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동화 연재] < 꼭꼭 숨어라! > 유정 이숙한
엄마는
“민성아, 주연이와 준희랑 놀지 마, 번번이 귀한 우리 아들 얼굴이 손톱 상처투성이잖아?
안 되겠다, 상처에 약을 발라야겠어!”
“주연 엄마가 약도 발라주고 준희도 야단맞았어요.”
“그래서 화가 풀리고 마음이 시원해졌니?”
“아니요, 준희가 야단을 맞아도 잘못을 모르는 거 같아요. 혀만 찼으니까요.”
“준희는 말도 서툰데 핏줄이 무섭구나. 우리 민성이도 동생이 있으면 편들어 줄 텐데..”
“엄마랑 아빠는 친하지 않잖아요? 맨날 두 분이 싸우니까 동생이 생기지 않는 거지요.”
민성이 볼멘소리로 속엣말을 하자 아빠가 엄마를 켜안으며 뽀뽀하더니
“민성아, 이거 봐라. 엄마랑 아빠는 이렇게 사랑하고 있어.”
아빠의 말이 맞는 거 같았어요. 엄마와 아빠는 자주 싸우고 친하지 않기 때문에 동생이 생기지
않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민성의 생각이 틀린 모양입니다.
엄마와 아빠가 사랑하면 아기가 생겨야 하는데, 아기가 생기지 않는 걸까요?
민성은
“엄마, 아빠. 저도 누나나 형이나 동생이 한 명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빠가 말했어요.
“누나나 형은 어렵고 기회가 되면 동생을 꼭 낳아줄게. 아빠랑 약속하는데 주연이 할머니 없을 때
준희 녀석 혼을 내줘야 한다?”
“네. 저도 그러고 싶은데 기회가 없어요, 아빠. 준희는 맨날 할머니가 업고 있어요.”
엄마가 비장한 목소리로
“언젠가 우리 민성이가 준희를 혼내줄 기회가 꼭 올 거야. 힘들어도 참고 기다려 봐!”
민성은 거울을 볼 때마다 준희에게 꼬집힌 흉터가 얼굴에 남아있어 화가 납니다.
잘 생긴 얼굴에 흉터가 있어 친구들에게 인기가 없는 거 같았거든요. 민성은 언젠가 기회가 오면 준희를
혼내 줄 거라고 다짐하고 있어요.
봄이 왔어요. 준희도 여섯 살이라 어린이집에 다닙니다.
주연은 준희만 챙기고 민성은 관심이 없습니다. 민성은 준희가 미웠지요.
주연은 준희네 개나리반에 가서 준희를 보살펴줍니다.
준희가 새미가 갖고 노는 장난감을 빼앗는 장면을 목격하고
기회가 온 거 같아 마음이 두근거립니다. 민성은
“준희야, 너는 새미가 갖고 노는 소방차를 빼앗으면 어떻게 하니? 소방차는 새미 주고
넌 자동차 가지고 놀아, 집에서 나랑 민기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을 모두 빼앗아가더니 어린이집에서도
욕심부리니? 사이좋게 놀아야지?”
준희는 다른 곳으로 가더니 네 살 먹은 아이가 책을 세워 성을 쌓으며 노는데 세워놓은 책들을
와르르 무너뜨리고 빼앗는 것이었어요?
민성은 준희를 기회를 엿보고 있었지요. 준희의 머리를 주먹으로 세게 꾹 쥐어박으며
“준희, 네가 깡패니? 다른 친구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 빼앗고 힘들게 쌓은 성도 무너뜨리고 넌
못되게 구는 거야?”
준희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처럼 입을 삐죽거리며 주연이네 다람쥐 반으로 쪼르르
달려가더니 주연을 보자 울 것 같은 얼굴로 울먹이며
“누나, 민성이가 내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을 모두 다 빼앗고 나, 여기를 이렇게 때렸어!”
준희는 머리를 쥐어박는 모습을 흉내 냈어요. 준희의 말을 전해 들은 주연이 화를 내고 씩씩대며
민성이가 있는 곳으로 쫓아갔어요.
주연이 말했어요.
“민성아, 너. 준희 때렸니? 내 동생이면 네 동생인데 다른 아이들만 편들어주고 너무한 거 아냐?”
민성은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얼굴이 빨개졌지요. 민성은
“준희가 세미가 갖고 노는 소방차를 빼앗고 네 살 먹은 아이가 책으로 성을 쌓고 놀고 있는데
책으로 만든 성을 무너뜨리고 책을 빼앗아서 내가 좀 혼내줬어.”
“그렇다고 우리 준희의 머리를 때리니?”
“때리긴, 꿀밤을 준 거지.”
준희가 입학하고부터 동생만 챙기고 민성에게 관심이 없는 주연이 준희보다 미웠지요.
준희를 혼내줄 기회가 생겨 마음이 가볍고 시원했어요.
민성은 '어차피 욕을 먹을 바에는 주먹으로 때려줄 걸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