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너의 말을 어떠한 핑계도 하지 않고 그냥 삼키고 싶었거든.
사실 난 인간이다.
아니
난 인간이다.
누군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어떻게 그러지, 어쩌면 정이라는 게 없는 걸까 그래도 조금이라도 있지 않을까
그들과 그 정도와 기준이 달라 미미해서 티가 나지 않았나 보다.
그렇지만 나도 인간이다.
살아있어서
굳어 있기만 한 형체가 아니라서
알맹이 없는 껍질이 전부가 아니라서
그 마음이라는 게 없는 게 아니니깐
너와 비슷하게 굳어 있지 않고 살아 있는 형체라
나도 마음이라는 게 있어
마음을 소비하고 마음을 나누고 그 마음을 주기도 한다.
단지 그들은 자신의 기준이, 생각이, 그 양이 다르다고 해서 나에겐 그것들이 없다고 생각하나 라는 이상한 의심을 하게 되었다.
그렇담 그들이 보기엔 난 인간이 아닌 걸까. 난 사람이 아닌 걸까.
그들이 보기엔 뭐가 그렇게 다른 걸까.
모든 게 빠져 속이 빈 껍질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하지만 그런 생각은 나에겐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은 내가 아니기에 나에 대해 알 수 없으니깐 아무것도 몰라서 그런 말들은 쉽게 내뱉은 거다.
그저 자신의 생각들을 읊은 것뿐이다.
단지 그런 생각과 말들을 내비치면서 스스로의 무지를 내비치는 것만 같아 그 모습이 좋아 보이진 않았다.
사실 안타까울 것도 없다. 그럴 의미조차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의 그런 말에 화가 나지 않았다.
그런 나에 대한 생각들이 너무 하다 생각하지 않았다.
무지의 늪에선 앎을 알아차리고 앎을 깨닫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니.
인간이라 함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가능으로 바꾸는 건 쉽지 않으니깐.
그들 또한 몰라서 한 말과 생각들이라 그런 생각 또한 납득이 갔다.
그저 그들의 생각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게 나에 대한 평화로움이라 생각했다.
나 또한 한낱 인간에 불과해 이런 짐작 또한 맞다고 내비칠 수 없기에
그들의 그 생각에 함부로 반박할 수도 함부로 정의할 수도 없었다.
그저 듣고 받아들이고 삼키는 게 나의 최선이었다.
한 귀로 넘긴다긴 보단 그만큼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싶어서 반박하지 않았다.
그저 삼키며 듣고 있었다.
이런 나의 모습을 보고 간혹 생각이 깊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사실 얕은지 깊은지 조차 알 수 없는 그곳에서 알고 보면 그 무엇도 얕지도 깊지도 않았나 보다.
그래서 더더욱 그들의 말을 삼키는 게 나와 그들의 관계에서 최선이라 여겨졌다.
오히려 이 모든 생각의 흐름과 과정은 내가, 그들이, 우리의 관계를 생각하고 염려하는 마음이었다.
이런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하더라도
스스로가 거리낌 없이 거짓 없이
그들을 대하기에 그거면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혹여 이런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면 그 사실 또한 내가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엔 더더욱
그들의 마음을, 나의 마음이
무지했음을 차마 탓할 수 없었다.
어떠한 마음도 말도 생각도 탓할 수 없었고
그들의 인간적인 모순에서 인간의 모습을 보고
그 속에서 인간인 나의 모습을 봤다.
그래서 그 무엇도 쉽사리 말할 수 없었다.
왈가불가할 수 없었다.
그저 가만히 삼켰다.
그냥 어떠한 핑계도 하지 않고
그 말을 삼키고 싶었다.
왜냐고 묻는다면 이유를 만들어서라도 말할 수 있지만
그냥 아무 핑계도 이유도 찾고 싶지 않았다.
그냥 그 말들을 삼키고 싶었다.
그래도 그래도 너무 궁금해서
왜 그러냐고 묻는다면
그냥 그런 핑계와 이유를 찾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그들을 좋아해서 그랬나 보다.
그래서 그냥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