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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낭아 Oct 19. 2023

부끄러움의 기준

몇 해 전에 떠들썩했던 기사가 있다.

외제차 타던 운전자가 소형차 운전자와 시비가 붙자 '똥차 타는 주제에' 어쩌구 저쩌구 했다던데.

소형차를 가진 나도 졸지에 똥차 운전자가 되었다.

그래서 상상 속에서 그 운전자에게 한 마디 했다.

'이 똥차에는 사람이 타지만, 그 비싼 차에는 똥이 타고 있네요.'

그러면 옛날이야기 속에서는 '그 운전자는 부끄러워 차를 타고 떠나버렸습니다.' 라고 마무리 되었겠지만,

현실에서는 되받아치겠지?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부끄러움의 기준이 엉뚱한 지점에 있기 때문이다.


명품을 몸에 두르고 프리미엄이 덕지덕지 붙을 아파트에 사는 것은 한 개인의 행복이긴 하다.

백화점에 가면 왕처럼 떠받들어 준다. 그런데 길에서 지나는 사람들은 왕의 행차를 모른체 하니 화가 나 미칠 지경이다. 그렇다고 재력을 무기인양 휘두르는 건, 왕의 위신을 깎는 일이다.

역사 속에서 

성군은 가만히 있어도 백성들이 존경하지만, 

폭군은 백성에게 위엄을 세우기 위해 궁을 더 크게 짓는다. 궁 밖의 민가를 헐어 백성을 쫓아내고 으리으리하게 궁궐을 넓혀놓고 존경하라고 윽박 지른다. (너나 많이 하세요)


화려한 포장이 우월하다 믿는 이들은, 소박한 삶에 대한 예의는 삭제했나 보다.

집 밖에서 만나는 사람과 눈꼽만큼의 관계가 형성되면,

눈꼽만한 우위지점을 찾아내고 소위 갑질을 한다.

(너와 내가 체결한 계약서가 없는데 어찌 계약서를 흔드느냐?)

하지만 그들은 보이지 않는 계약서를 잘도 찾아낸다. 

자기가 입만 뻥끗하면 '짜를 수 있다'며 아파트 경비원을 머슴대하듯 하고,

매장 직원에게 무릎 꿇라고 소리치면,

자기가 상전이 된 줄 아나본데, 천만에 만만에콩떡, 

약자를 괴롭히는 찌질인거 스스로 소문 내는 걸 모르나 보다.


사람은 실수를 한다. 

그것을 인정하고 사과하면 실수는 덮여지고 그 사람이 꽤 멋있어 보인다. 

하지만 변명하고 회피하면 부끄러운 일이 된다.

그런데 부끄러움의 기준이 삐딱한 사람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 진다고 생각 한다.'

왜냐하면, 

어렸을때 실수하면 어른들이 혼쭐을 내면서 '잘못했어 안 했어?' 하고 자백을 받아냈기 때문이다.

혼이 나면서 부끄러움 속에서 강제적으로 잘못을 인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아이가 실수를 한 것은 옳고그름의 기준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네가 이런 행동을 한 것은 사회규범에 어긋나는 일이야. 그래서 앞으로는 이럴때는 이렇게 하지 말고 저렇게 하렴.'

하고 옳고그름을 친절히 설명해 주는 것이 아니라, 

그 행동이 자기를 화내게 했기 때문에 꾸중을 한다. 

왜냐하면 어른은 자기가 아는 것을 아이도 다 안다고 믿기 때문이다.

알면서도 자기를 화나게 하려고 그런 행동을 했다고 느끼는지, 자기가 천재를 낳았다고 믿는지.

회사에 신입직원이 들어오면 일을 하나하나 가르치듯이, 아이들에게도 옳고 그른 것을 꼬치꼬치 하나하나 조목조목 그때그때 설명해 주어야 한다. 

비싼 학원에 보내 반복학습은 시키면서 이런 것은 왜 자습을 시키는지.


뉴스에서 들은 말이 생각난다.

"내가 사과하고 그럴 사람이냐?"

(상당수의 높은 자리에서 들리는 말이다.)

그래서 백성들이 열심히 댓글을 써서 설명해 주었더니, 며칠 후에 사과를 던져주긴 했다. (옆에서 따다 주었겠지만, 그 분들에게는 엄청난 행동이었을 듯)


실수를 지적하면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 

지적 받은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고려하지 못한 행동을 한 것에 대한 부끄러움 말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지적받은 것에 대해 분노하고 공격한다. 공격하는 자신의 모습이 스스로를 지키는 파수꾼이라며 의롭게 느껴질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어른이 없는데 아이들이 무엇을 배울꼬?


https://www.youtube.com/channel/UCDEfZWRTk-52d6_2HaujVV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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