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의 기도
이젠 모두 잘 아는 것처럼 무슬림은 하루에 다섯 번 기도한다. 기도는 무슬림의 5대 의무 중 하나로 그 시간은 매일매일 조금씩 달라지는데, 보통 해뜨기 전(Fajr), 우리의 점심때쯤(Zuhr), 오후 3-4시쯤(Asr), 해 질 녘(Magrib) 그리고 저녁 7-8시 사이(Isha) 이렇게 다섯 번이다. 기도 시간의 배치는 사우디의 뜨거운 오후와 생활 패턴을 고려해보면 매우 합리적이라 할 수 있다. 또 각각의 기도는 꾸란 낭송, 큰절과 반절 등으로 구성되는데, 이런 기본 구성을 기도에 따라 2-4세트씩 구성하여 진행한다.
기도 형태는 일반적으로 두 손을 모아 비는 자세를 취하는 기독교의 기도와는 달리, 우리의 제사와 매우 유사하다. '유세차~'로 시작하는 축문을 읽어 제사를 시작하는 것처럼, 무슬림의 기도에서는 ‘수라틀 파티하’라는 꾸란의 첫 장(開經장)을 낭송하며 기도가 시작되고, 엎드려 머리를 바닥에 대는 것, 올라와 두 손을 모으고 머리를 숙이는 형태, 우리의 흔한 제사와 매우 비슷한 모습이다. 여기서 잠깐 정보삼아 수라틀 파티하를 소리 나는 대로 우리말로 적어보자
비스밀라히 라흐마니라힘
알함두릴라히 랍빌 알아민,
알라흐마니라힘
말리카 야우밋딘
이야카나읏부두와 이야카나스타인
이흐디낫 시라딸무스타킴
씨라딸라디나 안암타 알레이힘 가이르 마그뚜비 알라이힘 왈라딸린
아민
하지만 우리의 상상과 편견과는 달리 요즘의 무슬림들은 기도를 하루에 다섯 번씩 하지는 못한다. 이슬람이 아랍을 넘어 전 세계의 종교가 되었기 때문에, 또 그들의 지역적인 생활 패턴이 글로벌화되었기 때문에, 또 개별적으로 신앙의 깊이가 다르기 때문에, 기도의 횟수와 시간, 형태는 천차만별이다. 내가 아는 터키의 젊은 무슬림들은 모태 신앙이지만, 기도하는 방법 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다. 기도시간에 왜 기도 안 하냐고 물어보면, 마음속으로 기도한다고 이야기한다.
기도는 일반적으로 ‘반성’ 기제다. 기도를 통해 신과 직접 만나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가? 당신을 사랑합니다. 저는 당신의 종입니다 등 자신의 믿음을 피력할 수도 있고, 아니면 좀 더 노골적으로 대학에 합격시켜주세요, 사업 번창하게 해 주세요 등 복을 비는 구복의 형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늘 하루, 혹은 최근에 일어난 일에 대해 마음속으로 고백하고, 자신의 잘못된 말과 행동을 반성하는 시간이 아마도 주류가 될 것이다. 타인에게 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반성이 기도 행위를 통해 신 앞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무슬림은 시스템적으로 하루 5번 스스로에 대한 반성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그래서 기도를 많이 하는 무슬림이 타 종교인보다 착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문제가 많은 일반화이지만, 시스템화 되어있는 많은 기도 횟수는 적어도 ‘무슬림은 무조건 나쁘다’라는 편견은 개선해 줄 수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