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혼자 하는 사랑은

[ 단편소설 연재 ] < 사랑을 위하여 > 유정 이숙한

by 유정 이숙한

- 태숙아! 여기 정박 중인 유람선에서 우리 자고 갈까? 이 배가 아버지가 타던 고깃배라고 생각해! 그럼 행복해지지 않겠니, 엄마 찾는 것은 그만둬. 벌써 다른 아이들의 엄마가 됐을 거야. 엄마라도 행복하게 그대로 놔둬!

- 그래, 오빠. 여기에 우리 고향을 잠시 옮겨놓을게! 우리 아빠도~


<저 산마루 쉬어가는 구름아 내 사연 전해주겠니? 정든 고향 떠난 지 오래고 내 님은 소식도 몰라요. 아아 뜬구름아- 삼포로 가거든. 정든 임 소식 좀 전해주렴. 나도 따라 삼포 간다고, 사랑도 이젠 소용없네. 삼포로 나는 가야지> 그는 휘파람으로 구성지게 노랠 두 번이나 연거푸 불렀다.



태숙도 아빠가 타던 배라며 아빠의 흔적을 찾았다. 아빠의 어선에 타자 태숙의 마음이 한없이 포근했다.

태숙은 갈매기가 되어 고향 바다와 하늘을 나르며 노랠 불렀다. 찬수가 문득 태숙을 보니 석양빛에 발그레하게 물든 얼굴이 첫사랑 정애와 닮았다. 시원한 이마와 웃음이 깃든 눈매, 미소 짓는 입술. 태숙에게 연민이 느껴졌다. 유람선 선장실은 바닷바람을 막아줬고 이부자리와 식사 도구들이 정돈된 채 있었다. 유람선 안에 걸린 시계는 6시에 멈춰있었다.


낡은 모자와 외투가 걸려있고 사람의 온기를 찾아볼 수 없다. 그는 차에서 취사도구를 가져왔다. 수산물센터에서 생선회와 소주를 곁들여 먹었다. 짬뽕라면에 새우를 넣고 물을 붓고 기다렸다. 물방울이 수없이 생기며 물이 끓는다. 나무저로 저어 수프가 우러나도록 했다. 같이 사 온 굴도 듬뿍 넣었다. 면이 익는다. 따듯한 라면국물을 마시자, 얼었던 몸이 따뜻해졌다.

- 오빠, 우리가 영화에 나오는 연인 같아! 오늘 여기서 자고 가면 안 될까?

- 저기 산 너머에 캠핑장이 있는데 텐트에 불 피우고 자면 몸이 따뜻하고 멋지지 않겠니?

태숙이 신나서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그들은 텐트촌으로 갔다.


야전 등불이 켜진 텐트는 환상적이었다. 찬수가 말했다.

- 우리 여기 텐트에서 영원히 살까? 아니면 캠핑카를 사서 전국을 떠돌며 사는 것도 좋고. 돈은 다니는 곳마다 현지에서 내가 벌면 되고. 그렇게 우리 20년쯤 계약 결혼을 하는 거야!

- 건배! 우리의 사랑과 인생, 내일의 희망을 위하여!

- 우리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 건배!


태숙과 찬수는 연거푸 여러 잔을 비웠다. 취기가 적당히 오르고 야전 전등에 비친 태숙의 청초한 얼굴이 학처럼 고고하게 보였다.

- 태숙아, 이리 와 내가 팔 베개 해줄게. 잠깐 눈 좀 붙여!

취기가 오른 태숙은 어린아이가 아빠의 품에 안기듯 그의 품에 안겼다. 마음이 편안했다. 태숙은 겉옷을 벗고 가벼운 속옷 차림으로 찬수의 오른팔을 베고 누웠다. 예전부터 알아온 사람처럼 낯설지 않았다. 태숙은 그의 마음을 기쁘게 해주고 싶었다. 태숙은 정애가 되어 그를 설레게 했다. 정애는 그의 손을 부드러운 가슴에 넣었다. 정애의 부드러운 살결에 손이 닿는 순간 15세 소년처럼 가슴이 두근거린다. 구름 위에 떠 있는 것처럼 기분이 좋다. 여자의 부드러운 살결이 좋다.


정애는 찬수의 겉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노란 야전 등에 비친 정애의 탐스런 살결에 노란 나비가 앉더니 나플나플 춤을 춘다. 정애는 차가운 그의 몸에 불을 지폈다. 마르고 거친 그의 몸이 장착처럼 타올랐다.

커다란 해일이 정애를 향해 돌진했다. 성난 바람을 거센 파도가 뭉그적 삼켰다. 하늘이 우르릉 쾅쾅! 세찬 빗줄기를 몰고 왔다. 야전 등에 비친 남녀의 그림자가 텐트 사이로 길어졌다, 작아졌다 멋진 춤을 춘다.


정애로 변한 태숙이 서희가 되었다. 그는 서희를 보니 참았던 그리움이 밀려온다. 서희를 와락 껴앉았다.

그리고 사랑을 고백한다.

- 서희야, 사랑해! 내가 너를 사랑하는 거 알지?

- 네가 날 사랑하는 줄 몰랐어. 바보! 그때 날 찾아오지 그랬어? 혼자 하는 사랑은 아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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