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없는 솔직함
“친구 사이에도 선이 있는 것 같아 보여.”
그 말을 한 친구는, 나를 정확히 본 거다.
왜냐면 나는, 나 자신에게조차도 선이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상대의 솔직한 말이 왜 이토록 날카롭게 느껴지는 걸까.
한참을 생각해봤다.
“야, 그런 것도 못 해? 아 진짜 답답해. 그냥 해ㅋㅋ”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게 던지는 말.
친구 사이에 흔히 오갈 수 있는 농담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그 말에 웃으면서도 마음 한 쪽이 찔린다.
정말 내가 그런 것도 못 하는, 답답하고 하찮은 사람인 걸까.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나는 한 번도 나를 그런 사람이라고 여긴 적이 없다.
단지 그걸 왜 해야 하는지, 아직 받아들이지 못했을 뿐.
그래서 ‘답답하다’는 평가는,
애초에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이다.
“그렇게 하고 싶으면 네가 해. 난 못 하겠어.”
“지금 네 얘기하다 나온 거잖아. 그럴 거면 뭐 하러 물어봤어?
내가 솔직히 말하는데, 너 그렇게 안 하면 완전 민폐야.”
나를 위한다는 명분 아래
내 삶의 기준을 흔드는 말들.
그 말들 속에는 분명 애정도 있고, 걱정도 있었겠지.
하지만 그 안엔 나를 위하는 척하며
나의 방식과 경계를 흔드는 말들도 섞여 있었다.
듣지 않으면 나쁜 사람,
거절하면 이기적인 사람 같게 만드는 말들.
솔직하다는 이름 아래,
내 마음의 선을 무시한 말들.
그렇다고 상대가 틀렸다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니다.
다만, 솔직함이라는 이름에
때때로 무례로 다가오는 순간이 있다는 걸 말하고 싶다.
나는 마음에도 선이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친구 사이에도, 그 선이 있다고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