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에세이 ] < 행복이 머무는 시간 > 유정 이숙한
터미널 횟집에 가서 우럭으로 회를 떴다. 우럭은 매운탕을 끓이면 맛있다. 회를 뜨고 남은 뼈를 싸달라고
했더니 M수산 사장님이 오랜 단골인 내게 방금 회를 뜨고 나온 뼈들을 더 챙겨주겠다고 하여 무겁게
들고 왔다. 님은 회를 넣고 상추와 초장, 참기름과 밥을 넣고 비벼서 맛있게 먹는다.
그 사이 난 가져온 뼈와 생선 머리를 씻어 된장 1.5 스푼과 맛술을 한 스푼 넣고 중간 불에 40분 푹 고았다.
생선 뼈가 우러난 뿌연 국물. 한참을 서서 생선 뼈를 발라내느라 다리가 아프다. 금방 끝날 일이 아니다.
식탁 의자에 앉아 뜨거운 솥에서 생선뼈에서 살을 발라내는 작업에 들어갔다. 한참 지나니 어깨가 아프다.
울님 왈
- 그냥 뼈 바르면서 먹으면 되지, 힘들게 그걸 발라내고 있나요?
매운탕 먹을 때 뼈에 붙은 살을 발라내는 것이 재미있는 1인이다. 뼈 바르기 삼매경에 빠졌다. 매운탕은
생선 살도 맛있지만 껍질과 간이나 내장이 더 맛있다. 다 발라내니 뼈가 무척 많았다. 생선 살과 껍질도
제법 많다. 울님은 생선 곤 국물에 고추장 두 스푼과 다진 마늘 두 스푼을 넣고 한 소큼 끓였다.
요리를 하는 남자는 색시하다고 하더니 멋지다! 내가 남자에게 오랜만에 사랑받는 기분이 들었다.
점심에 어죽으로 만들어 먹기로 했다. 국수를 삶느라고 4분을 맞춰놓고 3분이 다 됐을 때
울님이 와서 삶고 있던 국수를 건져 찬물에 헹굼 하여 바구니에 건졌다. 깊은 팬에 국수를
담고 생선을 곤 국물과 살을 부어주고 양파와 양배추를 넣고 푹 끓였다.
국수가 충분히 익자 맛을 보더니 소금을 더 넣는다. 팬에 국수를 넣고 국물과 생선살점을
떠서 부어주고 팔팔 끓였다. 행복이 끓고 있다. 큰 그릇에 내 거를 먼저 담아준다.
민물 어죽은 몇 번 먹어봤지만 바다 생선 어죽은 처음 먹는다. 맛있긴 한데 살짝 짜다.
하지만 짜다고 하지 않았다. 그럴 수도 있다. 힘들게 만들었는데 뜨거운 물을 조금 붓고 먹었다.
울님이 어죽 맛을 보더니 짜지 않냐고 묻기에, 때는 이때다! 싶어, 소주잔으로 물 반 잔을 부었더니
간이 딱 맞아 담백하니 맛있다. 맛있긴 한데 울님 말씀대로 한 가지 아쉬운 맛이 있었다?
요즘 체중이 불어 고민인데 한 그릇 가득 담아준다.
민물 어죽은 자끔 먹어봤는데 바다 생선 어죽은 처음 먹는다.
생선 살과 껍질, 간이 국물에 녹아있어 맛있고 생선 살이 씹히니 맛있다.
점심 식사를 마친 후 디포리 8마리와 다시 멸치 7마리, 배추 2 잎, 양파 3겹,
맛술 2스푼을 넣고 육수를 끓였다. 잠시 후 비릿한 육수 냄새가 온 집안에 진동했다.
작은 냄비에 육수를 끓였으니 무척 진하다. 육수를 끓인 이유는? 한 가지 부족한 맛을
채우기 위함이다! 남은 생선에 육수가 들어가면 맛이 채워져서 완성되었다.
그 답을 이미 알고 있었다. 육수 두 컵반을 생선탕에 넣었다. 그리고 맛을 보았다. 가히 환상적인 맛이다.
요리는 마술이라고 했던가. 내가 마술을 부린 걸까, 들어갈 것이 들어가야 맛이 완성되어 이름값에 어울린다.
이거 자화자찬하는 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