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편소설 연재 ] < 불편한 진실 > 유정 이숙한
현우의 옆에는 하연이 없다.
현우는 넓은 세상에 마음 둘 곳과 방향을 잃었다.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어두운 동굴에 갇혀
있는 것처럼 불안하고 초조하다.
하연의 마음은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지만 그 자리로 돌아올 뿐..
관심과 사랑을 받는 것이 고마워 눈물이 났다.
운동을 마치고 돌아올 때, 등 뒤가 허전하고
외로웠는데 사랑한다는 말에 무너지고 말았다.
잠시 같이 있다 헤어질 때는 시리고 아프다.
그리움을 눈덩이처럼 키우다 목까지 차올랐다.
익살스럽고 유머러스한 현우 때문에 웃었다,
그의 농담 속의 진심을 마주하고 그리움으로 목이 타 들어간다.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건 지독한 고문이었다.
알 수 없는 건 내일이다.
일이 있어 찬혁의 작업장을 찾은 하연은 같이 앉아
책이야기와 일상 이야기를 나누며 찬혁이 타준
커피를 마시며 하연은 착잡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아내가 있는 남자를 사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상 사람들에게 비난받고 싶지 않다며
그를 떠나보내는 것이 쉽지 않다고 고백했다.
하연이 찬혁에게 그런 고백을 하는지 알 수 없다.
하연은 방황한다.
찬혁의 마음에 거친 풍랑이 인다.
하연이 좋아하는 로맨스를 기타로 연주하는 찬혁,
끊어질 듯 이어지는 음률! 하연이 음악에 취한다.
하연은 버스로선 중 중간 정류장에 내려야 한다.
종점에서 내리고 싶은 걸까?
찬혁이 문자를 보냈다.
퇴근길에 들러 커피 한 잔 하고 가라고 했다.
하연은 마지못해 그의 작업장에 들려 커피를 마시고
찬혁이 살아온 인생여정을 듣고 있다.
그가 찬혁처럼 가까이 살면 자무 만날 수 있는데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어 독한 고문을 당하고 있는 그녀다.
찬혁은 하연에게 퇴근길에 들르라고 했다.
조촐한 시골 밥상에 앉아 같이 밥을 먹으며
친해지고 싶은 찬혁이다.
하연은 찬혁이 만든 된장찌개를 먹으며 생각이 많아진다.
찬혁은 삼겹살을 굽고 상추와 풋고추를 따다 주고
친절을 베풀지만 먹고 있는 하연의 속내가 복잡하다.
예술을 하느라 톱밥 먼지를 뒤집어쓰며 일하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하연이 기계에 장착된 페퍼로 나무 결을 갈아보았다.
보기엔 쉬워 보이나 힘이 많이 들어간다.
하연은 찬혁과 함께 할 자신이 점점 없어진다.
찬혁이 시를 한 수 보냈다.
길을 간다.
어두운 길도 밝은 길도 나쁜 길도 좋은 길도
모두가 길이다. 걸어야 하기에 길이다.
우리의 삶은 그 모든 길에 있다.
머물고 있어도 잠이 들어도 슬퍼도 즐거워도
한 잔 술에 취해있는 망각의 시간도
삶의 길을 우리는 가고 있다.
출발은 다르고 목적지도 다르지만 삶의 끝은 있다.
그 끝을 살아가는 과정
또한 내가 결정하고 선택은 매 순간하고 살아간다.
혼자 가는 길이 아니라 더불어 의논하며 서로가
위해주고 잡아주고 끌어가는 삶이면 좋을 듯하다.
황혼이 지면 해 오름이 오는 그 섭리처럼.
하루가 새롭지만 가는 길에 함께 하는 삶만이 인정…
살아있고 살아간다는 넋두리 헛된 짓!
맨날 반복되는 공허함. 혼자 자문하고 답하고 길이 없다.
자신만의 생각이고 결정인가?
하연은 찬역의 마음이 향한 곳과 의미를 안다.
현우는 보이스톡 전화를 걸었다.
마음속 삭힌 울음이 괴성을 지른다.
하연을 달랬지만 마음을 굳힌 거 같다.
쓴 소주를 넘긴다. 열불이 온몸으로 번진다.
현우는 울고 있다.
어떻게 찾은 사랑인데 허무하게 끝내나 받아들일 수 없다.
현우는
- 그가 나보다 잘났나, 나보다 만족하게 해 주나?
- 평안을 위해서 보내준다고 생각하면 안 될까요?
- 원하면 그래야겠지요. 자기만 행복해질 수 있다면…
- 다른 길을 선택했다고 행복하다는 보장은 없으나
세상 사람들에게 내 남자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하잖아요, 당신 아내는 졸혼한 건지 모르겠지만. 혼자만
졸혼한 거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