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이 바래질 만큼 적었네
손목이 바래질 만큼 적었네
손목이 바래질 만큼 적었네
사랑을 잊고 잃기 위해
그 사람에 대해 빽빽이 적었지
그 사람 생각하지 않겠다고
괜찮아질 때까지 적었지
미려하게 흔들리는 붉은 머리카락
작고 날카로운 눈매
옹졸하고 귀여운 입술
춤을 출 때의 손목이 꺾이는 방향
시시하고 야한 농담들을
손목이 바래질 만큼 적었네
사랑을 하고 옆에서 잠들고
같이 춤을 추고 발이 엉켜 넘어지고
미래에 대해 얘기하다 주름이 지고
서로의 발자국을 남기고 지워지는 걸 바라보기를
손목이 바래질 만큼 적었네
너에게 할 말이 너무나 많았는데
나. 끝내 잃어버렸네
끝내 떠오르지 못했네
미안합니다 정말로 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