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초록인 숲을 나무가 둘러앉아 존재를 갉아먹는다

검은 시

by 내여름

그 숲에 웅크린 체로 있는

나무 한 그루가 을씨년스러워

쉽게 다가갈 수 없다.


나무는 나무이기 전에

어린이를 태우는 목마였다.

기억도 나지 않는 키 작은 유원지

흙먼지가 유독 노랗던 유년시절에

도는 것이 목표이자 돌 줄만 알았던 그 목마는

검은 숲의 일원이 되었다.


보아라

나무줄기 사이 햇빛이 찢어발긴 흔적을

자신의 가지로 사정없이 후려친 모습을

가을이 한 번도 오지 않고

잔인한 여름만이 반복되어서

어둠보다 짙어진 초록의 잎사귀를


보아라

비릿한 나뭇잎을

멈추지 않는 날카로운 빗소리를

한때 물이었던 목마가

갈기갈기 찢어지는 모습을


저자를 죽여라

검은 나무들 그제야

참아왔던 웃음을 터뜨린다

그 과실 모두 떨어뜨려

목마의 비명에 환희를 곁들이곤

비릿한 나뭇잎을 와작와작 씹어

수군수군거린다

목마는 더 이상 들을 수 없다


나무는 이전에 물이었다

물은 이전에 비였다

비는 이전에 구름이었다

구름은 이전에 나무였다


나는 이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