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연재] < 불편한 진실 >
하연은 운영하던 회사의 문을 닫았다.
제품에 붙여 나가던 라벨기를 사용하지 않으니
팔겠다는 광고를 냈다.
같은 회원이었던 현우가 하연의 광고글 아래에
자신의 전화번호를 남기며 전화해 달라고 했다.
하연이 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라벨보다 싼 기기인지라 미안한 마음이 드는 현우.
현우가 라벨기와 라벨을 잘 받았다는 전화를 걸었다.
하연이 전화를 받는다.
하연의 굵고 허스키한 목소리에 반한 현우는
'이런 여자? 내가 원하던 이상형인데?'
십 대 소년처럼 마음이 두근거렸다.
하연의 목소리에 빠져드는 것 같은 그였다.
하찮은 라벨기가 그들에게 인연의 끈이 될 줄이야...
하연의 회사가 문을 닫은 날, 남편이 집을 나갔다.
그리고 5년 동안 들어오지 않았다.
대화를 나눌 친구가 없는 외로운 날의 연속이었다.
남편에게는 스무 살 어린 여자가 있었다.
남편은 하연이 가진 돈 때문에 결혼한 것일까.
하연이 여자로서 매력이 없다며 옆에 가면
잠자리를 하고 싶은 생각이 사라진다고 했다.
하연은 그 말에 살고 싶은 의욕을 잃고 말았다.
자존심이 상하고 비참해서 죽고 싶었다
자신이 매력이 없는 여자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멋진 남자를 만나서 자신의 매력을 시험하고 싶었다,
그의 말이 거짓이라면 잘난 남자에게 사랑받는 모습을
남편에게 보여주며 뜨거운 맛을 보여주고 싶었다.
현우가 하연에게 긴 문장의 편지를 보냈다.
하연은 현우의 문자로 보낸 편지에 답장을 보냈다.
그들은 문자를 몇 번 주고받다가 현우가 카톡으로
대화하자고 했고 자연스럽게 카톡 친구가 되었다.
현우는 하연이 자신을 이상한 사람이라고 오해할 거
같아 젊고 풋풋한 사진을 카톡편지로 전송했다.
하연이 현우의 사진을 받고 보니 허여멀건 피부에
오뚝한 코, 영화배우 뺨치는 미남 형이다.
현우의 얼굴을 본 하연은 가슴이 마구 뛰었다.
하연도 그에게 그녀의 사진을 보냈다.
현우는 하연의 얼굴을 보니 자신이 원하던 이상형이다.
뭐든 받아줄 거 같고 엄마처럼 포근하고 누나처럼 살가운.
여자로서 숨은 매력을 가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들은 하루 24시간 중 잠자는 시간을 빼고 카톡
삼매경에 빠진 그들이었다.
두 달 여 동안 주고받은 문자가 A4로 천 장이 넘었다.
현우의 익살스럽고 유머러스한 카톡 편지 때문에 그녀의
우울한 일상이 웃음 짓게 만들었고 삶에 활력이 되었다.
하연은 우울감에서 벗어나 예전처럼 명랑하고 밝아졌다.
하연은 남편과 동침한 것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남편이 떠난 5년 세월 동안 쭉 독수공방 하며 지냈다.
젊은 여자가 남자의 품이 그리운 건 본능이니 어쩔 수 없는 일..
그렇다고 쉬운 여자는 아니었다.
사랑받고 싶고 남자의 따뜻한 품이 그리운 그녀다.
어쩌다 보니 그에게 마음이 끌려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지루한 일상이 아름다음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그의 인간적인 위로와 배려에 길들여져 갔다.
하연이 가지고 있는 전부를 내주어도 아깝지 않았으므로
그에게 무장 해제를 하고 말았다.
현우는 근무하는 시간 중 식사 시간과 휴식 시간이면
하연에게 카톡편지를 적어 보냈다.
하연의 맘을 얻기 위해 수없이 많은 카톡을 보내며
갇힌 그녀의 내면세계에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하연이 언젠가 현우를 만나면 만리장성을 쌓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하자,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다.
현우는 한 번의 실수로 존경과 신뢰가 땅에 떨어졌고
그로 인해 아내에게 잠자리를 거부당했다.
남자로서 자존심이 상하고 말할 수 없이 비참했다.
아내가 직장에서도 타인에게 쌀쌀맞게 구는지 궁금했다.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아내가 근무하는 직장에 가보았다.
아내는 남에게는 입에 혀처럼 굴었고 더할 나위 없는
천사였으나 남편에게는 마당쇠를 닦달하는 마님이었다!
보기만 하면 툴툴거리고 짜증을 내며 인상을 쓰고
투박하고 거칠게 아랫사람을 대하듯 짜증 섞인 목소리로.
명령 조의 언어 그 자체로 대했으니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