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편동화 ] 유정 이숙한
큰아빠네 마트 채소에는 잎이 길쭉한 대파와 입이 가늘고 뿌리가 작은 쪽파도 줄 지어 서 있었어.
밭고랑 가장자리 도랑 옆에 포도나무가 한 줄로 서 있는데 연두색 포도송이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것이
무척 사랑스러웠어.
큰아빠는 마트 안에서 일하고 있었어. 더운 여름이라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데 포도나무 위에 비닐 지붕을 씌운 이유가 궁금했어, 궁금하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 큰아버지에게 궁금증을 풀기로 했어.
"큰아빠, 날씨가 이렇게 더운데 포도나무에 비닐 지붕은 왜 씌우셨어요?"
“장맛비를 맞으면 포도알이 터져서 썩기 때문이지. 비닐 지붕이 있으면 장대비를 피할 수 있거든.”
“비닐 지붕이 있으면 포도가 더워서 땀띠가 나지 않을까요?”
“포도는 햇볕이 쨍쨍 내리쬐어야 잘 익어서 단맛이 들거든. 포도나무 위에 비닐 지붕을 씌워줬어도 지붕
옆구리로 바람이 찾아주거든.”
연두색 포도알이 탱글탱글 매달린 것이 귀여워 만져보고 싶었는데 꾹 참았어. 큰엄마에게 가지와 오이,
빨간 고추와 초록 고추를 갖다 드렸어. 큰엄마가 내 얼굴을 보더니
“깜박했는데 빨간 고추와 초록 고추도 따왔구나, 고맙다! 숙희야. 가지는 왜 따왔어?”
“네, 저희 집에 가져가려고요. 제가 가지나물을 좋아해요. 큰엄마.”
“몇 개 더 따가렴. 네가 따온 가지 찜통에 쪄서 무쳐야겠다. 할머니가 좋아하시거든! 가지 따다 가시에
찔리지 않았니?”
“안 그래도 가시에 찔렸어요.”
큰엄마는 국수를 삶아 찬물에 헹굼하고 얼음물을 부어 차게 만든 후, 국수 위에 참기름으로 코팅해 주고
그 위에 오이냉국을 부었어,
오이냉국 국수가 시원하고 맛있어서 이마에 흐르던 땀이 쏙 들어갔어. 큰엄마는 우리 엄마보다 요리를
잘했어, 할머니는 가지나물과 오이냉국 국수를 맛있게 드셨어,
할머니가 말했어.
“어멈아, 날이 더워 입맛이 없었는데, 시원한 오이냉국에 말은 국수 아주 맛있어. 고맙다!”
“어머니 입맛에 맞으세요, 가지나물이랑 천천히 많이 드세요.”
“큰엄마, 숙희도 오이냉국 국수 너무 맛있어요. 이따 냉국도 싸주세요. 아빠가 좋아해서요.”
“가지랑 냉국까지 들고 가려면 무겁지 않을까?”
“제가 배낭에 넣어 짊어지고 가면 돼요.”
“무거워서 가져가기 힘드니 큰아빠가 가지도 따고 네 아빠 좋아하는 풋고추도 따서 자전거로 네 집까지
실어다 줄게.”
“큰아빠, 고맙습니다. 우리 아빠 좋아하겠다. 나도 풋고추를 된장에 찍어 먹어야지~”
“우리 숙희 먹으려면 연한 풋고추도 따줘야겠네!”
큰아빠를 따라 채소마트에 가니 밭작물들이 웅성웅성 떠들고 있었어. 서로 잘 보이려고 표정을 밝게
하고 예쁜 표정을 짓고 있었어. 내 무릎 아래 크기이던 옥수수가 어느새 자라 큰아버지 보다 조금 작았는데
가지 끝에 꽃을 피웠어. 큰아버지가 말했어.
“숙희야, 옥수수 수꽃과 암꽃이 사랑했대. 암꽃이 하나님에게 들에 많은 바람을 풀어달라고 기도했어.”
“그럼 암꽃과 수꽃은 같은 집에 살고 있었어요?”
“맞았어. 같은 집에 살지만 만날 수 없었는데 중매쟁이 바람이 수꽃가루를 실어다 암꽃에게 선물로
주었더니 옥수수 알이 생기게 된 거야.”
“와! 한집에 살아도 만나기 어려운데 바람이 도와준 거네요!”
“은행나무처럼 바람이 없으면 암술과 수술가루가 만날 수 없었거든.”
토요일이면 의례 할머니 댁으로 놀러 갔어. 엄마나 아빠는 직장에 다니느라 바빠서 나랑 놀아주지 않아
심심했는데 큰아빠네 채소마트에 가면 언제나 즐거웠어. 내가
“큰아빠 옥수수는 심고 며칠이나 기다리면 익은 옥수수 따요?”
“옥수수수염이 생기고 23일에서 27일쯤 되면 옥수수가 적당히 익으니 그때 따면 돼. 옥수수를 심은 지
90일이나 100일이면 따는 셈이지.”
“빨리 익어서 따먹으면 좋겠다.”
옥수수나무가 말했어.
“담배나방아, 옥수수자루 위에 알을 낳고 가면 어떻게 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