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7.
행운목에 네 번째 꽃이 피었는데 머피의 법칙인가,
유일한 친구인 TV도 먹통이 된 지 삼 일이 지났다.
양쪽 어금니에 음식물이 끼면 자지러지게 아파서 음식을 씹을 수
없어 치과를 방문했다. 몇 년 전 치아가 깨져 금으로 씌웠는데
뿌리가 곪아서 염증이 심하니 발치해야 한다고 했다.
발치하기 전 염증 치료제를 처방받아 복용했다.
다음 날 아침 왼쪽 머리 위에서 귀 뒤쪽까지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찌릿찌릿 아프다.
치과를 재방문하기 위해 전화를 거니 "외출 중"이란
메시지가 나오는데 휴가인 모양이다.
인근 지역 병원이나 상가가 80%가 하기휴가였으니 치과도
예외 일 수 없다. 할 수 없이 약국에서 염증 치료제와 진통제를
처방받아 온 것을 먹으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쉬는 화요일 양감에 갔다 오는 길인데 열여섯 살 먹은 내 차
라세티가 덜덜 떨면서 길 한가운데 멈춰 설 것 같았다.
어르고 달래서 카센터에 데려가니 브레이크가 눌어붙었다고 한다.
차는 달리고 싶은데 브레이크가 바퀴를 움켜쥐고 있어 나가지
않을 수밖에. 수리비가 25만 원이라는데 내겐 거금이다.
폐차를 해야 할지 수선할지 고민해 보기로 하고 일단 차는
카센터에 맡겨 두었다. 견인차로 끌어다 장안평 카센터에서
가면 AS센터의 30% 이하로 수선이 될 터인데 부담이 없었다.
폐차를 문의하니 육십만 원 준다는데 차가 없으면 발이 묶인다.
어제는 가게 정기휴일이었다. 당근에서 산 진열장 냉장고가
물을 뱉어내고 있으니 고인 물을 따라주려고 집을 나섰는데
발바닥 통증으로 걷지 못해 지팡이를 짚고 가게로 가는데
통증이 너무 심해 걸을 수 없어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왕복 2킬로도 되지 않는 거리인데 진퇴양난이다
멍 때리고 길에 주저앉아있는데 아들이 달려와서 그 일을
처리해 주어 고맙고 감사하다. 집으로 돌아가는 사백여 미터
남짓거리이건만 걷기가 자유롭지 않았다.
허리디스크나 무릎, 발목 통증까지 운동으로 이겨냈는데
족저근 통증은 실내자전거를 타도 낫지 않았다.
이것이 한계인가,
11시간 가까이 가게에서 보내며 운동으로 근육을 풀어준다.
개업한 지 8개월이 되니 한계치에 도달한 걸까,
쌍봉산도 거뜬하게 올라 다녔는데 발바닥 통증으로 2층을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녀서 다리 근육이 빠진 것인지 힘이 없다.
변비를 고쳐보겠다고 밥양을 늘렸다.
낮시간에 지인이 선물한 과자를 먹었더니 체중이 늘었다.
어렵게 감량했는데 너무 속상하다.
이래저래 마음에 안개가 낀 것처럼 우울하다.
화분에 목초액을 뿌리다 행운목 아래 보이지 않는 곳에 핀
행운의 꽃 한 송이를 발견했다.
자세히 보니 그 옆에 꽃 몽우리가 세 개나 맺혀있다.
13년 동안 즐겨보던 TV가 입을 다물고 있으니 따분하다.
방문 서비스를 받으려다 귀찮은 마음에 한참을 방치했다.
'이참에 TV를 끊어볼까?' 생각해 보았지만 좋아하는 영화를
볼 수 없어 그만두기로 했다.
실내자전거 탈 때 TV를 보며 타다 보면 20분이 금방 지나는데
TV가 먹통이니 지루하기 짝이 없다.
낼모레면 윗니 두 개를 뽑는다. 60년 넘게 사용했으니
마모가 되는 건 당연하지만 평생을 같이한 동지이고
몸의 일부분이라 뽑으려니 아깝고 서운하다.
과자를 먹다 송곳니가 깨져서 아까워서 휴지에 꽁꽁 싸서
가방에 넣고 다녔다. 살다 보면 머피의 법칙처럼 일이
꼬이고 꼬리를 물고 일이 터지기도 한다.
그 또한 지나가리니 생각하며 받아들이고
해져나가다 보면 꼬인 일들이 말끔하게 처리가 될 것이라
믿으며 마음을 다잡아 본다. 마음이 아프면 몸이 아프다.
산중 적은 멸할 수 있지만 내 마음은 다스리기 힘들다는
말에 적극 공감하며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긍정의 힘은 무한대!’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는 것을 알면서, 가끔은 머저리처럼 멍하니 고민하는
날 발견한다.
머피의 법칙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저녁 무렵 카센터에서 차를 다 수선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죽은 사람이 살아온 것처럼 반가웠다.
이제 행운이 호박 넝쿨처럼 따라올 것이다.
지인이 쓸만한 TV를 주겠다고 했다.
또 아들이 인터넷으로 발바닥 통증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첫걸음을 딛기 전 발가락을 발등 쪽으로 젖히고
발바닥 가운데에 서 있는 힘줄을 열 번 이상 문질러 주면
밤 사이 굳어있는 발바닥 근육을 풀어주는 운동이다.
매일 아침 첫걸음 딛기 전에 발바닥을 스무 번 문질러주었더니
발바닥 통증이 감쪽같이 사라져서 살 거 같다.
마음과 생각을 밝게 하고 살다 보면 긍정적인 일이 생길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