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정석 같아.
이해의 영역은 마치 '수학의 정석'이라는 책 같다.
수학의 정석 책을 보면 앞부분에 집합은 진짜 열심히 하고 그 뒤로는 거의 새책이었다.
새로운 책을 펼쳤을 때 이번 학기 열심히 해보자 다짐한다.
그렇게 의지와 열정으로 가득 찬 1단원은 누구보다 열심히 푼다.
하지만 점점 어려운 부분이 나오면서 하나둘씩 연필을 놓기 시작한다.
하나둘씩 수포자가 생겨난다.
이런 패턴이 이해의 패턴과 닮은 것 같다.
"그 말 이해해 “, ”나도 이해해"
생각보다 사람들에게 이해한다는 말은 듣는 건 흔하다.
대화를 들어보면 이렇게 시작할 때가 있다.
"네 말도 이해는 하지만..... 어쩌고 저쩌고….."
이해해.
말을 이해하는데 굳이 부가설명이 붙을 이유가 없다.
그 사람을 이해했다면 그 사람의 마음과 같을 테니깐 굳이 부가설명을 붙여가면서 설명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해한다면 ‘이해해’라는 말 외에 다른 말을 할 여지가 없을 텐데 다들 이해한다면서 말들을 하나둘씩 보탠다.
"난 널 이해하지 난 널 아니깐 근데....."
처음에는 그렇게 이해한다고, 난 널 오랫동안 봐왔고, 너랑 친하니깐…. 등 여러 가지 이유들을 말하며 이해한다고 열정을 가지고 말하기 시작하지만 그 끝은 "근데 이건 이렇고 이건 이러니깐....."
결국은 이해되는 부분보다 이해되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
그럼 또 그 말에 반박하자 끝까지 답을 하는 사람도 있고,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도 있고, 이해가 된 사람도 있었다. 마치 수학의 정석을 푸는 것 같다.
이해가 안 된다는 건
각자 자신의 기준에서 생각했을 때 맞다고 생각하는 것과 다르거나
혹은 나였으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을 텐데
즉 나와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했을 때 "진짜 이해 안 돼"라고 말한다.
내가 그렇게 생각했듯
내가 그렇게 행동했듯
내가 그렇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듯
그 사람은 그렇게 생각했고
그 사람은 그렇게 행동했고
그 사람은 그렇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내가 하는 생각은 맞고 그 사람이 하는 생각은 틀리다는 법이 어디 있으며
내가 그렇게 하고 싶어서 행동했듯이 그 사람도 그렇게 하고 싶어서 행동했을 뿐이다.
내 생각과 행동의 이유는 인정받고 싶으면서 그 사람의 생각과 행동은 왜 인정해주지 않으려고 하는 걸까
어느 순간 난 진짜 인간을 이해한 적이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여전히 답을 내리지 못했고
여전히 이해하고자 한다.
사실 누가 누굴 이해하는지도
누가 누굴 이해해야 되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이해를 못 하겠다면 적어도 누군가의 이해에 대해 따지고 들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