구름의 등에 은밀하게 실렸다
푸른 천공의 실로 땋은 말들은
이제 그들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희지도 푸르지도 않은 게 보일 때가 있다.
그것이 눈이 되어 다시 내릴 때
다시 산으로 올라가
높디높은 바람을 실으려 했다
그날 이후
정상에 도달한 적이 없는 사실은 비밀이다.
내가 땋은 것은 천공이 아니라
어스름히 빛나는 햇빛이었음을
눈보라에서 헤매다 눈치채고 말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