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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낭아 Feb 09. 2023

슬픔이 내는 수수께끼

열두 고개 꼬부랑 고갯길에

시커먼 슬픔이 길을 막고 물었다.

"내 이름을 맞혀 보렴, 안 그러면 너를 집어삼키겠다."


나는 답을 모른다.

화가 나면 

"왜 그랬어? 그렇게 하면 어떡해?"라고 묻기만 했었다.

외부상황들이 나를 해치려 하나 의심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뭉개며 돌을 걷어차며 걷다가 슬픔고개에 닿은 것이다.


화는 바깥으로 칼 끝이 향하고

슬픔은 안으로 칼 끝이 향해 있다.

바깥으로 향한 칼에는 방패나 칼이 마중 나오기 때문에

얻어터져가며 칼 끝이 무뎌지지만,

내 안으로 파고드는 칼날에는 방패도 반창고도 없으니

나는 슬픔 괴물에게 잡아 먹힐 지경이다.


한참을 울다가 고개를 기울여 슬픔의 너머를 보았다.

불을 쬐는 어린아이의 그림자가 

풍선처럼 몸을 부풀려 큰 입 괴물이 되어 있는 것이었다.


큰 입 괴물이 나를 삼키려는 순간, 슬픔의 이름을 불러주었다.

"나의 상실감아, 그렇게 불 가까이에 있으면 위험하단다."

그러자 괴물은 아이가 되어 내게로 쓰러졌다.

한참을 복받쳐 울더니 

눈물로 씻은 말간 얼굴로 손을 흔들며 아침 햇살을 따라 떠나갔다.

떠나는 발자국이 무겁게 패여 공룡발자국 화석이 되었구나.

나의 상처야,

가끔 찾아가 쓰다듬어 주마.

너를 보내지만 잊지는 않으마.

그리하여 나는 감정의 파도를 탈 줄 아는 서퍼가 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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