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기대 반 두려움 반

by 유정 이숙한

이른 아침 창문을 세차게 두들기는 빗소리를 뚫고

전화벨이 오두방정을 떨고 있다.

현우가 출발했다는데 진실일까?

출발했다는 말을 카톡으로 남긴 것이 한두 번이

아닌데 장난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 출발했다면 지금쯤 도착할 시간인데 역시

장난을 쳤으니 싱거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도착할 시간에 감감무소식이라 카톡을 보내면

농담이라며 그걸 믿냐고 했느냐고 반문한 그였으니

하연이 믿지 않은 건 당연하다.


그는 아내가 옆방에 있으니 집에서 맘대로 통화하지 못한다.

도착하려면 7킬로 남았다고 하니 거짓이 아니고 진실이다.

그가 내려온다는 말이 실감 나는 그녀다.


하연은 전기밥통의 취사 버튼을 누르고 생선찜을 하고 오븐에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고기가 익으려면 시간이 걸리므로 서성이다가 1층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여명을 깨우는 빗소리가 아부를 떤다. 현우가 도착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하연의 집으로 올라갔다.

하연의 집에 들어서자마자 안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연이 식탁에 차려놓은 수육 몇 점과 복분자 술을 한 잔씩 나눈 후 방으로 들어갔다. 현우는 하연을 힘껏 끌어안았다.

얼마나 안고 싶던 하연이던가, 꿈이 아닌 현실이었다.

툭하면 헤어지자는 말을 반복하는 하연.

그럴 때마다 지구 밖으로 내동댕이쳐지는 것 같은 현우다.


두 유령은 까마득한 공간으로 빠져들었다.

현우의 자존심이 하연을 향해 돌진했다.

유령들은 행복의 강에 유영했다.

감동의 쓰나미에 휩싸여 포구로 한없이 떠밀려 갔다.


유령은 행복의 강물에 뛰어들었다.

다른 여자와 살을 섞었으나 남의 옷을 입은 것처럼 헐렁하고

어색했는데 하연은 그에게 맞춤형이었고 고향 집에 온 것처럼 포근했다.


하연은 깊이 들어찬 현우의 속살이 등 뒤에서 돌진해 왔을 때

깊은 희열과 채움을 만끽하며 환희의 세계로 여행을 떠났다.

유령들은 마음에 쌓인 먼지와 티끌까지 떨어냈다.



사랑은 영원하지만 현실이 주는 괴리감으로 몸을 떨고

있는 하연은 현우의 아내를 향해 투덜댄다.

'어차피 남자로 받아주지 않으면서 욕심만 커가지고?'

유령들이 한 침대에 누우니 세상에 부러운 것이 없다.

함께할 수 있는 것만으로 행복한 그들이었다.


에덴동산에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 먹고 수치를 느끼고 몸의 수치를 가렸다.

에덴동산의 선악가를 따먹은 지 오래되는 현우와 하연이다.


함께 하는 게 알려지면 세상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는다.

그것조차 감수하겠다고 하는 현우였으나, 하연은 신앙을

가진 사람으로서 그럴 수 없었다.

현우는 하연을 붙잡기 위해 고심 끝에 방도를 마련했다.

뒷감당은 신의 영역이니 운명에 맡기기로 했다.


현우는 하연이 살고 있는 지역의 점포를 계약했다.

현우는 알바로 근무하는 강원도 호텔과 하연이 사는

소도시를 오가며 가게 설비를 틈틈이 한다.


하연은 당근마켓을 통해 가게에 필요한 설비들을

하나둘 채워갔다. 5층 높이 건물 위에 닥트를 설치하고

테이블과 탁자, 튀김기며 이것저것 준비 중이다.


주말이 지나자 현우가 내려왔다.

현우는 허연 시멘트 바닥에 투명한 에폭시 칠을 하고

그 위에 또 한 번의 에폭시 옷을 입혔다.

허옇게 페인 부분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얼룩도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보다 무서운 것이 사랑이던가.

현우는 하연이 헤어지자는 말은 사형선고와 같은 말이다.

언제 또 하연에게 차일지 모르나 일단은 함께 한 공간에서

일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내일이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다가오는 그였다.

두 사람의 사랑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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