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준희는 나빠요

[단편동화 연재 ] < 꼭꼭 숨어라> 유정 이숙한

by 유정 이숙한

우리 집은 주연네 집이랑 한 집 건너 옆집에 살아, 나와 주연은 네 살 때부터 어린이집에 다녔어. 주연은

나와 나이가 같은데 누나처럼 날 챙겨줘서 형제가 없어도 외롭지 않았어, 주연에게 한 살 아래인 남동생

준희가 있었어,

우리 엄마와 주연엄마는 나이가 비슷한 친구라 친하게 지냈어.

내가 주연이랑 어린이집에서 돌아왔어. 준희는 할머니 등에 업혀서 엄지손가락을 빨고 있었어, 내가

“준희야, 너는 다섯 살인데 아기처럼 엄지손가락을 빨고 있니?”

내 말에 주연이 말했어

“준희가 엄지손을 빨아서 걱정이야, 아빠가 빨지 못하게 붕대를 감아주었더니, 검지 손을 빨았어, 아빠가

야단쳤더니 떼를 쓰고 울었어.”

“준희가 엄마랑 같이 있고 싶은데 엄마가 놀아주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닐까.”

“우리 엄마 바빠서 준희랑 놀아줄 시간이 없어, 준희가 자꾸 떼를 쓰고 우니까, 할머니가 업어주는 거야.”

“그랬구나, 우리 엄마도 항상 바빠..”



내가 주연이랑 소꿉놀이할 때 준희는 할머니 등에 업혀서 손가락을 빨며 구경하고 있고.

우리는 엄마 아빠 놀이를 하고 있었어. 주연이 말했어

“여보, 나 바쁜데 왜 도와주지 않는 거예요?”

주연이 큰소리로 따지듯이 말하자, 내가

“나도 바빠요, 밭도 갈아야 하고 감자 고랑도 내야 해요.”

우리가 큰 소리로 말하자 준희가 침 묻은 더러운 손으로 할머니 등에서 내 머리를 쿡 쥐어박는 거야.

나는 기분이 나빠서 준희를 쥐어박고 싶었는데 할머니 때문에 그럴 수 없었어. 내가

"할머니, 준희가 침 묻은 더러운 손으로 제 머리를 쥐어박았어요?"

나는 준희기 너무 미워서 주먹으로 쿡 쥐어박고 싶었는데 참으려니까, 속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목

위로 올라왔어. 할머니가

“준희야, 민성이 형이랑 누나가 싸우는 거 아니야, 가짜로 싸우는 거야?”



나와 주연, 준희랑 소꿉놀이 했어. 주연은 엄마, 나는 아빠, 준희는 아기인데, 엄마와 아빠처럼 큰 소리로

말했어, 준희가 느닷없이 내 얼굴을 손톱으로 할퀴고 도망갔어, 난 할퀸 상처가 따갑고 아파서 쫓아가서

주먹으로 팡팡 때려주고 이단옆차기로 차려고 고개를 돌렸는데, 할머니가 보고 있었어, 준희를 우주 밖으로 휙 날리고 싶었는데 참으려니까 목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올라오고 내 목소리가 떨렸어. 내가

“할머니, 준희가 제 얼굴을 손톱으로 할퀴고 도망갔어요, 준희 좀 때려주세요. 손톱으로 할퀸 상처가

피나고 따갑고 아파요, 아빠가 알면 제 얼굴 원래 모습대로 해 놓으라고 할 거예요? 준희는 나빠요!”


할머니가 심각한 표정으로

“손톱 상처는 없어지지 않는데 어쩌지? 민성 아빠가 알면 화를 낼 텐데, 준희 너, 형 얼굴에 손톱 상처를

내면 어떻게 하니, 민성이 형아 아빠, 무서운 거 너도 알지? 얼른 가서 잘못했다고 사과해, 엄마 보고 준희

혼내주라고 해야지!”

할머니는 준희랑 집으로 들어갔어. 주연 엄마가 구급약 상자를 들고 나와서 내 상처에 약을 바르며

“민성아, 아프지? 미안해! 아줌마가 약 발라주고 들어가서 준희 혼내 줄게! 많이 아팠겠다? 민성아,

미안해! 아줌마가 대신 사과할게, 네 엄마와 아빠가 알면 얼마나 속이 상하시겠니?”



주연 엄마가 큰소리로

“준희 너, 민성이 형. 얼굴 손톱으로 할퀴면 어떻게 해? 상처가 나서 피나잖아, 민성이 형 아빠, 화나면

무서운 거 너도 알지? 또 그럴 거야? 안 그럴 거야.”

준희는 중얼거리며 혀를 찼어. 나는 화가 풀릴 때까지 준희를 두들겨 패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어서,

‘준희, 너. 두고 보자, 언젠가 기회가 오면 널 주먹으로 때리고 이단옆차기로 찰 거야’

나는 화를 참지 못해 주먹으로 쾅쾅 벽을 쳤어. 눈치 백 단인 아빠가

“준희가 네 얼굴 또 할퀴었니? 우리 귀한 아들 얼굴, 원래 모습대로 해 놓으라고 해? 번번이 무슨 행패야,

손톱자국 흉터 생기는데?”

엄마도 화가 났지만 아빠 때문에 참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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