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전어구이를 처음 본 건 삼십대 중반이었다. 맛의 탁월함을 강조하기 위해 쓴 표현이라지만, 내게 처음 드는 생각은 '가족이 가출했는데 생선을 구워먹는다고?' ...
그리고 그 냄새를 맡고 집으로 돌아 올 며느리가 몹시도 안쓰러웠다.오죽 했으면 집을 나갔겠으며, 오죽 갈곳이 없으면 전어 굽는 냄새를 핑계대고 돌아와야 했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인지 전어구이가 별미로 느껴지진 않았다.
격동의 역사를 살아 온 것도 아니고 결혼도 안 해 본 내가, 맛표현 하나에 이렇게과하게 반응 하게 된 것은 한국문학전집 탓이다. 대학때 문학을 하겠다고 전투적으로 읽어대던 소설들에는 슬프고 핍박 받는 사람 투성이였다. 그 중에서도 제일 약한 것이 여성이었다. (조선의 여성은 집에 불이 나면 시가의 신주를 껴안고 죽어야 했다.)
문학의 동기와 목적이 '인간에 대한 연민과 동정' 어쩌고 한다지만, 비싼 돈 주고 활자로 들여다 보는 남의 인생이 내 삶인양 심장을 후벼 파대는 통에 20대에 나는 벌써 인생살이에 지치고 말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