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머물 곳을 찾았다

[단편소설 연재] < 불편한 진실 > 유정 이숙한

by 유정 이숙한

하연은 택시를 타고 수원역에서 1호선을 탔다.

가산디지털단지 역에서 7호선으로 갈아탔다.

정장을 입고 굽 높은 구두를 신으니 걸음이 더디다.


현우는 하연을 만날 생각에 잠을 설치고

G역 환승역 입구에 서 있다.

같은 시간 두 사람은 똑같은 생각을 했다.


하연이 5번 출구로 오라고 전화를 했다.

5번 출구로 갔으나 보이지 않아 앞이 캄캄한 현우.

하연이 5호선 환승 장소에 있다는 전화가 왔다.



하연이 서 있는데 등 뒤에서 살며시 껴안는다.

마주 보지 않아도 귀에 익은 목소리다.

두 유령은 대낮 도심 속에서 만났다.

두 달 가까이 카톡을 주고받아 친근한 두 유령이다.


현우는 사진보다 말랐고 마스크와 안경을 써서

어색했으나 귀에 익은 목소리 때문에 친근한 하연.

현우는 하연이 사진보다 나이가 들어 보인다.


현우는 파카 속에 얄팍한 파란 양복을 입었다.

두 사람은 파란색을 좋아한다.

5호선 전철을 탔다. H역 전철역에서 내렸다.



- 하연 씨. 걸어가기 힘들면 내가 업어줄까요?

- 괜찮아요. 보기보다 무거워요. 현우 씨 팔 붙들고 갈게요.


하연은 현우의 팔을 붙잡고 올라갔다.

목련이 꽃망울을 다물고 있다. 부드러운 잎이 돋아난

나무들이 바람에 나풀거린다. 바람은 아직 차다.

봄바람이라 살갗에 닿을 때 촉감이 부드러웠다.



현우가 일하는 작은 공장 안을 보여주었다.

냉동창고에는 수입한 물품들이 나래비로 놓여있고

다른 문은 냉장창고인데 제품들이 놓여있었다.


현우는 사무실로 안내하더니 작업장도 보여주었다.

스테인리스로 커다란 볶음 솥과 스테인리스 작업대,

공장에 필요한 물품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대표가 도착했다. 현우 보다 대여섯 살 연하였다.

식품회사를 오래 운영한 하연에게 조언을 구한다.

야채를 올리브유에 볶아 포장한 제품을 보여준다.


대표는 시설투자만 하고 수입이 없다 보니 짜증이

섞인 말투다. 바닥에 흘린 물기를 마대로 닦아낸다.

현우가 눈치를 보며 마대를 빼앗아 바닥을 닦는다.

하연의 등을 밀치듯 밖으로 데리고 나간다.



번화한 거리를 두 유령이 걷고 있다.

하연이 좋아하는 회덮밥을 먹기 위해 두리번 거린다.

번듯한 일식집을 찾았으나 회덮밥 메뉴가 없다.

하연은 현우가 주머니가 달랑거려서 비싼 메뉴는

배제한다는 걸 눈치 챘다.


식당에 들어가서 자리에 앉자, 비로소 마스크를

벗고 서로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하연은 현우의 얼굴이 허여멀겋고 잘생겼다.

현우도 하연의 얼굴이 귀염성이 있고 맘에 들었다.

하연은 보쌈을 상추에 싸서 현우의 입에 넣어준다.



하연이 말했다.


- 우리 18금 성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잖아요.

현우 씨 보다 한 수 올려서 장난을 쳤으니 얼굴을

어떻게 볼까 걱정했어요. 현우 씨가 뒤에서 살짝

안아주어 어색하지 않았어요.


- 마주 보면 어색할 거 같아 뒤에서 안아주었어.


하연은 막걸리 두 잔에 홍조를 띤다.

현우는 한 잔 남짓 마셨다.

현우는 하연의 손을 잡고 나왔다.

카톡 편지 속에 숨었던 유령들이 밝은 세상으로 나왔다.


현우는 하연이 만리장성을 쌓을 준비가 됐다고

말했지만 어떻게 말을 꺼낼지 뜸을 들이다 말했다.


- 집이 멀어 훤할 때 가야 하지 않나, 난 자기랑 뽀뽀하고 보내고 싶은데…


- 괜찮아요. 마지막 버스가 밤 11시 30분까지 있어요.

저녁 먹고 갈게요.


두 사람은 약속이라고 한 것처럼 잠시 머물 곳을 찾았다.




keyword
이전 05화5화. 10m만 당겨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