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편소설 연재 ] < 불편한 진실> 유정. 이숙한
찬혁이 노래방에 가자는 카톡을 보냈다.
하연이 흔쾌히 허락했으나 스킨십은 불가하다고 했다.
찬혁이 하연을 데리러 왔다.
노래방에 갔다.
마음은 복잡한데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는 하연..
찬혁은 하연이 좋아할 만한 노래를 선곡하여 불렀다.
하연은 음악에 맞춰 탬버린을 흔들며 박자를 맞춘다.
찬혁은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노래할 때 남도 사투리를 쓰지 않는다.
하연은 캔맥주 한 캔 마시고 찬혁은 생수를 마시며
노래를 부르며 놀다 보니 친구처럼 가까워졌다.
찬혁에 대한 하연의 마음이 살짝 열렸다.
그와 헤어져 집으로 돌아온 하연은 마음이 복잡하다.
하연은 현우에게 미술동아리들과 저녁을 먹는다고 둘러댔다.
초여름의 태양은 강렬하고 뜨겁다.
찬혁이 하연에 대한 마음처럼 뜨겁게 달궈졌다.
찬혁은 노래를 부르고 하연은 탬버린으로 박자를 맞춘다.
어느 일요일. 찬혁이 하연에게 데이트를 신청했다.
점심으로 하연이 좋아하는 육개장을 먹고 신도시로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한다. 하연이 응했다.
두 사람은 상영관 지정좌석에 앉았다.
찬혁은 10층 상영관에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영화가 상영되기 전 햄버거와 콜라를 푸짐하게 사 왔다.
현우라면 상상할 수 없는 그림이다.
현우는 베스트푸드를 먹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관에서 햄버거와 콜라를 먹으며 영화를
관람하는 두 사람. 마음은 각기 딴 곳에 있었다.
찬혁의 몸과 마음이 하연에게 직진한다.
하연이 스킨십은 불가하다 했으나 손을 잡고 싶다.
몸이 하연에게 반응하지만 섣불리 손을 잡으면
그동안의 노력과 수고가 수포로 돌아갈 수 있으니
몸과 마음을 억지로 틀어막고 있다.
손가락이 뻣뻣하게 굳어간다.
작업실에서 일하다 잘린 손가락을 붙였는데
에어컨 바람에 혈관의 통로가 막혀 손가락이 굳어간다.
다른 손으로 아픈 손가락을 주무르는 찬혁이다.
하연이 찬혁의 손을 마사지해 준다.
영화관을 나오니 오후 6시라 밖이 훤하다.
찬혁이 말했다.
- 우리 바다 보러 갈래요? 하연 씨가 안내해 주세요.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다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요.
찬혁과 함께 매향리 바다로 갔다.
썰물에 본색을 드러낸 바다는 무 표정한 얼굴로
평온하다.
칠게들이 분주히 오가며 모래꽃을 피우고 있다.
차를 타고 해변을 빙빙 돌았다.
저만치 호텔에서 뿜어져 나온 불빛이 찬혁의 몸과
마음을 충동질하며 자극한다.
하연의 손을 잡아끌고 호텔로 들어가고 싶은 찬혁
붉게 타오르는 정열적인 노을처럼 달궈진 마음을
주체하기 힘들었다.
찬혁이 말했다.
- 저기 호텔이 있네요?
- 그러게요, 언제 생겼지? 처음 보네요.
하연은 찬혁의 말 뜻을 이해하지만 동문서답한다.
현우가 아닌 다른 남자에게 몸을 허락하고 싶지 않았다.
갯벌이 숨을 헐떡이며 달려든다.
바닷바람이 굶주린 사자처럼 목을 붙들고 늘어진다.
성난 표범은 괴성을 지르며 사슴의 목을 조인다.
바닷바람을 훑으며 야트막한 언덕을 걸어가고 있다.
매향리평화생태공원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이다.
수십 년 동안 오키나와에서 날아온 전투기가
쿠니 사격장에 포탄을 쏟아붓더니 평화로운 섬은
형체만 남았다.
매향리평화생태공원으로 이어진 길을 걸었다.
어두운 수면으로 빨려 들어간 해가 꼬리를 남겼다.
썰물에 알몸을 드러낸 갯벌에는 생명들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하연과 찬혁의 등장에 화들짝 놀란 칠게들이
모래 꽃 속에 몸을 숨겼다.
둑을 사이에 두고 분리된 바다와 육지,
해수면에 들어간 해가 꼬리가 보이더니 어스름
속으로 미끄러지며 빠져 들어간다.
찬혁의 마음이 하연에게 점점 빠져 들어간다.
현우가 하연의 얼굴을 담았던 장소에 이르자
하연의 마음이 착잡하기 그지없다.
하연과 함께 있는 시간이 행복한 찬혁이다.
객지를 떠돌다 하연이 사는 읍내에 정착했다.
짙어져 가는 어둠 속을 헤엄쳐 일상으로 돌아왔다.
찬혁은 하연과 헤어져 집에 가면
그리움을 주체하기 힘들어 어쩔 줄 몰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