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드에세이 ] < 행복레시피 > 유정 이숙한
김칫국은 어떻게 끓여야 맛있을까, 김칫국을 맛있게 끓이려면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요리는 기다림의 미학이다. 요리를 할 때 들인 시간만큼 맛이 결정된다.
김칫국을 요청받았다. 포기김치에서 겉잎 부분 3줄기와 우거지로 올린 잎을 가위로
잘라 쌀뜨물 2컵을 붓고 다시마 4쪽을 넣고 육수가 없으니 다시 멸치 5마리와 디포리 3마리를
망에 담아 보글보글 볶듯이 끓였다.
멸치육수를 제대로 내려면 7마리쯤 넣어야 멸치 육수맛이 깊게 우러난다.
천천히 생각하며 요리해야 하는데 급한 성격 탓에 늘 서두르게 된다.
먼저 김치를 쌀뜨물과 멸치를 넣고 10분쯤 볶으니 김치가 사각사각 익었다.
쌀뜨물 4컵을 붓고 파뿌리를 넣고 끓였다. 뭔가 빠진 맛이다.
약불에 40분 끓여야 김치와 멸치에서 깊은 맛이 우러난다.
가스레인지가 3 구인데 2구가 고장이 나서 점화와 동시에 바로 꺼졌다.
서비스를 신청했는데 오전 10시경 방문하기로 했다.
가시에 불이 점화되지 않으니 짜증이 나고 요리할 마음이 사라진다.
다진 마늘 반 스푼 넣어도 김칫국은 깊은 맛이 나지 않는다.
김치국물을 반 국자 넣어도 맛이 신통치 않아 감치미를 1/4 ts과 대파를 넣었다.
여전히 1% 부족한 맛이다. 김칫국물 조금 더 넣었더니 나아졌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보니 김칫국이 건더기는 많고 국물이 작다.
그래서 쌀뜨물 두 컵과 새우젓 1ts을 더 부어주고 약불에 천천히 20분을 끓였다.
맛을 보았다. 바로 이 맛이야! 표고버섯 가루와 새우가루를 넣었다.
김칫국은 약불에 40분쯤 끓여야 김치 본연의 맛이 우러나온다.
이론은 잘 알지만 빨리 상에 올리려고 20분으로 시간을 단축하고
새우젓을 넣지 않았더니 1% 부족한 맛이 난 것이다.
김칫국에는 새우젓이 1 티스푼 들어가야 맛이 완성된다.
요리는 기다림이다. 재료의 깊은 맛이 나기 위해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것!
뭇국이나 미역국도 마찬가지다. 끓기 시작하여 약불에 30분 이상 끓여줘야
뭇국도 무가 푹 물러 단맛이 나고 미역국도 구수한 맛이 나는 것이다.
어린 시절 가마솥에 짚불을 지피면서 끓기 시작하면 아궁이에 남은 잔불로 김칫국이나
뭇국을 천천히 끓였으므로 구수한 맛이었다. 어릴 때 먹은 엄마표 김칫국은 항상 그 맛이었다.
김치를 썰어 넣고 끓기 시작하여 약불에 40분쯤 끓여야 김칫국이 맛이 깊다.
조미료는 재료 본연의 깊은 맛을 내주지 않는다. 혀가 본연의 맛을 잃게 한다.
혀를 조미료 맛에 길들이고 마비시킨다. 외식을 하면 할수록 본연의 깊은 맛은 잊고 그 맛이
으뜸인 줄 안다. 우리는 조미료에 길들여져 어느 순간 본연의 깊은 맛을 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