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자전거 지킴이

[단편동화 연재] < 꼭꼭 숨어라! > 유정 이숙한

by 유정 이숙한

민성은 공장과 집을 크고 이사했어요. 주연의 집과 2킬로쯤 떨어진 외딴곳입니다.

민성은 준희에게 대갚음하지 못해 서운했지요. 동생만 챙기고 민성을 챙겨주지 않는 주연을

보지 않으니 마음이 후련했어요.

민성의 집 주변에는 민가가 없었지요. 3분쯤 걸어가야 어부아저씨 집이 있을 뿐. 넓은 논이

끝없이 펼쳐져 있고 또래 친구가 없었지요.


두 살배기 쥐색 개 서기와 공을 던지면 물어오는 사냥개인 수니가 유일한 친구입니다.

수니는 사냥개인데 송아지만큼 크고 다리도 길었지요. 힘이 장사였지요. 서기는 몸집이 작고

몽땅하며 다리도 짤막해서 아기 강아지 같았지요.


아침입니다. 민성은 뒷 창문을 열고 수니에게

“수니야, 밤중에 새끼들 젖 잘 먹이고 잘 지켜주었지?”

“네, 도련님. 아기들 지켜주고 젖을 주었더니 배가 고파요, 밥 주세요!”

샘이 많은 서기가 안방 창문 아래로 달려와서 꼬리 치며

“웡웡, 수니, 너. 어젯밤에 새를 잡으려고 야단법석을 떨었니?”

“컹컹, 아니야, 참나무 위에 잠자는 참새들과 꿩들이 부스럭대는 소리였어. 너구리, 삵 등

산짐승들이 있는데, 아기들이 겁 없이 돌아다녀서 부르느라 힘들었어.”

“아기들 때문에 걱정이 많았구나. 난 네가 제일 부러워! 넌 귀여운 새끼를 일곱 마리나 낳았잖아?

민성이 도련님이랑 아저씨, 아줌마도 널 예뻐하잖아?”

“아니야, 도련님은 나보다 널 좋아해서 매일 아침 널 데리고 학교에 가잖아?”


수니는 목줄이 묶여있었기 때문에 학교에 따라갈 수 없었지요.

어디든지 자유롭게 가는 서기가 부러울 수밖에요.

수니는 굵은 목줄을 뾰족한 송곳니로 갉았어요. 목줄은 끊어지지 않았지요. 서기가 깔깔 웃으며

“바보, 그렇게 줄을 씹는다고 굵직한 줄이 끊어지니? 사나운 짐승이 밤에 찾아오면 어쩌려고?

넌 새끼들 옆에 있어야지, 어딜 따라가겠다는 거야?”

“컹컹, 서기, 네 말이 맞아. 삵이 우리 예쁜 아기들을 데려가지 못하게 지킬 거야.”



수니 새끼 한 마리가 비를 맞고 여기저기 돌아다더니 감기에 걸려 열이 나고 아팠어요

감기가 심해 폐렴으로 하늘나라로 떠났지요.

수니는 공을 던지면 쫓아가서 물어오는 사냥개지만 새끼들을 지킬 수 없어서 너무 슬펐지요.

엄마와 아빠, 민성은 수니와 어린 강아지들을 잃고 싶지 않았지요.

동물을 잘 돌보는 외할아버지댁으로 수니와 여섯 마리 새끼들을 보냈어요.

서기는 옆에 친구가 없으니 쓸쓸했지요.

매일 아침 민성을 따라 학교에 가는 것이 유일한 기쁨이고 즐거움입니다.



민성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서기. ‘삐거덕’ 현관문이 열리자 서기가 꼬리를

살랑살랑 치며 자전거 옆에 대기 중입니다.

민성이 책가방과 우산을 싣고 출발하자 서기가 앞장서서 갑니다.

하늘이 온통 회색빛입니다. 검은 구름이 산 위에 걸쳐 있습니다.


해님이 구름 나라로 소풍 갔어요, 금방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하늘. 자전거에 탄 민성은

“서기야, 오늘은 비 오니까, 넌 따라오지 말고 집에 있어, 비를 맞으면 감기에 걸리고 수니의

새끼들처럼 폐렴으로 죽을 수 있어!”

“싫어요, 도련님 따라갈래요? 도련님 따라 학교에 가는 것이 서기는 제일 행복해요.”

“넌, 누굴 닮아서 고집이 세니?”



서기는 앞장서서 코를 움질거리며 걸어가고 있어요.

간척지 넓은 들은 논들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어요. 논들 사이에 작은 강은 물살이 빠릅니다.

남양호 강 옆 양수장 높은 집에서 커다란 양수기로 강물을 끌어 모아 작은 강으로 물을 보내줍니다.


남양호 강은 한강보다 작지만 고기 잡는 작은 배도 한 척 있었지요. 남양호 강이 굽이굽이

흐르고 양수장을 지나 하천 둑길을 자전거를 타고 가는 민기는 학교에 도착하자 자전거 주차장에

자전거를 세우고 서기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뒤를 돌아보며 손을 흔들어줍니다.

주차장에 홀로 남겨진 서기는 자전거를 지키며 민성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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