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동화 연재] < 꼭꼭 숨어라! > 유정 이숙한
우리 집과 공장이 크고 멋지게 짓고 이사했어. 주연의 집과 2킬로쯤 떨어진 외딴곳이야. 준희에게
대갚음하지 못해 서운했어. 동생만 챙기고 나를 챙겨주지 않는 주연을 보지 않으니 마음이 후련했어.
우리 집 주변에는 민가가 없었고. 3분쯤 걸어가야 어부아저씨 집이 있을 뿐이고. 넓은 논이 끝없이
펼쳐져 있고 또래 친구가 없어서 외롭고 심심했어.
내 유일한 친구는 두 살배기 쥐색 개 서기와 공을 던지면 물어오는 사냥개인 수니가 전부였어.
수니는 사냥개인데 송아지만큼 크고 다리도 길고 힘이 장사였어. 서기는 몸집이 작고 몽땅하며
다리도 짤막해서 아기 강아지 같았어.
아침이 되었어. 내가 뒷 창문을 열고
“수니야, 밤중에 새끼들 젖 잘 먹이고 잘 지켜주었지?”
“네, 도련님. 아기들 지켜주고 젖을 주었더니 배가 고파요, 밥 주세요!”
샘이 많은 서기가 안방 창문 아래로 달려와서 꼬리 치며
“웡웡, 수니, 너. 어젯밤에 새를 잡으려고 야단법석을 떨었니?”
“컹컹, 아니야, 참나무 위에 잠자는 참새들과 꿩들이 부스럭대는 소리였어. 너구리, 삵 등
산짐승들이 많은데, 아기들이 겁 없이 돌아다녀서 계속해서 부르느라 힘들었어.”
“아기들 때문에 걱정이 많았겠구나. 난 네가 부러워! 넌 귀여운 새끼를 일곱 마리나 낳았잖아?
민성이 도련님이랑 아저씨, 아줌마도 너만 예뻐하잖아?”
“아니야, 도련님은 나보다 널 좋아해, 매일 아침 널 데리고 학교에 가잖아?”
수니는 목줄이 묶여있었기 때문에 학교에 따라갈 수 없었어. 어디든지 자유롭게 다니는 서기가
부러울 수밖에. 수니는 굵은 목줄을 뾰족한 송곳니로 갉았어. 목줄은 끊어지지 않았어.
서기가 깔깔 웃으며
“바보, 그렇게 줄을 씹는다고 굵은 줄이 끊어지니? 사나운 짐승이 밤에 찾아오면 어쩌려고?
넌 새끼들 지켜줘야지, 어딜 따라가겠다는 거야?”
“컹컹, 서기, 네 말이 맞아. 삵이 우리 예쁜 아기들 데려가지 못하게 지킬 거야.”
수니 새끼 한 마리가 비를 맞고 여기저기 돌아다더니 감기에 걸려 열이 나고 아팠어.
감기가 심해 폐렴으로 하늘나라로 떠나고 말았어.
수니는 공을 던지면 쫓아가서 물어오는 사냥개지만 새끼들을 지킬 수 없어 너무 슬펐어.
엄마와 아빠는 수니와 어린 강아지들을 잃고 싶지 않아 동물을 잘 돌보는 외할아버지 집에
수니와 여섯 마리 새끼들을 보냈어. 서기는 혼자 있으니 친구가 없어 쓸쓸했어.
매일 아침 나를 따라 학교에 가는 것이 유일한 기쁨이고 즐거움이었어.
서기는 ‘삐거덕’ 현관문이 열리면 꼬리 치며 내 자전거 옆에 대기 중이었어.
내가 책가방과 우산을 싣고 출발하자 서기가 앞장서서 갔어.
하늘이 온통 회색빛이었어. 검은 구름이 산 위에 걸쳐 있었어.
해님이 구름 나라로 소풍 갔나 봐, 하늘이 금방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어.
자전거에 타자
“서기야, 오늘은 비 오니까, 따라오지 말고 집에 있어, 비를 맞으면 감기에 걸려서 수니
새끼들처럼 폐렴으로 죽을 수 있단 말이야?”
“싫어요, 도련님 따라갈래요? 도련님 따라 학교에 가는 것이 서기는 제일 행복해요.”
“넌, 누굴 닮아서 고집이 세니?”
서기는 내 자전서에 앞장서서 코를 움질거리며 걸어갔어.
간척지 넓은 들에는 논들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어, 논과 논 사이에 좁고 긴 강이 있는데 물살이
빠르게 달려갔어, 남양호 강의 양수장 높은 집에서 커다란 양수기로 강물을 끌어 모아 작은 강으로
물을 보내주거든. 물살이 빨라 빠지면 나오지 못하는 무서운 강이야.
남양호 강은 한강보다 작지만 고기 잡는 작은 배도 한 척 있었어. 남양호 강이 굽이굽이 흐르고
양수장을 지나 하천 둑길을 자전거를 타고 가는 나는 학교로 갔어, 학교 자전거 주차장에 자전거를
세우고 서기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뒤를 돌아보며 손을 흔들어주었어. 주차장에 홀로 남겨진
서기는 내 자전거를 지키며 하루 종일 나를 기다려주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