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드디어 기회가 왔어

[단편동화 연재] < 꼭꼭 숨어라! > 유정 이숙한

by 유정 이숙한

엄마가 얼굴이 붉어지며

“민성아, 주연이와 준희랑 놀지 마, 귀한 우리 아들, 얼굴이 손톱 상처투성이잖아? 준희 나쁘다, 안 되겠다

약을 발라야겠어!”

“주연 엄마가 약도 발라주고 준희를 혼내줬어요.”

“그래서 마음이 시원해졌니?”

“아니요, 준희가 야단을 맞았는데 반성하지 않고 혀만 찼어요.”

“준희는 말도 서툰데 핏줄이 무섭구나. 우리 민성이도 동생이 있으면 편들어 줄 텐데..”

“엄마랑 아빠는 친하지 않고 맨날 싸우니까, 동생이 생기지 않는 거지요?”

내가 볼멘소리로 속엣말을 하자 아빠가 엄마를 켜안으며 뽀뽀하더니

“민성아, 이거 봐라? 엄마랑 아빠는 이렇게 사랑하잖아!”

아빠의 말이 맞는 거 같았어. 엄마와 아빠는 싸우긴 해도 서로 위해주고 친한데, 왜, 동생이 생기지 않는

걸까? 나는 엄마랑 아빠가 친하지 않아서 동생이 생기지 않는 줄 알았는데, 내 생각이 틀렸나 봐, 엄마와

아빠가 사랑하는데, 아기가 생기지 않는 이유가 뭘까?



내가 엄마와 아빠에게

“엄마, 아빠. 저도 누나나 형이, 동생이 한 명 있으면 좋겠어요!”

내 말에 아빠가 말했어

“누나나 형은 어렵고 기회가 되면 동생을 꼭 낳아줄게. 아빠랑 약속하는데 주연이 할머니 없을 때 준희

녀석 혼내줘야 한다?”

“네, 저도 그러고 싶은데 기회가 오지 않아요, 아빠. 준희는 할머니가 맨날 업고 있으니까요.”

엄마가 비장한 목소리로

“우리 민성이가 준희를 혼내줄 기회가 꼭 올 거야. 힘들지만 참고 기다려 봐!”

나는 거울을 볼 때마다 준희에게 꼬집힌 흉터 때문에 화가 났어. 잘 생긴 얼굴에 흉터가 있어 친구들에게

인기가 없는 거 같았거든. 언젠가 기회가 오면 준희를 꼭 혼내 줄 거라고 다짐했어.



봄이 왔어. 준희도 여섯 살이라 어린이집에 입학했어. 주연은 준희만 챙기고 나에게는 관심이 없어 준희가 미웠어. 주연은 준희네 개나리반에 가서 준희를 보살펴주었어.

준희는 새미가 갖고 노는 장난감을 빼앗는 장면을 목격하고, 기회가 온 거 같아 마음이 두근거렸어,

내가 준희에게

“준희야, 너는 새미가 갖고 노는 소방차를 빼앗으면 어떻게 하니? 소방차는 새미 주고 넌 자동차 가지고 놀아, 너네 집에 가면 나와 민기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을 모두 빼앗아가더니 어린이집에서도 욕심부리는 거니? 친구들이랑 사이좋게 놀아야지?”


준희는 다른 곳으로 가더니 네 살 먹은 아이가 책으로 성을 쌓으며 놀고 있는데 세워놓은 책들을 손으로

밀어 와르르 무너뜨리고 빼앗는 것이었어? 준희를 혼내줄 기회를 엿보고 있었는데 드디어 기회가 왔어,

내가 준희의 머리를 세게 꾹 쥐어박으며

“준희, 네가 깡패냐? 다른 친구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 빼앗고 힘들게 쌓은 성도 무너뜨리고 왜 다른

아이들에게 못되게 구는 거야?”


준희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처럼 입을 삐죽거리며 주연이네 다람쥐 반으로 쪼르르 달려갔어,

주연을 보자 울먹이며

“누나, 민성이가 내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을 모두 빼앗고 나, 여기를 이렇게 때렸어!”

준희가 내가 머리를 쥐어박는 모습을 흉내 냈어. 준희의 말을 전해 들은 주연이 화를 내고 씩씩거리며

내가 있는 곳으로 쫓아왔어. 주연이 말했어.

“민성아, 너. 우리 준희 때렸니? 내 동생이면 네 동생이나 마찬가지인데 다른 아이들 편만 들어주고

너무한 거 아니니?”

나는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얼굴이 살짝 빨개졌어. 내가 주연에게

“세미가 갖고 노는 소방차를 준희가 빼앗고 네 살 먹은 아이가 책으로 성을 쌓고 놀고 잘 있는데

책으로 만든 성을 무너뜨리고 책을 빼앗아서 내가 혼내줬어.”

“그렇다고 우리 준희의 머리를 때리니?”

“때리긴, 뭘, 꿀밤을 준 거지.”

준희가 어린이집에 다니고부터 동생만 챙기고 내게 관심이 없는 주연이 미웠어, 준희를 혼내줄

기회가 생겨 즐겁고 속이 후련했어.

'어차피 욕 먹을 바에는 몇 대 더 때려줄 걸 그랬나?'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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