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현소설 연재 ] < 모태솔로의 사랑이야기 > 유정 이숙한
착하게 생긴 손님은 술값 독박을 쓰려니 아까운 게지, 손님을 화장실로 안내하고 그 앞에 보초를 서고 있다. 화장실에서 나온 손님은 뒷주머니에서 꼬깃꼬깃 말아둔 수표를 꺼내 계산을 마친다. 술 갚은 15만 원인데 5만 원이 부족하다. 돈이 없다니 어쩌겠나? 엄동설한에 겉옷을 벗겨 밖으로 내보낼 수도 없고. 다들 술값을 내지 않으려고 도망갔는데 행동이 굼떠 남아있는 것일 뿐. 찬수는 그의 핸드폰을 볼모로 잡고 순순히 보내 주었다.
어떤 날은 혼자 와서 굶은 것처럼 먹더니 돈이 없다고 외상 하자고 한다. 처음 보는 낯선 사람이다. 아무것도 지니지 않고 쌍방울만 덜렁거리는 인간을 어디에 쓸까나? 씨받이로 쓸까나, 행랑채 서방으로 쓸 거나, 멍석말이를 할까, 이래저래 술장사 밥장사라는 것이 힘들다고 하는 게지.
어떤 손님은 주모에게 살짝 미소 지으며 외상장부에 출근도장 찍는다. 그 옆에 앉은 손님은 노임 받은 돈으로 외상값을 갚고. 치부책에 외상값 완불이라고 찍찍 두 줄을 그은 것을 보며 좋아라 했다. 외상값을 갚았으니 으스대며 목에 힘을 준다. 주모는 외상값 갚았다고 공짜 술 한 병 내준다. 공짜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얼간이, 외상값 갚으니 마음은 날아갈 것 같은데, 힘들게 번 돈 만져보지 못하고 주머니를 이탈해 주모 주머니에 꼭꼭 숨었으니 살맛이 나지 않는다고 술주정이다.
본시 돈이 없으면 먹고 싶은 것이 많은 법! 돈이 있으면 먹지 않아도 배 부르다. 얼간이가 일주일도 되지 않아 배가 고파져 주막을 찾게 될 것을 아는 주모인지라, 치부책의 공백에 길게 토시를 달을 날을 기다리며 주모는 긴 한숨을 토해냈다. ‘너나 나나 벌어먹고 살려고 그런 게지?’ 주모는 중얼거린다.
어떤 작자는 술 석 잔에 취해 옆 테이블에 앉은 점잖은 사람들이 쳐다봤다고 쳐다보지 말라고 시비를 거는 것이 예전의 찬수랑 닮은 꼴이다. 그는 그런 작자에게 떼쓰는 어린아이 달래듯 어깨랑 엉덩이를 토닥거리며 달래서 먹은 것 다 받아내고 밖으로 내보냈다.
언놈은 왕년에 왈짜 패 두목인 양 객기를 부리고 식탁을 엎는 등 별의별 물건들이 많다. 그런 허접한 인간이 눈에 띄면 정의의 사도가 나선다. 그의 이름은 찬수였다. 그도 사십 대 초반까지 술을 마셔도 말이 없었는데 그도 옛말이다. 요즘은 술만 처먹으면 옆 테이블에 앉은 사람에게 툭하면 시비를 걸었다.
신기한 것은 여기 주막에 드나들고부터 절대로 그런 일이 없었다. 진짜 사나이라고 착각하며 산다. 손님 중 제일 재수 없는 인간이 술 취해 아무에게나 엉겨 붙고 시비 거는 인간이 제일 밥맛이 없다고 말하는 걸 보면
건망증이나 침해에 걸린 게지, 찬수는 보안관으로 착각하고 나댄다. 술 취해 남에게 시비 거는 인간에게
- 사장님은 언제 봐도 멋지셔요? 남방이 멋집니다. 명세서 여기 있습니다.
라고 술 취한 이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기분 좋게 밥값과 술값을 받고는 밖으로 떠밀다시피 밀고 나가며
- 감사합니다. 회장님. 안녕히 가십시오? 또 오십시오.
고개를 90도로 숙여 깍듯이 절하고 떠밀다시피 내보내고 문을 닫았다.
어떤 인간은 홍어 맛도 모르면서 분위기 잡고 홍어삼합을 시켜 먹더니 막걸리 몇 잔 걸치자, 시비 걸려고 작정한 사람처럼 주모에게 덤볐다.
- 사장님, 홍어 이것 말고 다른 걸로 바꿔주세요, 한번 먹어봐요. 내가 홍어를 많이 먹어봤는데 이건 심해요? 막걸리 먹게 파전이나 하나 부쳐줘요? 주모는 주방으로 가더니 혼자 두런두런한다.
- 홍어 아무나 먹는 음식이 아니요. 다음엔 홍어무침 시키세요.
주모는 먹다 말은 홍어삼합을 가져가서 주방에서 반도 더 먹으며 ‘지지직―’ 기름이 튀는 프라이팬에 쪽파를 깔고 밀가루 반죽을 그 위에 부어주고 삼겹살 몇 조각, 홍합살, 바지락살, 매운 청양고추와 당근 채를 뿌리고
밀가루 반죽 한 국자 올리고 사이사이 눌러주고. 갈색 파전을 갖다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