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한없이 춥고 외로웠다

[단편소설 연재] < 불편한 진실 > 유정 이숙한

by 유정 이숙한

현우는 대기업 연구소에서 신제품 개발 업무를 했다.

사장님이나 회장님에게 타고난 미각을 인정받았다.

위 상사가 그를 시기 질투하여 제동을 걸었다.

사장님 직접 지시로 진행하는 일마다 태클을 걸었다.


견디지 못한 그가 사장님에게


- 사장님, 너무 힘듭니다. 일을 제대로 하려면 부장을

내치던지 저를 내치세요. 제 일에 태클을 걸어 견디기 힘듭니다.


그의 편이던 여 사장은 부장을 내치지 않았다.

그건 부장이 싫으면 나가란 말이기도 했다.

결국 회사를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다.




지방의 식품회사 연구소에 취직되어 5년 넘게 일했다.

지인이 회사에 투자해 주었고 OEM으로 주문자 위탁

생산 제품을 만드는 하청 회사가 승승장구 잘 나갔다.


대표가 대체 생산제품에 트집을 잡기 시작했다.

게다가 그 회사 근로자들이 생산을 거부하는 등

대체 생산에 반기를 들었다.

사공이 많다 보니 배가 산으로 가더니 회사가 부도났다.


위탁생산 발주를 주던 대표는 현우가 근무하던 호텔

몇 기수 후배였는데 박식한 사람이었다.

그의 권고로 투자를 했는데 투자한 돈을 찾기 전에

회사가 문을 닫았으니 그 돈을 어디에 가서 찾을까,

많은 돈을 투자했는데 추풍낙엽이 되었다.


그런 연유로 대표가 운영하는 작은 공장에서

1인 사원 겸 기술자로 일하며 수족처럼 움직이고 있다.



지방에 근무하느라 집에도 자주 가지 않아

아내의 내부 총질이나 눈치를 보지 않았는데

직장이 폐쇄되어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되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건 죽기보다 싫었으나

수중에 가진 돈이 없으니 딱히 다른 방법이 없었다.


대표가 운영하는 소 회사에 직원 겸 기술 투자자로

일하고 있는 현우.

판매가 부진해서 그의 인건비가 나오지 않았다.



아내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남편에게 열불이 났다.

밤낮을 가지리 않고 잔소리 총알을 장전하더니

총알 세례를 퍼붓었다. 아내 얼굴을 피해 작은 방에

콕 틀어박혀 숨소리도 내지 못하고 사는 가련한 신세다.


아내에게 남편으로 대접받지 못해 주눅이 들었고

아랫도리 마저 아내를 보면 등을 돌린 지 오래다.

혼자 있을 땐 멀쩡하더니 아내 옆에 가면 아랫도리가 요지 부동이다.


돈을 갖다 주지 못해도 아내를 안아주고 잠자리를

즐겁게 해 주면 그나마 나으련만 그마저 고장이 나서..


한 집에 살아도 있는 듯 없는 듯 유령처럼 지낸다.

아내가 출근하면 방에서 나와 밥을 먹고 출근한다.

새벽 4시면 잠이 깨어 하연에게 카톡을 보낸다.

하연이란 이름만 떠올려도 용기와 의욕이 되살아났다.

뭐든 잘할 수 있을 거 같았다.



하연은 연민에 빠져 반대를 무릎 쓰고 결혼했다.

하연이 사랑하는 만큼 남편은 사랑하지 않았다.

기댈 언덕이 없던 남편에게 언덕이 되어주었지만

아내 대접은 물 건너갔다.


사랑은 일상 속에 존재했으나 망각의 숲을

서성였고 서운한 기억이 자리매김했다.


남편은 매사 일방통행을 했다.

회사 대표라고 하연에게 직원처럼 지시만 내렸다.

친정 형제들이 가부장적인 남편을 싫어했다.

하연은 세상에 둘도 없는 외톨이가 되었다.


집과 사무실을 오가며 20년을 살았으니

가까운 친구가 주변에 없다.

그나마 남은 친구들 마저 그녀와 멀어졌다.



남편은 하연의 의견을 존중하거나 귀담아들으려는

시도조차 한 적이 없었다.

결국 회사는 무너졌고 그녀가 가진 배짱도 무너졌다.


회사가 문을 닫자, 몇 달 동안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속상해서 그러려니 생각한 하연이다.


육 개월 만에 집에 들어온 남편은 냉기가 가득 찼다.

마음이 심란하다며 여행 간다고 짐을 꾸려 나갔다.

사업체 문을 닫고 그녀의 마음도 빗장이 걸렸다.



그땐 지금처럼 외롭진 않았다.

가정을 버리고 갈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남편이 돌싱녀와 뜻이 맞아 의기투합했다.

같이 카페를 운영하느라 집에 오지 않는다.


깨진 그릇은 붙여 쓸 수 없고 벌어진 틈은

좁혀지지 않는 법이거늘 하늘 같이 믿던 남편에게

배신당하고 애꿎은 세월만 덧없이 흘러갔다.

그녀는 인력사무소를 전전하며 일을 다닌다.



keyword
이전 08화8화. 아내가 있는 사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