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동화 연재 ] < 꼭꼭 숨어라! > 유정 이숙한
“아저씨, 살려주세요, 저희 집 개가 수로에 빠졌어요. 우리 서기 좀 구해주세요!”
내가 다급하게 부르는 소리를 듣고 농부아저씨가 삽을 들고 달려왔어. 아저씨는 물에 빠진 서기를 보며
“걱정하지 마라! 개들은 수영을 잘하니까 금방 나올 거다. 강아지야, 너, 여기 수로 둑에 삽을 걸쳐 놓을
테니, 앞발에 힘을 줘서 삽을 밟고 껑충 뛰어서 밖으로 나오너라?”
아저씨는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서기의 앞발을 삽으로 살짝 떴어, 수로 둑에 삽을 길게 걸쳐놓았어.
영리한 서기는 삽에 얹은 앞발에 힘을 주며 몸의 중심을 잡고 뒷발을 삽에 얹으면서 붕! 하늘로 떠오르며
펄쩍 뛰어 수로 밖으로 무사히 빠져나왔어.
나는 서기가 대수로에서 빠져나올 때까지 숨도 크게 쉬지 못하고 두근거리며 탈출하는 과정을 지켜봤어.
서기가 삽에 앞발을 올리고 뒷발을 올리며 껑충 뛰어나오자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
농부 아저씨는 활짝 웃으며 내 등을 토닥토닥 두드리며
“울긴 뭘 울어, 남자가 이깟 일을 가지고. 너랑 강아지 이름이 뭐냐?”
“저는 민성이고요. 저희 개는 서기예요. 우리 서기 살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정말로 고맙습니다.”
“민성아, 네 덕분에 서기가 살았다. 개가 수영을 잘해도 대수로가 깊고 물 흐름이 빨라 떠내려 갈 수 있어. 또 물속에 오래 있으면 기운이 빠져서 나오기 힘들거든. 이쪽 길은 위험하니 다른 길로 학교에 다니는 게 좋겠다?”
“네, 아저씨. 알겠습니다. 저희 개를 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나는 눈물을 닦으며 고맙다는 인사를 여러 번 하고 집으로 왔어.
집에 도착했어도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어. 엄마가 대수로 길은 위험하니 다니지 말라고 일렀는데
약속을 어겼지만 그런 사실을 숨기고 싶지 않아 엄마에게 고백했어.
“엄마, 서기가 수로에 빠졌는데 논에서 일하던 농부아저씨가 서기를 삽으로 건져주셨어요.”
“뭐라고? 큰일 날 뻔했네, 안 되겠다, 엄마가 차로 학교에 데려다줘야겠어.”
“엄마가 동생을 가져서 몸이 무거운데 차 운전을 어떻게 해요? 제가 대수로 길로 다니지 않고 원래 다니던 하천 옆 둑길로 다닐게요.”
나는 엄마가 놀랄까 봐, 뱀 때문에 대수로 길로 간 것을 말하지 않았어요. 산달이 가까운 엄마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거든.
세탁기가 세탁을 마쳤다고 ‘지~리리리~~’ 노래를 부르고 있었어.
“엄마, 제가 빨래 널어놓고 숙제하고 친구들이 놀러 오면 자전거 타고 놀다 올게요.”
동생을 가져 몸이 무거운 엄마를 도와 빨래를 널어주었어. 배가 부른 엄마는 행동이 부자연스러운데 차
운전을 하는 것은 내키지 않았으니까.
지금처럼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며 자전거 지킴이 서기와 함께 학교에 다니고 싶은 마음이었어.
같은 반 친구인 대규와 도리가 우리 집으로 놀러 왔어. 같이 숙제하고 게임도 하며 재밌게 놀았어.
우리 세 친구는 자전거를 타고 쭉 뻗은 강변도로를 신나게 달렸어. 한참을 달렸더니 등에서 땀이 줄줄
흘러내렸어. 세 명의 친구들은 장안대교 아래 그늘진 곳에 자전거를 세웠어.
서울에 있는 한강대교보다 길이나 폭이 짧지만 대교 아래는 그늘이 져서 무척 시원했어. 낚시하는
사람들도 대교 아래서 쉬며 고기를 구워 밥을 먹고 있었어.
시원하게 땀을 식히며 강을 바라보고 있을 때 대규가 놀란 목소리로
“어, 저기. 배 위에 커다란 고기가 펄쩍펄쩍 뛰고 있어, 같이 가보지 않을래?”
대규와 나는 고깃배에 가고 뒤늦게 화장실에 다녀온 도리도 뒤따라오며
“야, 이거 가물치잖아, 가물치가 힘이 세서 비가 오면 버드나무 위로 뛰어오른다고 하던데?”
난 그 말이 신기해서
“정말, 가물치가 힘이 장사네? 그럼 우리 집에 데려가서 어항에 키워야겠다. 너희들 도와줄 거지?”
우리 세 친구는 배 위에 팔딱거리는 가물치를 잡아 넓은 통에 담아 ‘영차영차’ 우리 집으로 가져와서
거실에 있는 어항에 넣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