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네가 부럽다!

[단편동화 연재] <꼭꼭 숨어라!> 유정 이숙한

by 유정 이숙한

서기는 상호가 주고 간 빵을 한 입에 꿀꺽 삼켰어요. 입술에 묻은 크림을 여러 번 핥았지요.

서기는 아래위 입술을 핥자 달콤한 크림이 혀끝에 맴돌자 기분이 좋아서 자전거 두 바퀴 사이에

길게 누우니 스르르 눈이 감깁니다.


도리는 서기를 보러 간다고 하자 다른 친구들도 여럿이 몰려갔어요.

서기는 발자국 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고 경계 태세를 취했지요.

민성이 오자 반가워서 손을 핥으며 꼬리를 흔들었지요. 서기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렸어요.

성규가

“서기야, 점심 먹어야지, 아침도 먹지 않았다면서 도련님 자전거 지키는 거야? 너 참. 대단하다.

서기처럼 충실한 개가 있는 민성이 부럽다!”


반장 명선은 우유와 빵을 서기에게 주었지요.

서기는 고소한 우유 냄새가 코끝을 감기고 맛있는 빵 냄새에 현기증이 났지만 참고 있어요.

민성은

“서기야, 배 고픈데 빵이랑 우유 먹어? 서기 착하지!”

성은 참고 있는 서기가 대견했어요.



시작종 소리에 아이들이 교실로 들어갔어요.

서기는 빵을 한입에 꿀꺽 삼키고 뜯어진 우유팩 사이에 혀를 집어넣고 홀짝홀짝 핥아먹더니

배가 부르자 졸음이 몰려옵니다. 입을 크게 벌리고 하품을 하더니 자전거 아래에 배를 깔고

앞발을 베개 삼아 턱을 고이고 눈을 감았지요.


하늘이 어두워지고 ‘우르릉 쾅쾅’ 천둥과 번개가 처렁처렁 큰 소리를 치더니 장대비가

쏟아졌어요. 서기는 세찬 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지킵니다. 비에 젖은 서기는 긴 털이 주저앉아

아기 강아지의 모습이 되었지요.

서기는 몸을 흔들어 털에 묻은 물기를 날려보지만 비를 피할 수 없습니다.

빗물이 서기의 눈으로 들어가자 눈만 껌벅이며 그대로 앉아 자전거를 지키고 있어요.


수학 시간입니다. 민성은 선생님 말씀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지요.

민성은 ‘우리 서기 장대비 맞고 있겠다. 자전거 주차장에 비가 들이칠 텐데…’

선생님이 말했어요.

“여러분 수학책 28페이지 숙제예요. 숙제해와요, 내일 숙제 검사할 거예요.”

민성은 가방을 챙겨 교실 밖으로 나왔지요.



서기는 물에 빠진 생쥐처럼 빗물에 흠뻑 젖었지요. 아기처럼 작아진 서기는 비에 젖은 몸을

흔들어 물기를 털어내고 털을 핥았어요. 민성이 다가오더니

“서기 너, 감기 걸리겠다. 내일부터는 학교에 따라오지 마?”

“괜찮아요, 도련님, 두꺼운 털옷을 입어서 감기에 걸리지 않아요? 내일도 자전거 지킬래요.”


도리는

“나도 서기처럼 의리 있는 강아지가 한 마리 있었으면 좋겠다!”

민성은 도리의 말에 기분이 좋았지요. 도리는 서기를 바라봅니다. 민성의 얼굴에 배시시 미소가

꽃처럼 피어납니다. 민성이 서기의 머리를 쓰다듬자 서기는 행복해서 눈을 지그시 감았어요.




민성이 탄 자전거와 서기가 들길을 달려갑니다. 논에는 벼들이 나플거리고 있습니다.

집에 도착한 민성은 자전거에서 가방을 내리며

“엄마, 학교 다녀왔습니다. 아기를 가져서 몸이 무거우신데 뭘 하고 계세요?”

“응, 딸기나무 옆에 풀 뽑아주고 있었어. 학교 잘 갔다 왔니? 서기 너는 밥 먹으라고 여러

번 불러도 오지 않더니 어디 갔다 온 거야? “

민성은 서기가 학교에 따라와 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지키다 온 것을 엄마에게 들려줬어요.


민성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엄마가 말했어요.

“그래? 우리 서기가 도련님 자전거를 지켜주었구나, 아이고 착해라. 들길에 뱀이 나오면

서기 네가 쫓아줘야 한다?”

“엄마, 분교 아이들이 자전거를 지켜주는 의리 있는 개를 가졌다고 저를 무척 부러워해요!”

“주인의 자전거를 지키는 개는 흔치 않지. 서기 아빠도 할아버지 경운기를 지키고 있다가

누가 경운기를 만지면 으르렁거렸대. 또 멀리서 들리는 할아버지 경운기 소리를 듣고 반갑다고

꼬리를 치며 무척 좋아했다고 그러더구나.”

“그래요? 서기가 제 아빠를 닮아서 똑똑한 거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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