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맛을 더하다

[ 푸드에세이 ] < 행복레시피 > 유정 이숙한

by 유정 이숙한

맛있는 김칫국은 어떻게 끓여야 맛이 있을까?

김칫국을 맛있게 끓이려면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요리는 기다림이다.

요리를 할 때 들인 시간만큼 맛이 결정된다.

기다림이 없이는 깊은 맛을 낼 수 없다.


어제저녁에 김칫국을 해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포기김치에서 겉잎 부분 3줄기와 우거지로 올린 잎을 가위로 잘게

잘라 쌀뜨물 2컵을 붓고 끓여놓은 육수가 없으니 다시 멸치 2마리와

디포리 3마리를 망에 담아 보글보글 볶듯이 끓였다.


멸치육수를 제대로 내려면 5마리는 넣어야 멸치맛이 우러난다.

어떤 음식이든 천천히 생각하며 진행해야 하는데 급한 성격 탓에 늘 서두르게 된다.


먼저 김치를 쌀뜨물과 멸치를 넣고 10분쯤 볶으니 김치가 사각사각 익었다.

다시마 4쪽과 쌀뜨물 4컵을 붓고 끓였다. 파뿌리를 넣고 멸치도 7마리쯤

넣고 끓이면 더 맛있겠지만 서두르느라 5마리만 넣었더니 빠진 맛이다.


김치를 볶았어도 30분 이상 중 약불에 끓여야 김치와 멸치에서 깊은 맛이 우러난다.

가스레인지가 3 구인데 2구가 불이 점화되면 바로 꺼지므로 요리를 할 수 없었다.

서비스를 신청했는데 오늘 오전 10시경 방문하기로 했다.

가시에 불이 점화되지 않으니 짜증이 나고 요리할 마음이 사라지게 된다.


다진 마늘 반 스푼 넣어도 김칫국의 깊은 맛이 나지 않았다.

김치국물을 반 국자 넣어도 맛이 신통치 않아 감치미를 1/4 ts과 대파를 넣었다.

여전히 1% 부족한 맛이다. 김칫국물 조금 더 넣었더니 나아졌다.

님에게 간이 맞느냐고 물어보니 뭔가 부족한 맛이라고 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김칫국이 건더기만 많고 국물이 작으므로

쌀뜨물 두 컵과 새우젓 1ts을 넣고 약불에 천천히 20분 끓였다.

시간이 많으니 세탁기 두 번 돌려 색깔옷대로 세탁을 마쳤다.


김칫국을 약불에 천천히 20분쯤 끓이고 맛을 보았다. 바로 이 맛이야!

여기에 표고버섯 가루와 새우가루를 넣으면 더 맛있다.


김칫국을 약불에 40분쯤 천천히 끓여야 김치 본연의 맛이 우러나온다.

이론은 잘 알고 있지만 빨리 하느라 20분으로 시간을 단축했기 때문에

뭔가 빠진 맛이 난 것이다. 물론 새우젓도 빠뜨렸지만..


김칫국에는 새우젓이 1 티스푼 들어가야 맛이 완성된다.


요리는 기다림이다.

재료의 깊은 맛이 나기 위해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것!

뭇국이나 미역국도 마찬가지다.

끓기 시작하여 약불에 40분 천천히 끓여줘야 뭇국도 무가 푹 물러

단맛이 나고 미역국도 구수한 맛이 우러나는 것이다.


어린 시절 가마솥에 짚불을 지피면서 불조절을 하며 긴긴 기다림으로

김칫국이나 뭇국 등. 구수한 맛이 완성된 것이었다.

어릴 때 먹은 김칫국은 항상 그 맛이었다.

이건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논리이다.

김치를 달달 볶아 시간을 단축했어도 김치가 푹 무르지 않으니 맛이 나지 않았다.


조미료는 재료 본연의 깊은 맛을 내주지 않는다.

혀를 기억상실증에 걸리게 하여 본연의 맛을 잃어버리게 한다.

혀를 그 맛으로 마비시키고 길들이고 있다.

밖에서 외식을 하면 할수록 본연의 깊은 맛은 잊고 그 맛이 진짜일 줄 안다.

우리는 조미료에 길들여지고 있다. 어느 순간 참 맛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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