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만지지 마세요!

[단편동화 연재 ] < 꼭꼭 숨어라! > 유정 이숙한

by 유정 이숙한

민성은 분교에 다니고 1학년에서 4학년까지 전교생이 68명입니다.

5학년이 되면 본교로 버스를 다녀야 합니다.

시작종이 울리자 운동장에서 놀던 아이들이 하나둘 교실로 들어갔어요.

혼자 남은 서기는 졸음이 몰려왔지요. 잠을 자기 위해 앞발로 턱을 고이고 눈을 감고 누웠어요.

턱이 축 늘어진 개가 어슬렁어슬렁 다가오더니 자전거 냄새를 맡았어요?


서기가 벌떡 일어나 으르렁 거리며 화를 버럭 내며

“웡웡, 저리 가, 우리 도련님 자전거야? 허락도 없이 냄새를 맡으면 어떻게 해?”

“나랑 친구 하지 않을래? 저쪽에 가면 맛있는 돼지 똥 있어. 같이 먹으러 가자?”

서기는 돼지똥이란 말에 귀가 솔깃했지요. 군침이 돌았지만 침을 꿀꺽 삼키고

“난 우리 도련님 자전거를 지켜야 해? 돼지 똥 너나 실컷 먹어.”

“같이 가기 싫다니 윗집 메리랑 같이 가야겠다?”

턱이 늘어진 개가 가버리자 서기는 자전거 아래에 길게 드러누워 앞발을 베개 삼아

턱을 고이고 귀를 세우고 잠을 청합니다.



‘따르릉’ 휴식 종이 울리자 아이들이 운동장으로 우르르 몰려나왔지요.

민성이와 반 친구들이 자전거 옆으로 다가왔어요. 아이들이 자전거를 만지자 서기는 경계태세로

벌떡 일어나더니 으르렁거리며

“웡웡, 우리 도련님 자전거예요. 만지지 마세요! 만지면 ‘앙’ 물을 거예요?”

도리가 자전거를 만지자 서기는 송곳니를 드러내 놓고 분교가 떠나가도록 짖어댑니다.

민성이 서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서기야, 내 친구들에게는 으르렁거리며 짖지 말아?”

“야, 신기하다. 주인 도련님 자전거라고 만지지 못하게 화를 내네?”

주석이 자전거를 만지는 척했어요.


서기가 웅얼웅얼 성질을 내자 상호가

“하하, 서기처럼 주인 자전거를 지켜 주는 개는 처음 본다. 얼굴도 귀엽고 예쁘게 생겼네!”

종이 울리자 다들 교실로 들어갔지요.

선생님 피아노 반주에 맞춰 아이들이 노래를 부릅니다. 서기는 민성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꼬리를 흔들흔들...




소나기가 바람을 타고 춤을 추며 내립니다.

서기는 소나기를 맞으며 자전거 아래 목각인형처럼 웅크리고 앉아 몸을 흔들어 물기를 털어냅니다.

소나기가 그치고 예쁜 무지개가 떴어요. 무지개를 본 서기는 기분이 좋았지요. 입을 벌려 기지개를

켜며 하품하며 몸을 흔들자 물방울 구슬이 쏟아집니다. 무지개처럼 빛납니다.

서기 몸에서 떨어진 무지개 구슬들이 우주 공간으로 날아가더니 무지개 구슬을 물고 옵니다.

서기는 자전거 아래에 웅크리고 앉아 있습니다.


수업을 마치는 종이 울리자 아이들이 몰려왔어요. 도리가

“서기야, 이 자전거 내가 좀 탈게. 넌 비를 맞았으니 얼른 집에 가서 점심이나 먹어라?”

서기가 입을 실룩거립니다. 윗니와 아랫니를 드러내며 화를 버럭 냅니다.

“안 돼, 우리 도련님 자전거에 타면 내가 발뒤꿈치를 ‘앙’ 물어버릴 테야?”

서기가 으르렁거리며 화를 버럭 내자 서기의 눈빛이 빙글빙글 돌더니 파랗게 변했어요.

도리는 서기의 눈빛이 무서워서 민성이 등 뒤로 몸을 살짝 숨기며 말합니다.

“야, 짜리 몽땅 발발이가 성질이 대단한데? 그래 알았다. 네 도련님 자전거 만지지 않을

테니까, 잘 지키고 있어라.”


이번에는 옆에 있던 상호가 자전거를 만집니다.

서기는 뾰족한 어금니까지 드러내고 으르렁거립니다. 상호가 웃으며

“주인의 자전거를 지키는 충성스러운 개에게 맛있는 빵을 상으로 주겠다! 자, 받아라!”

상호가 빵을 던져주자 맛있는 빵 냄새 때문에 먹고 싶어 현기증이 난 서기였지만 침을

꿀꺽 삼키며 참았지요.

민성이 서기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먹으라고 했지만 먹지 않고 가만히 앉아있어요.

분교 어린이들에게 자전거 지킴이 서기의 이야기가 널리 퍼져갔어요. 쉬는 시간이면 분교

어린이들이 서기를 보러 몰려옵니다.

민성은 자전거 지킴이 서기 때문에 스타가 된 기분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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