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이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것은 이제 우리나라 사람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소, 양 등의 육고기도 ‘할랄’ 일 경우에만 먹는다는 사실도 많이들 알고 있다. 그럼 할랄은 무엇일까? 이슬람 율법에 준하여 도축한 경우가 할랄이다. 이슬람 최대 명절인 ‘이들 알 아드하’(터키에서는 쿠르반 바이람)는 희생제로 번역되는데, 자기 형편에 맞게 동물을 신께 바치는 의식이 치러지는 기간이다. 도축 수요가 갑자기 늘어나는 이때는 도시 곳곳에 임시 도축장이 만들어지고, 이곳에서 이슬람 식(할랄)으로 동물에 대한 도축이 이루어진다.
할랄은 간단하게 기도를 하고, 동물의 머리를 메카로 향하게 한 다음, 목을 잘라 단박에 도살하는 방식이다. 도살된 동물은 피가 거의 빠져나올 때까지 방치한다. 무슬림은 동물의 피를 먹지 않는다. 사우디 아라비아에서는 희생제 기간이 되면 시내 외곽 몇 곳에 임시 도축장이 차려진다. 가축을 임시로 가둬두는 울타리가 생기고, 도축장 바로 아래는 땅을 파서 피를 따로 받는 정화조를 설치한다. 터키 이스탄불도 이와 비슷하게 시내 외곽에 임시 가축시장과 도축장이 차려진다. 하지만 터키의 지방으로 가면 사정이 달라진다. 요즘은 덜한데, 희생제 기간 중 시골에 가면 도축을 집집마다 하기 때문에 마을에 들어서면 피비린내가 진동한다. 그 피 비린내는 며칠을 간다.
그럼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긴다. 생선도 할랄 스타일로 손질할까? 아니다. 생선은 이미 할랄이다. 그도 그럴 것이 터키에서 주로 먹는 맛있는 함시(큰 멸치) 튀김을 위해 어떻게 그 많은 양의 함시를 할랄 스타일로 손질할 것인가? ‘생선은 이미 할랄이다’라는 근거는 무함마드 언행록인 ‘하디스’에 나온다. 하디스에 따르면 ‘바닷물 자체는 순수하고 깨끗한 것이고, 그곳에 사는 생물은 이미 할랄이므로 도축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한다. 우리 입장에선 다소 편의적으로 느낄지 모르겠으나, 이게 믿음이다.