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드 에세이 ] < 행복레시피 > 유정 이숙한
25년 2월 24일 정성 들여 담근 찹쌀고추장.
3년 전에 담근 고추장도 맛있는데 고춧가루가 맵더니 고추장도 매웠다.
나는 매운 것을 잘 먹지만 울님은 조금만 매워도 땀을 비 오듯 흘린다.
매운 거 좋아하는 딸에게 주고 조금 남았는데 시중에 파는 고추장을 섞어 쓸 수밖에 없었다.
담근 지 두 달이 거의 되는데 어느 정도 맛이 들었다. 고추장 위에 날 김을 덮어주었다.
에어컨 실외기 놓는 곳에 공간이 있어서 된장독 작은 항아리 두 개와 함께 그곳에 두었다.
작년 봄에 담근 국간장은 익었으니 베란다로 옮겼다.
시중에 나오는 장도 먹을 만 하지만 요리를 하면 텁텁하고 깊은 맛이 나지 않는다.
역시 섞어서 고추장찌개를 했더니 깊은 맛이 나지 않았다.
매워도 집 고추장이 최고다.
산 고추장으로 고추장찌개를 만들었는데 맛이 없었다.
어릴 적 대나무 밭 아래 장독대에는 고추장과 된장, 막장, 간장, 황석어젓, 새우젓,
소금 등 여러 종류의 장독이 놓여있었다. 고추장이나 된장, 간장을 매년 담그니 밀려 있었다.
오래된 고추장이나 된장은 색깔이 까매져서 무장아찌와 깻잎, 고추가 숨어있는 묵은 장독들은
먹을거리들을 품에 꼭꼭 숨기고 있었다.
어려서 그런지 짜기만 하고 맛이 없었는데 나이가 드니 그 맛이 그리워진다.
장독은 어릴 적 나의 놀이터였다. 장독 뚜껑이 햇볕을 받으면 무척 뜨겁다.
뜨거운 장독 뚜껑 위에 삶은 고구마를 썰어 말렸다.
반 건조된 고구마말랭이가 어찌나 맛있던지, 지금도 그 맛을 잊지 못한다.
지금이야 과자나 초콜릿, 비스킷이 아니더라도 피자나 치킨, 아이스크림 등 먹을거리가
넘쳐나지만 그땐 가마솥에서 긁은 누룽지와 군 고구마와 찐 고구마, 감자나 옥수수 등이
농촌아이들 간식이었다. 또 봉숭아 꽃잎을 돌로 찧어 손톱에 물들이는 미의 창소 장소였다.
여름이면 뒤란 복숭아나무 아래 심은 풋고추.
산들바람 장단에 맞춰 달랑거리며 어린 나를 부른다.
아직 어려서 풋내가 나는 고추를 따라 고추장이나 된장에 찍어먹었다.
할아버지는 매운 고추를 좋아하셨다.
엄마는 장독대에 미리 담근 맛있게 절여진 황섞어 젓갈을 가져다 잘게 썰고
막걸리로 담근 식초를 넣고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을 넣고 약이 바짝 올라 매운 고추를
곱게 다져 넣고 황석어젓 무침을 했다.
할아버지는 황석어젓 무침을 좋아하셨다. 어린 내가 먹어봐도 비릿하니 맛있었다.
밭에서 바로 따서 된장에 꾹 찍어 먹는 풋고추!
한 입 베어 물면 아삭한 소리가 청아하다. 그 소리는 멋진 음악이었다.
즐거운 음악을 들으니 콧노래가 나왔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추억 속 음식을 가끔씩 떠올린다.
고추장과 아삭한 풋고추는 잊혀 간 우리 기억을 살려주고 추억을 소환한다. 잃었던 입맛을 되살린다.
올해 밭을 또 빌리기로 했다.
그곳에 풋고추 몇 포기 심어 아삭거리는 청아한 소리를 들으며 된장과 고추장에
풋고추를 찍어 먹을 생각에 입안에 침이 가득 고인다.
수박과 참외를 심고 도라지와 더덕을 심으려고 한다.
** 고추장 담그는 준비물 **
고은 고춧가루 3킬로, 쌀엿(조청) 2.3킬로, 메주가루 1킬로 * 2 봉지,
천일염 1.5 킬로, 찹쌀가루 1킬로 * 3 봉지, 소주 1병, 엿기름 2킬로
완성된 고추장 모습이다. 적당한 물기로 잘 담가졌다.
"고추장아, 어서어서 맛있게 익으렴! 곧 식탁에서 만나자꾸나!"
** 담그는 요령 **
1. 엿기름 2킬로를 미지근한 물 6킬로를 넣고 30분 동안 불려주었다.
엿기름을 불릴 때 고은 망에 담아 불리면 주물러주면서 엿기름 물만 빼면 거를 필요가 없다.
2. 육수망 큰 주머니에 담아서 불려 거르느라 시간을 낭비할 필요 없어 편리하다.
식혜를 만들 때처럼 거를 필요 없다. 엿기름 찌꺼기가 들어가지 않는다.
3. 엿기름 물 12킬로에 찹쌀가루 3킬로를 넣고 뭉치지 않게 풀어주었다.
서너 시간 상온에 두면 숙성이 되어 뽀글뽀글 기포가 생겼다.
4. 3시간 경과하여 숙성된 찹쌀과 엿기름 발효물이 눌지 않게 저으면서 끓여준다.
끓기 시작하면 눌어붙지 않으니 그냥 두어도 눌지 않는다.
2~3센티 아래로 찹쌀 엿기름물이 졸여들면 찬물에 담가 차갑게 식혀준다.
5. 큰 솥이 없어서 작은 솥에 여러 번 끓였다.
작으니 찹쌀 엿기름 물을 식히는데 시간이 덜 걸렸다.
어느 정도 식혀지면 큰 그릇에 끓인 엿기름찹쌀물을 부어주고
찹쌀엿기름 달인 물이 식자 소금 1.5kg과 조청 2.3kg을 넣어 녹여주었다.
6. 찹쌀엿기름 물이 미지근해졌을 때 메주가루 2킬로를 넣어 풀어주고
고춧가루를 넣고 일회용 장갑을 끼고 뭉친 고춧가루를 잘 풀어주었다.
마지막으로 소주 한 병을 넣으면 위에 곰팡이가 피지 않는다고 해서 넣어봤다.
*** 항아리 소독하는 방법 ***
* 옛날 어머니들은 항아리 속에 불 붙인 짚을 널어 항아리를 소독했지만 짚을 구하기 힘들고
불이 날 염려가 있으니 가스에 항아리를 엎어 항아리 속을 열소독하고 치킨타월에 소주를
적셔 항아리를 닦아 주었다.
* 고춧가루 뭉친 것이 다 풀어지자 나른해진 고추장을 소독한 항아리에 부어주었다.
* 베란다 햇볕이 드는 곳에 두고 2~3개월 숙성시키면 먹을 수 있다.
* 작은 항아리에 7홉 정도만 부어준다. 숙성이 되면서 여름철에 끓어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고추장을 싱겁게 담그면 고추장을 끓어오를 수 있으니 위의 레시피대로 넣으면 적당하다.
이 정도 양이면 아들 3명과 딸에게 나눠줘도 2~3년 먹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