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수렁에 빠지다

[ 단편소설연재 ] < 불편한 진실 > 유정 이숙한

by 유정 이숙한

둘만의 공간에 들어가자 주렁주렁 매단 겉치레를

벗어던지고 서로를 안았다.

뜨거운 입맞춤은 두 사람 사이를 좁혀주는 징검다리다.

크고 마른 현우의 속살이 백옥처럼 희다.

막걸리 두 잔에 몸이 발그레 익은 하연이다.


현우의 손이 하연의 가슴과 목을 애무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현우의 속살이 길을 찾았다.

하연의 내면 속으로 들어가더니 행복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막혀 있던 둑이 터지며 홍수를 이루고

묽은 혈흔이 묻어 나온다.


오랜만의 합방이라 참을 수 없이 아픈 하연이다.

현우의 속살이 장난이 아니었다.

좁은 척추 사이로 들어찬 자존심은 제3지대로 안내했다.

하연의 남편이 여자로서 매력이 없다더니 그건 아닌가 보다.



현우는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벅찬 희열을 느꼈다.

살아있음에 감사하는 순간이다.

유령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더니 하나로 합체되었다.


신은 흙으로 남자를 빚었다.

남자가 잠들어 있는 모습이 외로워 보여서 남자의

갈비뼈 하나를 빼내 여자를 만들었다고 한다.

모자라는 퍼즐의 한 조각을 채우려는 본능일까,


여자는 정신적 소통이 이루어지면 내면의 문이 열린다.

현우와 정신적 소통을 이루자 닫힌 문이 활짝 열렸다.

꽃을 찾던 나비처럼 향기에 취해 사뿐히 내려앉은

현우는 행복했다. 이 행복을 오래 지키고 싶다.


두 영혼이 정신적 합체를 이루자 육체는 자연스럽게

서로를 받아들였다.

영혼과 육체가 합치를 이루면 내면세계에 들어간다.

마음이 가야 몸이 열린다.


현우의 아내는 집 판 돈 일부를 꿍쳐 주식을 사서

폭망 하자 정신적 쇼크를 받아 소통의 통로가 막혔다.

소통의 통로가 막히면 내면으로 가는 길이 닫히고

합체를 거부한다. 합체를 이뤄도 감흥이 없다.

맺힌 것을 풀기 위한 요식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거부당한 남자는 자존심의 상처를 받아 주눅이 든다.



현우의 여러 번 사업 실패로 아내에게 신뢰를 잃었다.

아내와 의논하지 않고 집 판 돈 일부를 꿍쳐 주식을 사서

폭망 한 것을 알게 되자, 배신감으로 치를 떨었다.


가정 경제와 신뢰를 파탄 낸 남편에게 반응하지 않는다.

신뢰가 떨어지면 내면으로 가는 문에 빗장이 걸린다.


하연은 남편이 다른 여자와 소통하자 배신감에 떤다.

평생 하연 만을 사랑해 줄 거라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하연을 여자로 보지 않는 남편에게 실망한 그녀는

정신적 소통이 막히며 내면으로 가는 문이 잠겼다.

신혼 초에는 남편을 사랑해서 몸이 뜨겁게 반응하였다.


여자는 남자를 사랑하면 몸과 마음이 열린다.

하연은 현우에게 내면세계로 가는 문을 활짝 열었다.

현우와 몸과 마음이 소통하자 호르몬을 쏟아냈다.

여자는 사랑하지 않으면 내면세계의 문이 자동으로 닫힌다.

남자가 여자를 사랑하면 여자를 정복하고 싶듯이

여자도 그 남자를 사랑하면 남자의 전부를 갖고 싶어 한다.


수학공식처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연예방정식이다.


그 사람에게는 하찮은 존재로 보일 수 있으나

다른 이에게는 최고의 여자이거나 최고의 남자가

될 수 있다는 걸 느낀 하연과 현우다.


사랑하면 몸이 반응하고 같이 있고 싶고 살을 비비고

싶은 것이 사람이란 동물이 가지는 특성인 걸까,

같이 살고 있지만 그 사람에게 하찮을 수 있다.



하연과 현우는 서로 소통하므로 영혼이 반응하고

육체는 자연스럽게 그 사람을 찾게 된다.

하연과 현우는 서로 사랑한다.

두 달 여 길고 길고 긴 카톡 편지 덕분에 서로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다.


부부가 같이 살아 살을 비비고 살아도 속속들이

알 수 없는데 두 사람은 헤어날 수 없는

사랑의 수렁에 깊이 빠져들어가고 있었다.


냇가나 논에 있는 수렁에 빠지면 헤어나려고

발버둥 치면 칠수록 말랑하고 진득한 진흙 속으로

깊이 빠져든다. 자연이 주는 논리이다.


사랑이란 수렁에 빠지면 깊은 수렁으로 빠져든다.

헤어나려고 하면 할수록 빠진다.

하연과 현우는 사랑의 수렁에 깊이 빠졌다.

어쩌면 두 사람의 운명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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