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동화 연재 ] < 꼭꼭 숨어라!> 유정 이숙한
해님이 방긋 웃고 있는 아침 등굣길.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가고 있었어. 양수장이 있는 하천 옆
둑방길을 가고 있는데 초록색 바탕에 빨간색과 검은색 무니의 커다란 뱀이 둥글게 똬리를 틀고 길 한가운데
앉아 있는 거야. 앞에 가던 서기가 뱀에게 ‘웡웡. 저리 비켜?’ 큰 소리로 짖었어.
뱀은 목을 바짝 쳐들고 시커먼 혀를 날름거리며
“뭐야, 넌. 이 어르신이 일광욕 중인데 시끄럽게 하니, 저쪽으로 돌아가? 내가 일광욕을 해야 하니까.”
“서기야, 뱀이 길을 비켜주지 않으면 자전거로 뱀을 밟고 갈 수밖에 없어.”
“좋아요, 도련님. 버릇없는 뱀을 자전거로 확 밟고 지나가세요.”
서기를 구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초인적인 힘이 생겼어.
저만치 뒤로 가서 자전거에 구동을 걸어 앞으로 ‘쌩’ 하고 빠르게 달려가며 소리쳤어
“서기야, 뱀이 길을 내주지 않으니 자전거로 밟고 지나간다. 아아~앗!”
내가 페달을 힘껏 밟자 자전거와 함께 하늘로 날아올랐어. 서기도 부웅 하늘로 떠올랐어.
등에서 진땀이 주르르 흘러내렸어.
자전거 페달 소리에 화들짝 놀란 뱀은 똬리를 풀고 하천 아래로 스르르 내려갔어.
“서기야, 도련님이 탄 자전거가 하늘을 날았지? 서기 너도 하늘로 떠올랐지!”
“우리 도련님, 최고예요, 자전거와 함께 하늘로 날았어요. 정말 멋져요! 서기도 날았어요.”
학교에 도착했어. 서기는 자전거 아래서 숨을 헐떡거리며 쉬고 있어.
교실에 들어가서도 뱀 때문에 놀란 가슴이 두근거렸어. 반 친구들에게 똬리를 튼 뱀이 길을
비켜주지 않아 자전거와 함께 하늘로 날아오른 일을 자랑했어.
4교시가 끝나자. 명선이
“서기야, 내가 반장인데, 하늘로 날은 자전거. 내가 한 번 타보자? 내가 어제 너한테 비스킷 다섯 개를
상으로 주었잖아?”
“으르렁’ 안 돼요, 하늘을 나는 멋진 자전거는 우리 도련님 외에는 아무도 탈 수 없어요.”
“명선아. 서기가 뇌물에 약한 개 아니야? 도리도 맨날 먹을 것 주는데 아는 척하지 않아, 서기는
자전거를 지키는 것이 자기 임무라고 생각하고 있어.”
“서기가 <자전거 지킴이>고 스타개잖아! 비스킷은 우리 선생님께서 주인의 자전거를 지키는 충직한
개에게 주는 상이라고 하셨어.”
“뭐? 선생님도 우리 서기를 알고 계셨어, 서기가 우리 분교에서 스타 개 맞네~ 명선아, 잘 가, 안녕.”
“그래 민성아, 너도 안녕, 내일 또 서기랑 만나자.”
나는 교문을 나오며
“서기야, 이쪽 길에서 뱀을 만났으니 대수로 길로 가자. 대수로에 물이 빨리 흐르니 무척 위험해,
빠지면 나오기 힘드니 조심해서 가? 시멘트 포장이 길이라 뱀은 없을 거야.”
나는 자전거에 타고 가고 서기는 앞장서서 갔어. 시멘트 포장이 된 대수로 길이 나오자 집에 빨리
가서 서기에게 밥을 주려고 엉덩이를 들고 페달을 깊게 밟았어.
서기는 날 따라오느라 힘이 든 지 긴 혀를 내놓고 헐떡거리며 따라오고 있었어.
내가 엉덩이를 들고 힘차게 자전거 페달을 밟았더니 자전거가 제트 엔진을 단 것처럼 속도가 빨라졌어.
서기가 자전거를 앞지르기했어, 난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서기보다 빨리 가려고 페달을 힘차게 밟았어.
서기가 돌멩이에 걸려 미끄러지며 대수로에 '풍덩' 빠지고 말았어. 물살이 빠른 대수로에 빠진
서기가 물속에서 빠져나오려고 허우적거렸어. 난 그런 줄도 모르고 풍덩 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보았더니
서기가 대수로에 빠진 것을 알게 되었어, 너무 놀라서 서기에게 달려가서
“서기야, 조심해야지, 어쩌다 수로에 빠진 거야, 큰일 났네! 물살이 빨라서 수영을 잘해도 나오기 힘든데,
어떻게 하지, 누구 어른이 없을까?”
난 놀라고 당황했지만 숨을 크게 내쉬고 주변을 둘러봤어.
천만다행하게 저쪽 논에서 일하는 농부 아저씨를 발견하고 큰 소리로 다급하게 손을 흔들며 소리쳤어.
농부아저씨가 고맙고 감사하게도 삽을 들고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